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과 LS마린솔루션이 25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이 주도하는 ‘한·일 해저통신망 구축 프로젝트’(JAKO)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JAKO 프로젝트는 부산과 후쿠오카를 잇는 총 260㎞ 구간에 광케이블을 활용한 통신망을 구축하는 대규모 해저통신 인프라 사업이다.
MS, AWS, 한국 드림라인, 일본 아르테리아 네트웍스 등 국제 테크기업과 통신사들이 협력체를 구성해 추진한다. 올해 착공해 2027년 완공될 예정이다.
LS전선은 국내 전선업계에서 처음으로 국가 간 해저통신망 사업을 턴키(설비부터 완공까지 모든 과정을 한 업체가 일괄적으로 책임지는 것) 방식으로 수주했다. LS마린솔루션은 이 사업에서 해저케이블의 시공을 맡는다.
LS전선은 “이 프로젝트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 확대에 따라 빠르게 늘어나는 데이터 전송량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라며 “한국이 국제 통신거점으로 도약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LS전선은 이 사업으로 ‘동북아 디지털 고속도로’의 핵심축을 구축하고, 기존의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에 이어 디지털 인프라 시장의 국제적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주완섭 LS전선 통신·산업솔루션사업본부장은 “글로벌 클라우드·통신 기업의 핵심 인프라 사업에 국내 기업이 직접 참여한 뜻깊은 사례”라며 “LS전선과 LS마린솔루션은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고 해저 인프라 시장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공의 복귀해도 ‘의료 정상화’ 첩첩산중
지난해부터 전공의 집단사직을 이끌며 강경 노선을 고수해온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사퇴한다고 밝혔다. 최근 전공의 일부가 대전협의 ‘불통 행보’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빅5’ 병원 전공의 대표 중 일부가 그를 공개 비판하는 등 리더십이 훼손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사이에서 정부·국회와 소통하며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의·정 갈등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박 위원장은 이날 각 병원 전공의 대상 공지에서 “모든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지난 1년 반,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했으나 실망만 안겼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것이 내 불찰”이라며 “모쪼록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2023년 9월 대전협 회장에 선출됐고, 지난해 3월 정부의 의대생 증원 방침에 반발해 대전협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자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해왔다. 그는 지난해 4월 총선 전날 윤석열 전 대통령과 면담한 이후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고 올리는 등 강경 노선을 주도했다.
최근 의료계에선 박 위원장과 대전협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터져나왔다. 지난 19일 원광대병원 사직 전공의 김찬규씨를 포함한 전공의 30여명은 박 위원장과 대전협의 폐쇄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겨냥해 “우리가 비난했던 윤석열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복귀를 원하는 사직 전공의 200여명은 “저희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대한의사협회와 대전협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며 전공의 복귀에 힘써달라고 요구했다.
박 위원장의 사퇴는 2년째 표류하는 의·정 갈등의 국면 전환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2월 말 전공의 집단 사직·의대생 휴학 이후로 정부는 여러 차례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복귀 기회를 제공했지만, 대전협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철회 등 ‘전공의 7대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았고 의대 교육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단체 차원에서 복귀를 거부했다.
대전협 내 일부 전공의들은 26일 새로운 비대위원회 구성을 위한 임시 대의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성존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대표 등 ‘빅4’ 병원 대표 4명은 입장문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지금이야말로 파행을 멈추고 무너진 의료를 회복할 수 있는 적기”라며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협상을 위한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공의·의대생이 단체로 복귀를 결정해도 현실적인 문제가 적잖게 쌓여 있다. 수련병원은 7~8월 중 수련의 지원자를 모집하는데 하반기 모집은 상반기 모집 이후 결원에 한해 이뤄지므로 상반기에 정원이 다 찬 병원이나 전공은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또한 전공의들은 군입대한 사직 전공의들이 기존 자리로 돌아와 수련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새로운 특례 조치가 필요하다. 의대생도 본과 4학년의 경우 7월에 복귀한다고 해도 의사 국가시험 응시를 위한 실습 시간 52주를 채울 수 없다. 의대생의 전원 복귀를 위해서는 규정을 바꾸는 수준의 대대적인 특혜를 부여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일단 정부는 전공의나 의대생에 대한 추가 특례는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이날 “현재로서는 특례 등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때 흔히 사용하던 말이었는데 어느새 찾아보기 어렵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예상치 못할 만큼 큰 숫자나 내용을 말할 때 앞에 붙곤 하던 ‘물경(勿驚)’도 그렇다. 놀라울 정도로 대단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충격을 완화하려고, 혹은 오히려 기대를 더 크게 하려는 의도로 “놀라지 마시라, 자그마치…”라며 뜸 들이는 표현이다.
일본어에서 온 게 분명해 보이긴 하지만, 이 말이 덜 쓰이게 된 이유가 그것만은 아닌 듯하다. 혹 사람들이 점차 그 무엇에도 별로 놀라지 않게 되어서 그런 건 아닐까?
불과 2년 반 전 미국의 한 기업이 만든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의 출현이 세상을 놀라게 했는데, 그 뒤로 한 달이 멀다 하고 경천동지할 기술들이 쏟아지고 있다. 글은 물론 음악과 영상을 생성해 내고 웬만한 조직을 대신할 행정 능력까지 장착한 인공지능의 등장에, 이젠 놀라기도 지친다. 그 기술의 개발에 필요하다는 천문학적인 예산에 또 한번 어안이 벙벙해질 뿐이다.
그 와중에 이 땅에 선포된 황당하기 짝이 없는 계엄령은 또 어떤가.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지새운 그 밤을 잊을 수 없거니와, 더 놀라운 일은 그 뒤에 계속되었다. 기상천외한 논리로 법을 해석하며 그 법의 이름으로 빠져나가는 이들을 보며, 이젠 무슨 짓이 자행되어도 놀랍지 않을 정도가 됐다. 요 며칠 날아드는 뉴스는 더욱 참담하다. 공적 절차 없이 대통령의 엄포와 결정만으로 엄연한 주권 국가의 영토에 폭격을 가하고, 그 소식이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발표되는 일이 일어났는데, “트럼프가 트럼프했네”라는 반응이 앞선다.
세계를 전쟁의 비극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위 앞에서도 의외로 크게 놀라지 않는 듯하다. 다들 이제 놀라움에 이력이라도 난 것일까.
놀라야 마땅한 일에 놀라지 않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온갖 상식이 무너져 내려 힘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벌일 수 있는 시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력이 난다’고 할 때의 이력(履歷)은 ‘많이 겪어 보아서 얻게 된 슬기’를 뜻한다. 세상이 우리를 놀라움마저 무뎌질 만큼 몰아세우더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진정 놀라워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슬기롭게 분별해 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