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행사 원자력, 태양광, 풍력, 수소를 아우르는 무탄소 전기 사용 확대로 첨단산업 발전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은 장기 전력 공급 청사진인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확정됐다.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전력정책심의회를 열고 2024~2038년 적용되는 11차 전기본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15년간 적용되는 전기본은 장기 수급 전망을 바탕으로 발전 설비를 어떻게 채울지를 담은 문서로 2년에 한 번 업데이트된다.11차 전기본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 발전,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 전기차 보급 확대 등 전력 수요 확대를 감안했다. 이를 바탕으로 원자력, 태양광, 풍력, 수소 등 무탄소 에너지를 중심으로 전기 수요를 충족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정부는 11차 전기본에서 전기 수요가 연평균 1.8%씩 빠른 속도로 증가해 2038년 목표 수요가 129.3GW(기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한여름과 한겨울을 중심으로 한국의 최대 전력 수요...
입을 벌리면 하늘에서 흩어지던 싸락눈이 혀에 닿는다. 닿자마자 사라진다. 하늘 조각은 아무 맛도 나지 않는구나. 입술을 뗀 채로 미숙은 눈밭을 뛰어다닌다. 미숙은 여섯 살이다. 흘러내리는 콧물을 몇 방울 삼키며 그게 눈 맛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새빨간 모자를 쓰고 있어서 그렇지, 그의 귀는 홍시만큼 붉고 차다. 상관없다는 듯 눈사람의 코를 만들고 있다. 코가 계속 떨어져 나가는 게 속상하다.시간이 흘러 미숙은 잘 다린 옥스퍼드 셔츠 위에 코트 입은 친구와 걷고 있다. 코가 떨어질 듯 공기가 차다. 두 사람은 팔 하나만큼 적당히 먼 채로 캠퍼스를 걷고 있다. 하늘이 열린 것처럼 눈이 쏟아진다. 옆에 걷는 친구와 연애할 생각은 없지만, 미숙은 자기 우산을 펼쳐 나눠 쓰자고 한다. 우산이 작아 어깨와 어깨가 부딪친다. 사내의 체취가 조금 나는 것도 같다. 팔꿈치가 닿는 그 조그만 원에는 둘뿐이다. 걷는 동안 미숙은 24살이다. 우산을 나눠 쓴 사내는 어느 ...
따뜻한 빛이 완만한 무등산 밑으로 쏟아져 ‘빛고을’이라 한다. 빛 광자를 써서 광주. 무등산은 우리나라 산중에 그래도 높은 축에 끼다 보니 겨우내 하얀 눈모자를 눌러쓰고 있다. 내란유랑단이 피 묻은 금남로에 쓰레기 같은 말들을 토하고 갔지만, 시민들이 토사물을 잘 쓸어 담았다. 무등산을 타고 내려오는 빛이라도 한 줌씩 가지고 가지, 버리기만 하고 가다니 몹쓸 인간들 같으니라고.태초에 신이 권능으로 세상을 창조할 때 빛이 있으라 하셨다지. 빛은 태초부터 멸망까지 있고, 입학부터 졸업식 때까지 있다. 과거 이재무 시인의 산문집에서 읽은 아래의 얘기 끝자락에도 빛나는 졸업장이 등장한다. “레슬링의 영웅 김일의 박치기, 배삼룡의 코미디가 우리의 고달픈 하루를 위무해주던 그 시절 학교는 교과 이외의 과제물로 우리를 괴롭혔다. 꼴 베어오기, 송충이 잡아오기, 채변 봉투, 신작로에 자갈 붓기. 겨울 폭설이 내리면 눈을 치우면서도 우리는 즐거웠는데 그런 날은 마을 장정들이 산에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