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하고 참담하네요.”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에서 만난 이상복씨(84)는 불타버린 사찰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했다.의성 산불은 ‘천년고찰’ 고운사도 집어삼켰다. 신라 신문왕 1년(68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이 절은 경북을 대표하는 사찰이다.지난해 7월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는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가운루는 계곡을 가로질러 건립한 누각 형식의 건물로 기존 사찰누각과는 다른 독특한 구조를 보인다.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어 학술적, 예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을 받았다.가운루 주변에는 숯처럼 변해버린 나무 잔해들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가고 있었다. 사찰 관계자들이 가운루를 화마에서 지키기 위해 사용한 소방호스도 잿더미에 파묻혀 녹아 있었다. 2020년 국가 보물로 지정된 조선시대 건축물 연수전도 사라졌다. 연수전을 상징하던 선명하고 아름다운 단청은 온데간데없었다. 무너진 범종각 사이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