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신용불량자 인천에 사는 노모씨는 최근 들어 중학교 1학년 딸과 다툼이 부쩍 늘었다. 노씨의 딸이 새벽 1시까지 스마트폰으로 숏폼을 보거나 친구들과 채팅하느라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노씨는 식사 시간에도 한 손에 스마트폰을 꼭 쥐고 있는 딸을 어떻게 타이를지 막막하다고 했다. 그는 “밤에 방 불을 끄고서도 계속 폰을 보고 있는지, 잠은 자는지 들여다보게 된다”며 “폰을 못 쓰게 하자니 더 싸울 것 같고 계속 쓰게 하자니 학교 가서도 계속 졸고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손에서 놓지 못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청소년이 21만3000여명(17.2%)으로 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는 18일 ‘2025년 청소년 미디어 이용 습관 진단조사’ 결과 청소년 21만3243명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전국 학령 전환기 청소년(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123만여명과 보호자 23만여명으로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인터넷 과의존 위험군인 학생은 16만8163명,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12만4023명으로 파악됐다. 이 중 인터넷과 스마트폰 두 가지 모두 과의존 위험군인 청소년은 7만8943명에 달했다. 과의존 위험군이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사용 시간이 늘어나 자기조절이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어 전문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수준에 해당한다.
학년별로는 중학생(8만5487명), 고등학생(7만527명), 초등학생(5만7229명) 순으로 과의존 위험군이 많았다. 남자 청소년(11만6414명)이 여자 청소년(9만6829명)보다 많았다.
초등학교 1학년 보호자 중 자녀가 스마트폰 과의존이라고 답한 인원은 23만7890명 중 1만3211명이었다. 2023년 1만6699명, 2024년 1만6942명이었던 데 비해 다소 줄어들었다.
과의존 위험군 청소년 수는 지난해보다 7000여명 감소했다. 다만 진단조사에 참여한 청소년 수가 지난해보다 1만4730명 줄어든 점으로 고려하면 유의미한 감소세는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중독 진단 결과가 나올 것으로 우려해 소극적으로 답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디어 과의존에 대한 암수율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방법에 대해 “청소년의 기상·수면·운동 시간 등 전반적인 생활 습관에 관심을 두고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외로울수록 인터넷과 스마트폰 의존도도 높아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원활히 소통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전국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연계해 미디어 과의존 정도에 따라 상담, 병원치료, 부모 교육 등의 치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오는 9월부턴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기숙형 치유캠프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가공식품 등 생활물가가 지난 4년간 누적해 약 20% 가까이 오르면서 저소득층의 생활비 부담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득이 적을수록 고물가 고통이 더 컸던 셈이다.
한국은행은 18일 ‘최근 가공식품 등 생활물가 흐름과 수준에 대한 평가’ 자료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물가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저소득층의 지출 비중이 높은 필수재 중심의 생활물가가 더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를 보면 물가가 치솟았던 2021년 이후 지난달까지 약 4년간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은 19.1%로, 소비자물가(15.9%)보다 3.2%포인트 높았다. 팬데믹 기간 중 공급망 차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상여건 악화 등 대내외 공급충격이 중첩되면서 생활물가 내 비중(32.4%)이 큰 식료품·에너지 물가가 크게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생활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간 격차는 지난해 하반기 농산물가격·국제유가 안정으로 큰 폭으로 축소됐다가 올해 들어 가공식품 가격 인상 영향으로 다시 벌어졌다. 올해 5월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대비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53개(73%) 품목의 가격이 인상됐다. 가공식품이 생활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데 지난해 하반기에는 0.15%포인트 영향을 줬으나 올해 1~5월 중 0.34%포인트로 기여도가 두 배 이상 확대됐다.
한국은 의식주 등 필수재 물가수준이 주요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의류(161), 식료품(156), 주거비(123) 물가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0)을 크게 웃돈다. 빵이나 유지류 같은 가공식품 가격도 높은 편이다. 필수재의 높은 가격 수준은 물가상승률 둔화에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체감물가를 높이는 주 요인으로 꼽힌다.
팬데믹 이후 장기간 이어진 고인플레이션으로 실질구매력이 감소하면서 가계의 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이후 가계의 명목구매력(근로소득)이 높은 물가상승률을 상쇄할 정도로 충분히 증가하지 못하면서 202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평균 실질구매력 증가율은 2.2%로 팬데믹 이전(2012~2019년)의 3.4%보다 낮아졌다.
특히 생활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저소득층의 생활비 부담이 더 커졌다. 2019년 4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누적 실효 물가상승률을 보면 소득하위 20%가 16.0%로 소득상위 20%(15.0%)보다 높았다. 고물가 충격은 저소득층이 더 컸다는 뜻이다.
같은 품목 내에서도 저가상품 가격이 더 크게 상승하는 ‘칩플레이션’을 고려할 경우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실효 물가상승률 격차는 더 벌어진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저소득층은 저가상품 지출 비중이 이미 높기 때문에 저가상품 가격 상승 시 소비대체가 어려워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은은 “생활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체감물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상황은 가계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줘 중장기적 관점에서 물가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