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폰테크 검찰 소환조사에 계속 불응해 온 김건희 여사가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김 여사 측은 검찰 소환조사를 거부하면서 줄곧 “특검팀에서 조사를 받겠다”고 밝혀왔다. 특검은 다른 사건과 달리 사건의 정점인 김 여사를 수사 초반부터 불러 조사하고 일찌감치 신병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상진 특검보는 2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김 여사 소환 시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수사 진행에 따라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 특검도 “차츰 논의해서 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검은 김 여사부터 불러 조사한 뒤 신병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통상 주변 참고인과 피의자들을 조사한 뒤 사건의 정점인 핵심 피의자 조사와 신병확보에 나서는 수사일정과 정반대다.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이미 관련자들 조사를 어느 정도 진행한 만큼 곧바로 사건의 중심인물인 김 여사를 빠르게 공략하는 식이다. 내란 특검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첫 소환자로 지목한 것도 비슷한 이유로 풀이된다.
김건희 특검팀은 수사해야 할 김 여사의 혐의가 많아 여러 차례 소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에 대한 특검 수사대상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16개다. 김 여사 자신의 범죄혐의가 걸린 건 이 중에서 13개다. 특검팀에선 이들 사건이 각각 진행되는 수사속도가 달라 김 여사를 불렀을 때 한번에 조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때문에 초반에 특정 사건으로 신병을 먼저 확보하고, 다른 사건 조사로 확대해 건건이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식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김 여사가 불응하거나 소환을 미루는 경우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170일이다. 기간이 한정돼 있는 만큼 김 여사가 불응할 수 있는 경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수사 중후반에 김 여사를 불렀다가 불응하면 조사를 제대로 못 하고 수사를 마쳐야 하는 위험 부담이 있다. 앞서 김 여사는 자신이 연루된 사건 중 유일하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조사에만 응했다. 다만 제3의 건물에서 비공개로 이뤄진 조사였다. 이후 한 번도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김 여사 측은 특검에서 부르면 나서지 않을 명분이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우울증으로 지난 16일부터 계속 병원에 입원 중이다. 민 특검은 지난 17일 김 여사 대면조사에 대해 “이뤄지리라 생각한다”며 소환조사 의지를 밝혔다. 이상훈 변호사(경제개혁연대)는 “여러 사건을 한꺼번에 수사를 받게 된 만큼 수시로 부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수사에서 제일 중요한 건 수사 검사의 의지”라고 말했다.
재작년 11월부터 주말부부로 살고 있다. 각시는 처가에서 서울로 직장을 다니고, 집에서 청소년을 돌보고 살림하는 일은 내 몫이 되었다. 그전에도 1년 반 정도 주말부부 생활을 했었고 이제는 집안일이 손에 익어 크게 어려운 점은 없다. 그렇지만 주중에 돌봄을 전담하니 바깥일을 예전처럼 하기는 어려워서 오전이나 낮에 나갔다가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밤문화를 잃은 대신 요리 실력과 아들의 사랑이 늘었으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돌봄에 쓰는 시간과 강도가 다르다
이렇게 독박돌봄을 하고 있으니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들어온다. 아동을 어린이집 버스에 태우거나 교문으로 들여보낸 뒤 엄마들의 표정이 왜 그렇게 밝은지, 왜 학교는 전달할 내용을 아빠에게 보내달라 했는데 엄마에게 자꾸 문자를 보내는지, 저녁 시간에 회의를 연다고 하면 왜 짜증부터 나는지 등. 요즘은 어느 자리에 가건 남성들이 얼마나 참여하나 유심히 보는데 예전에 비해 참여율이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이 성평등한 사회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아빠들이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시간은 분명히 평균적으로 늘었다. 통계청은 5년마다 시민들의 생활양식을 파악하기 위해 ‘생활시간조사’라는 통계조사를 실시한다. 1999년 조사 결과를 보면, 요일을 평균해서 볼 때 기혼남성이 가정관리에 쓰는 시간은 하루 25분이고 기혼여성이 3시간33분이다. 가족이나 함께 사는 사람들을 돌보는 시간이 기혼남성은 하루에 11분, 기혼여성은 57분이다. 20년 뒤인 2019년에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가정관리에 쓰는 시간이 기혼남성 48분, 기혼여성 3시간1분이다. 가족이나 함께 사는 사람들을 돌보는 시간은 기혼남성 16분, 기혼여성 44분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문제는 속도이다. 사회가 변하는 속도는 빠른데 가정이 변하는 속도는 너무 느리다.
그리고 시간 단위로 쪼개보면 가사노동의 강도가 다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젠더 관점의 사회적 돌봄 재편방안 연구(I)’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 이하의 아동을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돌보는 동안 엄마가 담당하는 비율이 40% 이상이고, 아빠가 돌보는 비율이 10% 정도이다. 특히 오전 7시대에는 80% 이상의 아동을 엄마가 돌본다. 깨워서 뭐라도 먹여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보내야 하는 정말 바쁜 시간을 여성이 맡는다. 그리고 아동이 집에 돌아온 뒤의 시간도 여성이 돌보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다.
돌봄이 집중되는 시간은 여전히 여성의 부담이고, 맞벌이 부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기회가 있어야 능력도 생긴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개선은 분명히 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불평등의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기도 한다. 남성의 참여도가 높아진 것이 성평등을 이룬 듯한 상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봄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남성이 더욱더 적극적으로 돌봄을 분담하고 공적인 돌봄체계가 강화되어야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다는 점은 명확하다. 저출산이라는 어려운 과제도 지원금이 아니라 성평등한 문화가 형성될 때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할 수 있다는 주말부부 생활을 나라를 판 입장에서 하고 있지만 처지가 마냥 불리하지만은 않다. 남성이 돌봄을 전담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에게 점수를 따는 경우도 있으니. 물론 예전처럼 일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불안감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런 불안감이 남성에게만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성평등을 핵심가치로 삼고 내각을 구성할 때도 남녀 균형을 맞추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지금 구성되는 기구들의 면면을 보면 그 공약이 무색해진다. 인수위를 대신한다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여성 비율은 20%를 조금 넘는다. 내각 구성에서 여성 비율을 30% 이상 확보하겠다는 약속도 지키기 어려울 것 같다.
능력에 따라 뽑다보니 마땅한 인물이 없어서 그랬다고 나중에 변명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집 나간 각시는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일을 열심히 해서 건강이 걱정될 정도다. 사회적인 인정을 받고 자존감이 높았던 나도 집안일에 묶이니 움츠러드는 게 현실이다. 우리 집이 보편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능력이 기회와 맞물려 있다는 점은 너무나 명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