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20대 장맛비가 온다니 지붕에 올라가 빗물받이 낙엽들 털어내고, 큰비가 내릴 때마다 바닥이 질겅질겅한 포도밭 고랑을 삽으로 단도리. 몸을 부렸으니 노곤하여 술술 잠이 잘 올 텐데, 요새 밤마다 ‘꿈 동무, 잠 손님’이 쉽게 오지를 않는다. 생각만 많고 말이야. 희극배우 W C 필즈가 말하길 “최선의 불면증 치료는 오로지 잠을 많이 자는 것뿐이다”. 정확한 정답이다만, 혈압을 확 솟구치게 만드는 말이기도 해. 야식을 즐기진 않는데, 배가 부르면 포만감에 잠이 올지도 모른다고 누가 그래서 라면을 끓여 보기도 했다. 속만 부글부글하고 아침에 얼굴은 호빵맨처럼 부어있덩만.
‘신라 면세점’ 말고 ‘신라면 세 점’ 고작 그거 탐했다고 죗값이 너무도 크고 무겁더라.
잠을 많이 자면 ‘잠보’라고 놀린다. 베개에 머리만 댔다 하면 코부터 골기 시작하는 인간들을 보면 참 대단해 보인다. 꿈속 세상에서 잘 지내는 잠보가 되고 싶어.
아프리카 케냐의 스와힐리어권에선 잠보가 한글과는 전혀 다른 뜻이다. ‘잠보 잠보 브와나’라고, ‘안녕하세요’라는 환영의 인사말이다. 꿈이 죽음 저편의 저승이 아니고, 그도 누군가 다정히 인사를 내밀며 반겨준다면 꿈조차 다디달겠지.
잠결에 어렴풋 만난 가족들, 헤어진 가족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산 즉석 호두과자를 나눠 먹었던 여행길. 온 가족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도착하던 고향 집. 꿈속에서나마 만나고 싶지만 불면이 방해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사람에게 불면증은 가장 고통스러운 병이라고 한다.
잠보 잠보, 그대와 나, 장마통에 떠내려가지 않으며 안녕할 수 있길 바라. 단꿈을 꾸며 지내길 바라.
전남도 학생선수단이 대한민국을 대표해 ‘제23회 전미주한인체육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한다.
19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전남 학생선수 19명이 20일부터 22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리는 ‘제23회 전미주한인체육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이날 출국했다. 학생 선수단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1972년 대회 창설 이후 5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전미주한인체육대회’는 미국 최대의 한민족 체육교류 행사다. 전남에서는 골프, 수영, 볼링, 육상 등 4개 종목에 총 19명의 학생선수단이 참가했다.
광양하이텍고 2학년 최지우 학생은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가지만, 마음은 꿈을 향해 날아가는 기분이다. 육상 국가대표를 꿈꾸는 저에게 이번 경험은 큰 디딤돌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함평골프고 2학년 반민정 학생은 “해외 골프 마케터를 꿈꾸는 저에게 이번 경험은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 같다. 사전캠프에서 책을 읽고 진로 플래너를 작성하며 꿈을 더 구체화할 수 있었고, 미국에서 한인 교포들과 소통할 생각에 설렌다”고 밝혔다.
전남교육청은 대회 출전을 앞두고 선수단의 진로 의식과 세계 시민 감각을 높이기 위한 역사·문화 등 ‘글로컬 교육’을 진행해 선수단의 선수단에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전남교육청은 이번 대회 참가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교육기관과의 전략적 연계, 진로·진학 연계형 글로벌 역량 강화 등 글로컬 미래교육을 위한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대중 교육감은 “이번 대회는 학생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전남교육이 추구하는 ‘세계를 향한 교육, 미래로 가는 힘찬 여정’의 출발점”이라며, “앞으로도 우리 학생들이 더 넓은 세상 속에서 더 높은 꿈을 꿀 수 있도록 세계 경험과 진로 탐색의 기회를 아낌없이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귀농을 처음 고민한 건 10여년 전이었다. 전남 해남에서 농지를 구입해 농사를 시도해 보기도 했고, 경기 양평에서 사계절을 살아보며 농촌의 현실을 체험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의 질문이 또렷해졌다. 귀농은 계속되는데, 왜 농촌은 사라지는가?
