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레플리카 군복무 때였다. 부대 아래에서 산불이 났다. 부대에는 비상이 걸렸다. 산불을 끄기 위해 동원됐다. 이병. 혈기왕성하던 때였다. 삽 한 자루 달랑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불은 까마득한 밑에 보였다. 불기둥도 자그마했다. 산불이 난 쪽으로 내려서려는데 아래로부터 훅 하고 견디기 어려운 열기가 얼굴을 덮쳤다.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야 이병들은 옆으로 비켜.”산불 진화 경험이 많다던 강원도 출신 중사가 크게 손짓하며 고함쳤다. 산불은 바람을 등지고 끄는 거라고 했다. 경험 없는 이병이 뭘 알았겠나. 산불의 열기가 그 정도인 줄. 산불에 맞서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것을.짧은 경험이었지만 산불이 무섭다는 것을 그때 제대로 알았다.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언양에 난 대형 산불을 보며 30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도로 양측 산기슭이 벌건 화염에 휩싸이고, 불덩이가 유령처럼 날아다니는 장면도 유튜브 동영상에서 봤다. 그 정도라면 차량은 뜨겁게 달궈졌고, 타이어는 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