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전문변호사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2일 대통령 관저에서 여야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식 후 국회에서 각 정당 대표들과 오찬을 한 뒤 18일만에 원내 1·2당 지도부를 초청해 국정을 논의하는 장이 마련된 것이다.
당초 대통령실 참모들은 이번 회동을 다음달 초에 할 것을 건의했는데, 이 대통령이 “미룰 이유 없다”며 일정을 당길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국회를 존중하고 대화와 소통을 통해 정치를 복원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회동 의제도 따로 정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결과를 소개하고, 국정 과제와 각종 현안을 두고 여야 지도부와 기탄없이 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국이 직면한 대내외 상황은 엄중하다. 미국발 관세 등 통상 압력으로 경제에 적신호가 켜져 있고,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은 먹고사는 걱정이 어느 때보다 크다. 국익과 민생에는 여·야·정이 따로 있을 수 없고,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당장 지난 19일 정부가 경기 진작과 민생 회복을 위해 편성한 30조원 규모 2차 추가경정예산안은 여야가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아울러 다양하고 실질적인 민생 지원 대책이 제시되길 바란다. 이 대통령은 첫 조각과 순조로운 국정 출발을 위해 낮은 자세로 도움을 청하고, 야당은 할 말은 하고 국가적 위기 극복엔 대승적으로 협력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정치 본연의 역할은 민생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국민들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이번 회동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더욱 심각해진 여야 대결 정치를 대화·협력의 정치로 복원하는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여대야소 국회에서 정부·여당은 웬만한 법안을 뜻대로 처리할 수 있지만, 일방 독주로 여야 관계가 악화되면 임기 초반 국정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국정의 최종 책임자인 이 대통령이 먼저 손 내밀어야 한다.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일리 있는 얘기라면 국정 운영에 참고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야당도 막무가내식 국정 발목잡기로 일관할 게 아니라 민생 회복과 정치 복원에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여·야·정이 구동존이의 자세로 이번 회동에 임하길 바란다.
앞으로 계약서 없이 구두로만 외주용역을 진행한 국내 엔터테인먼트의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 5개 엔터테인먼트사의 하도급법 위반혐의 관련 동의의결을 최종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원상회복과 피해구제 등 스스로 마련한 자진 시정방안의 타당성이 인정되면, 공정위가 위법행위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5개사가 중소기업자에게 음반·굿즈·영상 콘텐츠 제작과 공연 무대와 조명설치 등을 위탁하면서 사전에 서면 계약서를 주지 않고 구두로 계약한 것에 대해 하도급법 위반 여부를 조사했다. 조사 과정에서 5개사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하도급 거래 질서를 개선하는 내용의 자진 시정방안을 마련해 동의 의결을 신청했고, 공정위는 2024년 12월 2일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했다.
이번에 확정된 동의의결을 보면 5개사는 앞으로 6개월 안에 표준계약서와 가계약서 안을 제출해 공정위의 검토를 받은 뒤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 특히 사전에 업무 범위나 대가 등을 확정하기 어려운 엔터 업계의 특성을 고려해 가계약서에는 가계약 체결 사유, 미확정 사항 확정일 등을 담아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계약 내용이 수시로 바뀌는 특성으로 인해 사전에 계약서를 발급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거래 상대방인 중소기업은 항상 계약해지·변경에 따른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담을 떠안았다.
동의의결에는 수기 계약이 아닌 전자서명을 기반으로 한 전자계약체결시스템을 1년 안에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계약별로 체결일과 계약기간, 대금, 지급기일 등을 목록화하고 검색할 수 있는 계약관리시스템 개선 방안을 3개월 안에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방안이 확정되면 1년 안에 개선을 마쳐야 한다.
5개사는 갑과 을 사이의 의무와 권리, 상생협력 지원방안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정위의 검토를 받은 뒤 홈페이지도 게시해야 한다. 이번 동의의결에는 5개사가 협력업체에 총 1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담겼다.
김태종 공정위 신산업하도급조사팀장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함께 5개사가 동의의결을 성실하게 이행하는지 면밀하게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스웨덴 정부 입양위원회 안나 싱어 위원장(웁살라대 국제사법 교수)이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1600쪽의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1970~2000년대 국제입양(해외입양) 산업에서 아동매매와 서류조작 등 위법성을 발견했고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결론 냈다.
