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샵 쓸수록 편애하게 되는 물건이 있다. 그런 물건이 고장 나면 대체할 물건이 있어도 불만이 많아진다. 결국 그것을 고치거나, 똑같은 물건을 구해야 불만이 사라진다. ‘이케아 사각 콜랜더’가 나에게 그런 물건이었다. 콜랜더(colander)는 식재료의 물을 빼는 데 사용하는 우묵한 그릇을 말하는데, 물 빠짐 구멍이 있거나 촘촘한 체망으로 되어 있다. 쓰임새로 따지면 소쿠리에 가깝지만 뭉뚱그려 ‘채반’으로 불린다(본래 채반은 쟁반처럼 납작한 형태의 물건으로, 둥글고 우묵한 소쿠리와 구분된다). 여러 개의 채반 중에서 이케아 사각 콜랜더가 ‘최애’가 된 이유는 ‘싱크대에 걸어 쓰는 채반’이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 때문이었다. 길이가 조절되는 손잡이가 달려 싱크대 폭에 맞추어 걸면 공중 부양한 상태로 물기를 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손잡이가 통째로 떨어졌다. 더 이상 싱크대에 걸 수 없게 된 것이다. 10년 가까이 ‘공중 부양 채반’에 익숙해진 나는 야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