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성범죄변호사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정인철 국장을 만나 산양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지난겨울 산양 100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는데 산양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산양이 누구인지에서부터 인터뷰를 시작했다. 정인철은 한국에서 산양을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다. 지금은 새벽 4시 서울을 떠나 산양이 있는 설악으로 가는데, 머지않아 그쪽으로 터전을 옮겨 본격적으로 산양을 연구할 생각이란다.“산양은 양이 아니에요. 솟과거든요.” “산양이 소라고요?” “솟과로 분류되었을 뿐 소는 아니죠.” 그는 산양이 그려진 로드킬 경고 표지판을 내밀었다. “이 그림도 산양이 아닙니다. 이건 염소예요.”갈수록 난관이었다. 내가 모르는 건 산양뿐만이 아니었다. 양도, 소도, 염소도 사진이나 그림으로 본 게 전부였으니까. 양의 털은 구불거리고, 염소는 수염이 있으며, 소는 눈이 크다는 정도가 내가 알고 있는 전부였다. 게다가 살아 있는 산양이라면 사진으로도 그림으로도 본 적이 없었다.내가 처음...
법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10·26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사건을 45년 만에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검찰은 “재심 제도는 신중한 사실 심리를 거쳐야 하는 예외적인 비상구제절차”라며 불복했다. 그러나 법원 결정문에는 과거 수사 과정에서 김 전 부장에게 실제 가혹행위가 있었고, 재심 필요성이 충분하다는 점이 상세하게 담겼다.26일 법원의 김 전 부장 사건 재심 결정문을 보면,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법정에서 확인된 자료와 증언들이 김 전 부장이 당한 가혹행위를 충분히 뒷받침한다고 봤다. 1980년에 이은 두 번째 재심 청구지만, 과거 제대로 명시되지 않았던 청구 사유를 다시 살필 필요도 있다고 판단했다.김 전 부장 측이 재심을 청구한 사유는 크게 2가지다. 김 전 부장 측은 당시 군사법경찰관이 일반인이었던 김 전 부장을 체포 권한 없이 체포·감금했고, 고문과 가혹행위를 일삼았다는 점이 재심이 필요한 사유라고 봤다. 또 19...
얼마 전부터 글쓰기 강의를 다시 시작했다. 강의 제목은 ‘발견하는 글쓰기’다. 학교나 기관에서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어 연속 강의는 잘 수락하지 않는데 용기를 냈다. 글쓰기는 작은 용기에서 비롯하고 커다란 용기로 마무리되니까. 내가 글쓰기를 통해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글쓰기가 내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에 대해서만큼은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글 쓸 사람들과 함께 초심도 살피고 싶었다. 글쓰기에 입문할 적에 나는 글을 통해 답을 찾으려 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글을 쓰고 나면 질문이 남는다는 사실을 안다. 작은 용기가 커다란 용기가 되듯, 작은 질문이 커다란 질문으로 변모하는 것이다.강의 제목을 ‘발견하는 글쓰기’로 잡은 이유도 글쓰기 자체가 발견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글쓰기 전후와 도중에 모두 발견이 있다. 어떤 것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거기에 마음을 내주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관심이 없는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회적 지위나 일확천금이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