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대출 한국 세관 직원과 마약업자의 유착의혹을 수사하던 경찰이 외압을 받았다는 이른바 ‘세관 직원 마약 연루 및 수사 외압’ 수사가 성과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해당 의혹의 증거를 찾지 못해 조만간 무혐의 불송치 처분을 할 예정이다.1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말레이시아 마약 유통 조직원을 통해 국내로 대량의 필로폰을 들여왔다고 의심되는 한국인 총책 A씨(46)와 여러 세관 관계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왔으나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2023년 9월 백해룡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은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원으로부터 약 834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압수했는데, 조직원들로부터 ‘밀반입 당시 세관 직원들이 도움을 줬다’는 진술이 나와 수사를 벌였다. 이어 이 과정에서 조병노 경무관(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 등 경찰 수뇌부와 관세청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고 폭로했다.외압 의혹 수사는 서울...
시도(39)는 경남 산청의 간디고등학교 3년차 선생님이다. 간디학교는 ‘자연 속에서 더불어 살며 당당하게 나의 길을 찾아가는 작은 학교’라는 슬로건을 건 대안학교다.‘남학생들은, 남자들은 왜 여성혐오가 담긴 욕을 할까. 교사라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더 깊이 알게 해야 하지 않을까.’ 안타깝기도, 답답하기도 했던 시도는 2023년 학교에서 남학생들의 페미니즘 동아리 ‘도전한남’을 만들었다. 6개월 후 여학생들의 페미니즘 동아리 ‘여유림’도 만들어지면서 간디학교에서는 두 동아리가 함께 토론 수업을 한다. 몇 차시의 수업보다 더 나아간 동아리 속 토론 수업에서는 어떤 교육이 이뤄질까. 대안학교 간디학교의 활동은 많은 일반 학교에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시도 선생님의 성평등 교육 이야기를 4회차의 ‘입주자 프로젝트’ 연재로 싣는다. 2회는 ‘시도 선생님이 동아리를 시작했던 날’ 이야기다.키가 작거나 마른 체형...
“허상의 그림이 아닌 공간의 영역을 소유한 실상으로서 회화의 옷을 입고 빛 앞에 서자!”신성희 작가(1948~2009)는 2005년 작가노트에 이렇게 썼다. 회화가 가진 평면성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신성희는 먼저 자신의 그림을 가위로 잘라버렸다. 일정한 간격으로 잘린 색띠로 변해버린 그림들을 한쪽에 걸어놓고 거미가 거미줄로 집을 짓듯 엮었다. ‘누아주’(엮음 회화) 시리즈다.신성희의 개인전 ‘꾸띠아주, 누아주’가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현대갤러리 전시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붓 아래로 물감처럼 흘러내린 천 뭉치들을 볼 수 있다. 평면 캔버스를 자르고 엮어 입체적 회화로 나아갔던 그의 ‘누아주’ 작업이 설치 작품으로 진화한 순간이다. ‘공간의 영역을 소유한 실상으로서의 회화’라는 신성희의 말처럼, 붓에서 캔버스 천들이 그물처럼 공간을 형성하며 흘러내린다. 액션 페인팅과 유사한 기법으로 추상 회화를 그렸던 그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