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혼전문변호사 지난달 31일 발레리나 조연재(30)는 자신이 국립발레단 내 최고 등급인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는 소식을 사내 공지를 먼저 본 친구에게 전해 들었다. 2018년 가장 낮은 등급인 코르드발레2로 입단한 지 7년 만, 솔리스트 승급 1년 만의 일이었다.낌새도 없었고 예상도 못했다. 오히려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조연재는 <백조의 호수> <인어공주> <라바야데르> 등 지난해 국립발레단 대부분 작품에서 주역으로 활약했지만, 수석무용수 정원은 8명이었다. 누군가 퇴단하지 않으면 승급은 없었다. 국립발레단과 강수진 단장의 선택은 간단했다. 조연재 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원을 9명으로 늘린 것이다.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 국립예술단체연습동에서 조연재를 만났다. 최고 수준에 오른 많은 무용수가 그러하듯, 조연재도 발레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이었다. 발레 이외의 생활은 거의 없으며, 있다 해도 그 역시 더 좋...
지난달 ‘동의 없는 성교는 강간’으로 정하는 형법 개정안, 이른바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 2건이 각각 5만여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넘겨졌다. 청원은 강간죄 구성 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정한 현행 형법을 고쳐 피해자 ‘동의 여부’를 구성 요건으로 정하라는 것이다. 청원인은 “현행법은 강간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해 피해자 보호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시민 10만여명의 염원이 다시 모이면서 비동의강간죄는 22대 국회에서도 논의될 기회를 잡았다.비동의강간죄 도입을 요구하는 이들의 취지는 ‘성범죄 현실을 법에도 반영하자’는 것이다.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강간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현행법 체계에서, 피해자는 ‘진짜 피해자’임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수사기관과 재판부, 이웃조차도 피해자에게 “얼마나 격렬하게 저항했는지”를 묻는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가 2022년 전국 성폭력상담소 119곳에 접...
비동의강간죄 도입에 반대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내세우는 주장은 ‘성폭력 무고죄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남초 커뮤니티 등에서 “비동의강간죄가 도입되면 무고죄로 억울하게 수사를 받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거나 “강간으로 고소당하지 않으려면 성관계 전 동의했다는 확인서를 써야 한다” 같은 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모든 남성이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한국여성의전화 소모임 ‘평등남’에서 활동하는 남성 회원 장미씨(30·가명)는 비동의강간죄 도입에 찬성한다. 장미씨를 지난해 12월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만났다. 장미씨는 “성폭력 무고율이 굉장히 낮다”며 “주변 남성 지인들과 얘기해보면 비동의강간죄를 들어본 적도 없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비동의강간죄 논의가 나올 때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쏟아지는 반대 여론이 ‘괴담’ 수준으로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다.2017~2018년 실시된 대검찰청·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를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