스웨덴 국내입양은 당국의 엄격하고 철저한 관리로 유명하다. 반면 국제입양은 사적 기관의 비즈니스로 허용됐다. 위원회는 입양기관 아동복지 담당 부처가 오랫동안 위법성을 눈감았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스웨덴으로 국제입양된 사람들이 제출한 청원서와 스웨덴으로 아동을 송출한 국가들을 4년 동안 조사한 뒤 이 보고서를 냈다.
싱어 위원장은 회견에서 국가와 사적 입양기관 모두 인권을 침해당한 입양인들과 그 가족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지원책을 마련하고 이를 전담할 국가기관도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웨덴 정부가 앞으로도 아동 권리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면서 국제입양 중단을 요구했다.
현 스웨덴 총리 책임론도 대두됐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2000년대 초 스웨덴 최대 입양 기관이자, 이 보고서에 중대한 불법 행위를 저지른 책임이 있는 것으로 명시된 ‘입양센터’의 최고 책임자였다.
서유럽 대다수 국가에서 국제입양 조사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완료됐다. 가난한 나라 고아를 부유한 나라 부모가 구제한다는 신화의 장막이 걷히며 국제입양은 아동매매와 납치 같은 범죄 용어로 대체되고 있다.
한국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이 사태의 몸통이 한국이다. 스웨덴은 1970년대부터 약 6만명의 아동을 입양해 왔는데, 6분의 1이 한국 출신이다. 이들은 입양인 권리운동 1세대의 주축이기도 하다. 이들이 20대에 이르렀던 1980년대, 세계 최초로 국제입양인 단체를 만들기도 했다. 그 이후로 끊임없이 입양된 나라의 정부와 자신들을 내보낸 한국에 뿌리 찾기와 정체성 알권리를 호소해왔다.
한국 사회는 어떠한 자극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머리를 모래 속에 박고 무시하면 그냥 다 지나가 버릴 것이라고 다 같이 담합을 한 듯한 모습이다.
스웨덴 입양인들 사이에 유명한 편지가 있다. 1975년 한국 보건사회부 장관이 스웨덴 입양 부모들에게 보낸 편지다. 기부금 감사 인사가 첫머리에 등장한다.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겠다는 의사도 명확히 밝힌다. 무지함과 몰염치는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 발전에도 변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7월에도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우리 아이들을 입양해주는 해외기관에 정기적으로 감사 편지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국제입양 아동을 받는 국가는 수령국, 보내는 국가는 송출국이라 한다. 나는 3년 전부터 서유럽 수령국 정부를 대상으로 법제 자체의 위헌성과 인권침해를 두고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수령국 사람들은 한국으로부터의 입양은 안전하고 투명하고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 국가로 지목되는 나라들에서는 길거리에서 엄마 품에 있는 아이를 납치하는 엽기적 사례까지 등장한다. 한국은 정부로부터 허가까지 받은 대기업과 같은 입양기관이 아이들을 ‘고아’로 신분 세탁하는 완벽한 서류작업, 예방접종을 비롯한 촘촘한 건강기록, 입양기관 관리 아래 위탁모 가정 보호까지 담보한다. 아동을 대규모로 송출하는 유일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이니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동 송출을 해선 안 된다는 게 1980년대부터 국제사회 상식이자 규범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나는 그들에게 반문했다. 왜 당신들은 한국 같은 나라가 여전히 아동을 송출하는 배경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나? 인권 보호를 외교정책 목표로 삼은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왜 이 문제는 눈감고 귀 닫고 있는가?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다. 그들은 지금 공식 보고서로 답하고 있다.
나는 한국이 스스로 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70년간 20만명을 내보내면서 변화에 저항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만명이 사는 수령국에서 시작되는 변화에 희망을 걸어 본다. 그 나라들이 자국민인 입양인들을 대변해 한국에 제대로 된 압력을 전해야 한다. 우리에게도 궁극적으로는 좋은 일이다. 국민을 버리는 나라, 아이를 파는 나라가 아니라 사람이 오는 나라, 사람을 지키는 나라로 회복되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