통계를 보면, 2018년 이후 5년간 청년 9113명이 귀농했고, 2023년 한 해에만 2449명이 새롭게 유입됐다. 그러나 같은 5년 사이에 누적된 전체 청년 농업경영주는 오히려 2185명 줄었다. 유입보다 이탈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귀농 정책이 유입에만 집중한 결과, 귀농은 늘었지만 실질적인 농업 인구는 줄었다. 이는 유입 중심 정책이 정착을 담보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세대 전환’ 실패에 있다. 30대 청년 귀농인들이 40대로 성장해 농업을 지속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코호트 붕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상적인 흐름은 정착한 30대 귀농인이 40대 농업 경영주로 성장해 농촌의 중간층을 이루는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해당 코호트가 붕괴해 사라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10년 내로 농업경영주의 절반이 줄어들 것이다.
정착은 행운이 아니라 설계된 구조의 결과다. 프랑스는 ‘농촌건설토지정비회사’를 통해 농지 거래에 공공 기준을 적용한다. 일본은 ‘농지중간관리기구’ 특례사업을 통해 농지를 집약해 청년과 농업법인에 장기 임대한다. 이는 정착을 기준으로 정책을 설계한 사례다.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농지를 구할 때, 부동산 정보 접근은 제한적이었고 거래 과정은 공인중개사에 의존해야 했다. 이 경험은 농지 거래에 공공적 기준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체감하게 했다.
귀농 정착을 위한 새로운 농촌 모델은 주거, 경제, 관계, 자기설계라는 네 가지 기초 위에 세워져야 한다. 이것은 사람이 농촌에 머물 수 있게 만드는 핵심 조건이다. 농촌은 영농 창업지가 아니라 계속 살아가야 하는 터전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주거’ 부문에선 장기 임대형 및 조합 소유 공공주택이 확대 보급되고, 조합과 연계된 대출 지원 프로그램도 제공돼야 한다. ‘경제’는 단순 영농 지원이 아니라 지역 농산물 가공 유통 협동조합, 마을 단위 스마트팜, 귀농인·지역민 간 일자리 매칭 시스템 등으로 확장해야 한다. ‘관계’는 신규 귀농인과 선배 귀농인, 기존 주민 간의 멘토링 체계, 공동 프로젝트 참여 제도 등으로 연결해야 한다. ‘자기설계’는 농업 외 소득 활동, 도시·농촌 간 유연한 생활 연계 프로그램 등을 말한다.
새로운 농촌 모델의 기본 단위는 약 300~500명 규모의 ‘귀농 플랫폼’이다. 이는 경제적 자립을 위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 설립 단위로, 진입 비용을 낮추고, 지속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하며, 이웃의 협력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 또 다양한 경제 활동과 역할 분담이 가능하며, 자본 형성에 유리한 농촌형 ‘휴먼 스케일’을 제공할 수 있다.
이 플랫폼은 기존 마을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공존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이나 생협 단위의 공동 거버넌스를 구성해야 한다. 귀농인과 기존 주민은 개별 생활권을 유지하면서도 농기계 공유, 공동 판매, 인프라 운영 등에서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다. 이는 귀농 공동체의 지속성과 회복력을 높이는 시스템이 된다. 또한 이 모델은 기존 지원 정책의 긍정적 요소를 개인 중심에서 공동체 중심으로 확장·보완하는 접근이 된다.
덧붙여 농촌 설계는 완결이 아니라 조정 가능한 구조여야 한다. 공간과 관계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여백’이 필요하다. 실패 후 재도전 경로를 열어주는 구조, 계절 단위의 순환 거주, 농촌·도시 연계 모델 등으로, 단일한 경로가 아닌 ‘다양한 궤도’로 설계해야 한다. 농촌의 지속성은 완벽한 모델이 아니라 포용하는 여백에서 나온다. 농촌을 지속하려면 귀농 정책 구조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