즉시폰테크 가나스기 겐지 주중 일본대사가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대학 강연에서 2차 세계대전 기간 일본의 침략 등과 관련해 ‘깊은 후회와 반성’을 언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2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가나스기 대사는 지난 10일 인민대 중앙금융연구원이 주최한 대사 포럼에서 ‘중·일 관계의 현황과 미래’라는 주제로 연설했다.
가나스기 대사는 영어로 “올해는 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이 되는 해”라면서 “일본은 전쟁 중 행위에 대해 깊은 후회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여러 번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입장은 역대 내각이 계승해 온 것으로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깊은 후회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 1995년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해 사죄하며 사용한 표현이다. 가나스기 대사의 발언은 ‘무라야마 담화’가 현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는 의미다.
정부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총리 퇴직 이후인 2013년 난징대학살 기념관을 방문해 “일본인으로서 마땅히 책임을 느끼며 충심으로 사과를 표한다”고 말한 바 있다.
총리급 정치인이 아닌 주중대사의 ‘사과’ 언급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소셜미디어에서 가나스기 대사가 “일·중 간의 전략적 호혜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국이 지역 및 세계 평화와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가나스기 대사의 발언은 중국 관영매체들이 주요하게 보도하지 않았지만 이시바 총리가 지난 23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선언하면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중국 외교가에서는 가나스기 대사의 발언을 두고 일본이 대미 관세 공동대응을 위해 본격적으로 한·중·일 관계개선에 나서려는 신호로 보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5월 말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주최한 ‘아시아의 미래 국제 포럼’에서 “참혹한 기억과 역사적 교훈을 잊지 않고 전쟁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이시바 총리의 과거사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며 “일본이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고 은폐하는 모든 행위와 철저히 단절하고 평화 발전의 길을 견지해 아시아 이웃 국가와 국제사회로부터 실제 행동으로 신뢰를 얻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일본 언론들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재개’가 논의되는 등 중·일관계가 개선 국면이지만 하반기 반일감정이 고조될 것을 우려한 바 있다. 일본의 침략과 관련한 역사적 기념일이 줄줄이 있기 때문이다. 7월7일 루거우차오 사건 기념일, 9월3일 중국 항일전쟁 승전기념일, 9월18일 만주사변 기념일, 12월13일 난징대학살 기념일 등이다. 중국 정부는 오는 9월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톈안먼 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가나스기 대사는 일본 외무성에서 한국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주중대사로서는 2023년 10월 부임했다. 부임 당시 대중 강경파 인사였던 다루미 히데오 전 대사 후임으로 7년 만에 ‘비중국통’으로 분류되는 인물이 부임한 것이 화제가 됐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주간 기준으로 6년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상승세가 수도권과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8%로 낮추면서, 인하폭의 절반 이상(0.4%포인트)이 건설투자 부진 탓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건설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전년 동기 대비 2024년 2분기 -0.2%포인트에서 2025년 1분기 -1.6%포인트로 더욱 악화되었다. 아울러 7월에 시행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대출 규제를 앞두고 대출 수요가 막바지에 달하고 있기도 하다.
새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확장·통화 완화’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과거 민주당 정부 시절 집값 상승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이 이를 과도하게 선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이후 통화량(M2)과 서울 아파트 가격의 동조화는 더욱 뚜렷해져, 저금리·완화적 통화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여유 자금을 유입시켰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런 학습효과 프레임은 전 정부의 정책 효과를 깊이 있게 분석·대응하지 못하게 하고, 당시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경제 환경을 현재의 0%대의 경제 환경과 혼동케 한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는 이전 정부의 완화적 부동산 정책을 그대로 유지한 채 카드 사태 해결에 집중했다. 문재인 정부는 전세 대출 완화 등 이전 정부 정책 효과를 시의적절하게 검토하지 않아, 시장에 부작용을 남겼다. 윤석열 정부는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높이고 후순위 대출을 허용해, 가령 4억원의 자기 자본에 갭투자와 후순위 대출을 더하면 20억원 규모의 주택도 사들일 수 있게 했다. 새 정부는 이와 같은 전 정부의 정책 유산을 얼마나 여러모로 검토·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다만 이들 정책은 주거 약자를 위해 도입된 것이어서, 문재인 정부 시기 전세대출처럼 강도 높은 규제 적용이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한편 새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시장에 대한 전략적 인내를 유지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추가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 우려로 가치 보전을 위한 헤징(위험회피) 수요가 강남권 부동산 등 희소 자산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헤징 경향은 ‘30대 이하·남성·기혼·4인 이상 가구·총자산이 적은 가구’에서 뚜렷하다. 한편 새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예고가 국채 발행 증가를 이미 시장에 선반영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국채 금리는 4월 말 저점 이후 미 국채와 마찬가지로 다시 상승하고 있다. 특히 5년물·10년물 국채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 기준이므로, 이 추세가 지속되면 가계부채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환율 관찰 대상국’ 지정으로 향후 통상·관세 협상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가 한층 어려워지고, 급변하는 중동 등 지정학적 불안 요인은 세계 금융시장에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한은 총재는 심화하는 경기 침체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여전히 남아 있는 리스크가 순식간에 낙관적 기대를 무너뜨릴 수 있다.
공급 부족 전망은 현재 부진한 건설 경기와도 무관치 않다. 최근 건설 경기 침체는 고금리, 인건비·원자재 등 공사원가 상승,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수요 감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업 구조조정 지연 및 지방 부동산 시장 위축 등 여러 요인이 복합 작용한 결과다. 그런데 내수 회복을 겨냥한 향후 경기 부양책에 건설투자가 얼마만큼 포함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성장’을 내세운 새 정부가 이를 과도하게 추진하면 오히려 시장 왜곡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새 정부가 과감히 추진하려는 AI 혁신 산업 투자가 자칫 쪼그라들 수도 있다.
새 정부는 ‘주가지수 5000 시대’를 선포하며 증시 전반의 제도 개혁을 약속했으나, 그 실행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미 주식 투자와 가상자산 수익이 강남 아파트로 흘러갔던 것을 보면 증시가 단기간에 부동산 대체 투자처로 자리 잡기는 쉽지 않다. 새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정책 개입으로 억제할지, 시장에 대한 전략적 인내를 발휘할지, 그 중간에서 미묘한 균형점을 찾아야 할지 간단치 않은 선택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