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부터 열흘에 걸쳐 경상북도 5개 시군을 덮친 이번 산불은 인명 피해부터 면적에 이르기까지 역대급 산불로 기록될 듯하다. 바짝 마른 날씨에다 계절 변화에 따른 바람을 만난 불씨는 경북 북동 지역을 공포에 밀어넣는 화마로 변했다. 무엇보다 이번 화재로 희생된 30여명의 고귀한 생명과 화재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헬기 조종사의 순직은 어떤 말로도 위로하기 힘든 일이다. 천년 고찰 고운사가 불탔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하회마을과 병산서원도 위태로웠다.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종종 소나무가 지탄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번 산불에서도 바람을 타고 날아다닌 불붙은 솔방울은 불을 전파하는 폭탄에 비유됐고, 송진은 산불을 키우고 화재 진압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소나무가 절대적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산은 그래서 대형 산불 위험이 내재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활엽수의 비율을 높이고 소나무 일변도의 산림 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더해지는 이유이다.재난의...
10년 전에도 ‘미안합니다’ 사과좋은 어른이란 겸손한 사람이다헌재가 오늘 어떤 선고 낼지 궁금홍세화 선생님이 보고픈 날이다어떤 어른이 있었다. 나는 10년 전쯤 그에게 물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떠합니까, 하고. 대한민국이 참 시끄럽던 때였다. 언제 그렇지 않았겠냐마는,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촛불시위가 한창이었다. 그때 그는 답했다. “저는 누군가를 비난할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저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잘 살아왔으면, 오늘처럼 젊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 일은 없었을 겁니다. 내가 그리고 나의 세대가 잘 살아오지 못해서 생긴 일이니 내가 사과를 해야지요. 미안합니다.” 30대였던 나와 나의 친구들은 그의 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모두 자신이 옳고 상대방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할 때, 그는 젊은 우리에게 사과를 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아아, 이런 사람을 어른이라고 하는 거구나. 그리고 이 사람은 좋은 어른이겠구나.그런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