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이혼전문변호사 종종 지인의 의뢰를 받아 물건을 고친다. 타인의 물건을 수리하는 일은 한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는 것만큼 조심스러운 작업이다. 그래서 의뢰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열심히 듣고, 가끔 ‘알아서 해달라’는 이들에게도 재차 묻는다. ‘이 물건의 어떤 점이 좋아서 계속 쓰고 싶은가요?’ 수리는 물건을 ‘계속’ 쓰기 위한 노력이다. 시간을 들여 생각해보면 분명히 ‘그 물건’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이유를 들을 수 없다면 직접 유추한다. 새 사람을 만나면 그의 됨됨이를 생각해보듯, 물건을 만나면 그의 용도와 쓰임과 만듦새를 탐색한다. 어떤 물건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울린다. 친구 어머니가 맡긴 오래된 머리핀이 그랬다.처음에 ‘머리핀을 고쳐달라’는 부탁을 들었을 때는 고장 난 부품을 구해 교체하면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막상 받아보니 리본이 무척 낡아 있었다. 색이 바래고 올이 풀린 데다 벨벳의 표면이 닳아 누더기 같았다. 이 머리핀은 1985년 대구백화점 포항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