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내구제 “진짜 약국을 만들자!”인문학공동체 공부가 마을경제에 꽂혔을 때 작업장을 만들었고, 청(소)년에 꽂혔을 때 마을학교를 만들었던 것처럼, 양생이 새로운 화두가 되었을 때 마을약국을 떠올렸다. 때마침 회원 중에 약사도 있지 않은가. 무모함에 가까운 용기, 돈은 쌓아두는 게 아니라 순환시켜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윤리, 거기에 언제나 기꺼이 보태는 손들이 있으니 모든 게 일사천리였다.세상에 단 하나뿐인 진짜 약국을 만들자. 처방전 조제 대신 상담을 위주로 하고, 약보다 일상의 변화를 더 중시하며, 자기 몸을 스스로 돌보는 사람들의 네트워크인 약국. 이른바 ‘사람과 글과 약이 있는 인문약방’이 우리 포부였다. 약국엔 영양제만큼이나 책을 진열했고, 약사와 손님을 구분 짓는 매대 대신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4인용 테이블을 놓았다. 마침내 이름을 ‘일리치 약국’이라 짓고, 이반 일리치의 얼굴을 크게 만들어 간판을 달았다. 뿌듯했다.그러나 카센터 골목 귀퉁이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