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학교폭력변호사 1996년 봄, 한강은 조류 충돌을 다룬 단편소설 ‘철길을 흐르는 강’을 발표했다. 국내 언론이 조류 충돌을 처음으로 언급한 시기가 같은 해 9월20일이니, 이 소설은 언론보다 앞서 최초로 국내에 조류 충돌을 소개한 셈이다.소설의 도입부에서 ‘나’는 성당의 유리창에 부딪친 새의 죽음을 사무국 직원에게 알리는데, 직원은 늘 일어나는 일이라며 현실논리를 들이댄다. ‘나’는 죽은 새를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내 손이 새인지 새가 내 손인지’ 알 수 없다고 고백한다. 소설의 제목인 ‘철길을 흐르는 강’ 또한 새 떼의 비유다. ‘나’는 죽은 새를 묻은 철길에서 강의 환영을 보는데, 그 물살은 ‘나’의 몸을 덮쳤다가, 다시 새 떼로 바뀌어 마침내 하늘로 날아오른다.속성이 유사한 두 가지 대상을 ‘A는 B다’라는 형식으로 표현하는 은유는 대표적인 문학적 수사법이다. 한강은 이 방식을 통해 인간과 새가 다르지 않음을 역설한다. 강은 인간이고, 인간은 새이며, 그러므로 새가 ...
우리말을 받아적는 자음과 모음 중에 하나라도 잃는다면 자연계의 연쇄 사슬이 돌발적으로 끊어진 미싱 링크처럼 그곳의 발음이 술술 새서 아무리 반듯한 생각을 하더라도 말의 빈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말이 있어야 세계도 가능한 것.이러한 자음 중에서 특히 리을(ㄹ)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저 리을이 없다면 이 세상의 의성어, 의태어가 이렇게 풍부할 수 있겠나. 천지간에 미만한 소리와 동작을 어떻게 다 살리겠는가. 빗소리, 바람 소리, 아득한 허공을 나는 철새들의 기척.이런 리을은 구불구불한 골목 같기도 하고, 가늘가늘 내리는 빗줄기가 사나운 바람에 휘청거리며 그리는 궤적 같기도 한데, 그런 리을이 있어 이 세상은 스프링 같은 탄력을 마음껏 발휘하느니, 활활 끓는 리을의 행렬을 보라. 물, 불, 길, 술, 말, 발, 돌, 철 그리고 얼굴.을사(乙巳), 올해의 간지에 유념하면서 생각을 굴리다가 리을(ㄹ)과 모양이 비슷한 한자 하나를 발굴했다.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