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6일 헌법재판관 겸 헌법재판소장에 김상환 전 대법관을 지명하고, 헌법재판관에 오영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내정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인선을 발표했다.
강 비서실장은 김 헌재소장 지명자에 대해 “헌재 헌법연구관과 대법관을 역임한 법관 출신으로 헌법과 법률 이론에 해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헌법 해석에 통찰력을 더해줄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오 헌법재판관 내정자에 대해서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역임한 판사”라며 “법원 내에서도 손꼽히는 탁월한 법관으로 헌재의 판단에 깊이를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4월 퇴임한 문형배·이미선 전 재판관의 후임이다. 강 비서실장은 “위험수위에 달했던 헌재 흔들기를 끝내고 헌법재판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독립성을 더욱 높이려는 인사”라며 “이번 인사는 헌재 회복을 위한 새 정부의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인선에 대해 “우리 국민이 만든 위대한 빛의 혁명은 오직 헌법정신에 근거한 것이고 이제 더 좋은 헌법 해석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희망이 우리 헌법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강 비서실장이 전했다.
김 헌재소장 지명자는 이날 입장을 내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적 가치를 지켜온, 헌법재판소의 길에 동참할 기회가 주어져 부족한 저에겐 큰 영예”라며 “무거운 책임감으로 청문과정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헌법재판관 후보로 거론됐던 이승엽 변호사는 “본인이 고사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이 변호사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사건 재판에 변호인으로 활동해 헌법재판관 적격성을 두고 논란이 있기도 했다.
이날 국세청장을 비롯한 차관급 6명의 인선도 발표됐다. 국세청장에는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정됐다. 강 비서실장은 임 내정자를 두고 “서울지방국세청장과 국세청 차장을 역임한 조세행정 전문가”라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활동을 통해 더 넓어진 시야를 바탕으로 공정한 조세 행정과 납세자 보호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장은 차관급이지만 인사청문회 대상으로 임 내정자가 최종 임명되면 현직 의원 출신 첫 국세청장이 된다.
국방부 차관에는 이두희 전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사령관이, 보건복지부 1차관에는 이스란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이 임명됐다. 각각 “야전과 정책부서를 두루 거친 국방 전문가”“대표적 연금 전문가”라는 점이 발탁 배경이라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환경부 차관에는 금한승 국립환경과학원장이, 고용노동부 차관에는 권창준 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이 임명됐다.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에는 남동일 공정위 상임위원이 임명됐다.
국세청장직을 제외하고 이날 임명된 5명의 차관급 인선은 각 부처에서 경험이 풍부한 조직 내부 인사가 기용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강 대변인은 “앞으로도 이재명 정부는 각 분야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일하는 정부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내란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겠다고 해 체포를 면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사진)이 하루도 안 돼 “비공개 조사가 아니면 조사받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특검팀은 전직 대통령 소환 사례를 거론하며 체포영장 재청구 가능성으로 맞받았다. 양측의 기싸움이 첨예해지며 28일로 예정된 조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박지영 특검보는 26일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 측에서 조사 당일) 지하주차장으로 출입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요구 수용을 하지 않으면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전날 밤 “피의자가 특검의 출석 요구가 있을 경우 이에 응할 것을 밝히고 있다”며 특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조사에 응하겠다고 한 만큼 체포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취지였다. 이에 특검팀은 ‘28일 오전 9시 서울고검 청사에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 측도 언론에 “당당하게 응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비공개 소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건강상 이유를 들며 소환 시각도 오전 10시로 미뤄달라고 했다.
내란 특검은 이 사실을 즉시 공개하며 윤 전 대통령을 압박했다. 박 특검보는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노무현 어느 누구도 (검찰 소환 시) 지하주차장을 통해 들어온 적은 없다”고 했다.
특검팀은 체포영장을 다시 청구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 측 입장은) 출석조사를 사실상 거부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며 “이런 경우라면 누구라도 형사소송법에 따른 절차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특검은 소환 시각을 1시간 늦춰달라는 요구는 수용하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28일 조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특검으로선 윤 전 대통령 소환조사 성사 여부가 향후 수사의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어 영상녹화 장비 설치, 질문지 마련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당시 현장에 있던 국무위원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시 회의에서 비상입법기구를 위한 예비비 편성을 지시하는 내용의 문건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고, 다른 국무위원에게도 각자 임무를 적은 문건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경향신문 등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고 이를 소방청에 하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체포영장 집행 저지나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외환죄 의혹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할 계획이다. 윤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 분석 작업도 하고 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수시로 불러 조사할 계획도 세워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이 야간조사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다른 범죄 피의자들과 달리 조사 횟수에서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어릴 때 잃어버린 딸이 해외에 입양됐다는 사실을 44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된 가족들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국가의 총체적 불법과 직무유기로 수십년간 생이별의 고통을 겪었다”고 했다. 1970~1980년대 정부가 민간단체를 통해 해외로 입양시킨 아동이 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묻는 첫 소송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재판장 김도균)는 24일 신경하씨의 어머니 한태순씨와 신씨의 동생 2명 등이 국가와 입양기관 등을 상대로 낸 6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1975년 만 5세였던 신씨는 충북 청주시에서 실종됐다. 실종 두 달 만에 입양기관에 인계됐고, 7개월 뒤 미국으로 보내졌다.
한씨는 딸의 실종 다음날 바로 경찰에 신고했으나, 신씨가 해외로 입양된 사실은 전혀 몰랐다. 가족들은 전단 배포,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수십년간 행방을 찾아헤맸다. 한씨는 2019년 10월에야 한인들의 DNA로 친부모를 찾아주는 비영리단체 ‘325캄라’를 통해 신씨와 만나면서 비로소 딸의 해외 입양 사실을 알게 됐다.
가족들은 국가의 책임을 묻기 위해 지난해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한씨 측 황준협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서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들은 수사 절차를 위반하고, 미아 신고 접수 시 수배 등 적극적으로 행동할 의무가 있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정상적 프로세스가 작동했다면 충분히 찾을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아 비극적 결과가 생겼다”고 했다. 이들은 당시 입양을 진행한 홀트아동복지회에 대해 “미아라는 사실을 알았을 수 있는데도 연고자를 찾으려는 노력 없이 입양을 추진했다”고 했다.
국가 측 대리인은 “원고들은 국가가 옛 아동복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법은 시장 등 지자체장에 대해 규율하는 법 조항”이라며 “국가가 책임질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실종된 신씨에게 임의로 생년월일과 이름을 부여하고 홀트에 인계했던 충북 제천영아원 관계자는 “이 사건 관련 내용을 확인할 당사자들 기억은 물론 기록도 아무것이 없어 실체를 알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사실조회 결과 등을 확인해 추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