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법률사무소 “나 어디서 왔어요?”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아무도 대답해주지 못했다. 아무도, 아무도.그녀는 세 살 이전의 ‘나를 모른다’. 내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태어난 해(1993년) 말고는 내가 어느 달 어느 요일에 태어났는지. 성이 왜 정씨인지. 승희라는 이름은 누가 지어줬는지. 산골 간이역처럼 쓸쓸하고 적막한 기억의 첫 페이지, 그녀는 춘천의 보육원에 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자신에게 엄마아빠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그리움이라는 돌림노래가 시작됐다. “그리워.”입 없이, 목소리 없이 혼자 부르는 돌림노래였다. 그러다 문득, “내가 그리워하는 건 뭘까?”처음부터 ‘없음’이었던 존재를 그리워할 수 있나? 실루엣조차 본 적도, 살며시 살갗이 스친 적도, 얼핏 체취를 맡아본 적도, 메아리 같은 희미한 목소리조차 들어본 적 없는 존재. 없고, 없고, 없고가 눈금자의 눈금들처럼 촘촘히 강박적으로 무한히 반복되는 존재를 그리워할 수 있나? 고등학...
세상엔 예측해볼 법한 일들이 퍽 많다. 언젠간 빨래를 대신 개어줄 로봇이 나올 테고, 우주여행도 가능해질 것이며, 불로장생의 꿈도 이룰 수 있을지 모른다. 다만 그 꿈이 달성되는 시기와 주체가 불분명할 뿐이다. 언젠간 벌어질 일이지만, 그걸 직접 생애 안에 이뤄보겠다고 달려드는 이와 그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이들을 찾기는 쉽지 않아서다. 그래선지 엑스프라이즈(XPrize) 재단처럼,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할 사람들을 모으고 지원해 우리가 원하는 세계를 더 빠르게 만들어보려는 주체들에게 유독 관심이 간다.중국 헤지펀드 회사 산하 연구소에서 만든 딥시크(DeepSeek-R1) 모델의 등장은 사실 너무나 예측 가능했다. 인공지능(AI) 모델 개발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오르는 문제는 누구든 풀고 싶어 했다. 그러니 언젠가는 더 낮은 비용으로도 충분히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는 모델이 나올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개인정보 관련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알려진 환경에서, 똑똑한 연구자들...
상당수 계열사·고위공직자 출신친정권 ‘낙하산’은 로비 목적 선임독립적 의견 내기 힘든 환경·경력최근 금융회사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이사회를 ‘패싱’하는 내부통제 부실을 드러낸 가운데, 금융회사 사외이사 4명 중 1명꼴로 독립성 검증이 필요한 경력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6일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108개 금융회사(공공기관, 금융그룹, 대규모기업집단 소속)에서 재직 중인 사외이사 456명 중 23.7%인 108명이 회사·정부 등으로부터 독립성 검증이 필요한 경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검증이 필요한 사외이사 수가 가장 많은 곳은 NH농협금융(12명·34.3%), 하나금융(10명·27%), 신한금융(8명·18.2%) 순이었다. 전체 인원 대비 검증 필요 비중이 높은 곳은 다우키움(53.8%·7명), 교보생명(50%·7명), KT(41.7%·5명) 순이었다.금융회사의 경영활동을 견제·감시해야 할 이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