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당일 지난해 서울 마포구 건설현장에서 숨진 고 문유식씨(사망 당시 72세) 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현장소장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유가족은 “실형은 유지됐지만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향한 싸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정성균)는 12일 열린 2심 재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전보건총괄책임자 박모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건설사 인우종합건설에는 1심과 마찬가치로 벌금 2000만원이 부과됐다.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되기 5일 전 발생한 사고라서 건설사 대표는 기소되지 않았다.
앞서 재판부는 1심에서 현장소장 박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유족 측 손익찬 변호사는 “(감형은)피고인이 날이 추우니 작업하지 말라고 지시한 사실과 피해자가 추락한 곳의 높이가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박씨와 합의를 거부하고 엄벌을 촉구해왔다. .
문씨는 지난해 1월22일 인우종합건설의 서울 마포구 근린생활시설 공사 현장에서 사고를 당했다. 그는 바퀴가 달린 이동식 비계 위에서 미장 작업을 하다가 1.88m 아래로 추락했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 손상 진단을 받았고 일주일 뒤인 같은 달 29일 숨졌다.
검찰 공소장 등을 종합하면 사고 당일 인우종합건설은 문씨에게 안전모를 지급하지 않는 등 안전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이동식 비계에는 안전난간이 없었다. 이 비계는 평평하지 않은 계단참 위에 설치됐는데, 이동 또는 전도를 방지하기 위한 아웃트리거(전도방지대)도 설치되지 않았다. 인우종합건설은 1심 선고 이후 ‘문씨가 평소 술을 자주 마셨다’는 등 사고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의 딸 혜연씨는 이날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형이 유지된 것에 안도했다”면서도 “진정한 사과 없이 항소심에 이른 피고인에게 형량이 감경된 선고가 내려진 점은 재판부가 유가족의 목소리를 외면한 것과 같다”고 했다. 그는 “이 싸움은 아버지 한 사람의 죽음만이 아닌 한국 사회가 반복되는 노동자의 죽음에 얼마나 무감각한지를 보여줬다”며 “더 이상 죽지 않아도 되는 일터, 유족이 거리로 나서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위해 앞으로도 싸움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