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꿈 나는 옷에 배었던 먼지를 털었다.이것으로 나는 말을 잘할 줄 모른다는 말을 한 셈이다.작은 데 비해청초하여서 손댈 데라고는 없이 가꾸어진 초가집 한 채는<미숀>계, 사절단이었던 한 분이 아직 남아 있다는 반쯤 열린 대문짝이 보인 것이다.그 옆으론 토실한 매한가지로 가꾸어 놓은 나직한 앵두나무 같은 나무들이 줄지어 들어가도 좋다는 맑았던 햇볕이 흐려졌다.이로부터는 아무데구 갈 곳이란 없이 되었다는 흐렸던 햇볕이 다시 맑아지면서,나는 몹시 구겨졌던 마음을 바루 잡노라고 뜰악이 한 번 더 들여다 보이었다.그때 분명 반쯤 열렸던 대문짝.김종삼(1921~1986)김종삼 시인은 작게 말하고, 적게 말한다. 이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옷에 배었던 먼지”를 턴 후에 “이것으로 나는 말을 잘할 줄 모른다는 말을 한 셈”이라고. “먼지”와 “모른다”라는 말 사이에는 어떤 간극이 있을까. 시인은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작은 초가집 앞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