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물 하는법 김연아 선수를 통해 피겨스케이팅을 배웠듯 백남준이라는 이름 덕분에 비디오 아트를 알았다. 텔레비전 1003개를 탑처럼 쌓은 ‘다다익선’의 작가, 공연 중에 관객석의 존 케이지에게 가서 넥타이를 잘라버린 괴짜, 세계적으로 유명해서 교과서에 나오는 예술가. 그 이름이 너무 익숙해서 나는 오히려 백남준의 작업이 얼마나 비범하고 흥미로운지 실감하지 못했던 듯하다.<백남준: 말馬에서 크리스토까지> 중 ‘자서전’은 백남준 자신이 수태된 해부터 시작한다. 각 해의 내용은 대개 한두 줄뿐이다. 그는 1932년에 출생했고, 1933년에 한 살이었고, 다음 해에는 두 살이었다. 그다음에는 세 살이었다. 1년마다 한 살이 늘어난다는 기술은 너무 뻔해서 단조롭기까지 하다. 그런데 연도가 현재를 따라잡고 미래로 넘어가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1982년이면 그는 쉰 살이다. 2032년에 살아 있다면 백 살이다. 3032년에는 천 살, 11932년에는 십만 살이다. 백남준은 아무렇지 않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