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행사 4년 전 정부는 동자동 쪽방 지역의 공공주택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가난한 이들을 쫓아내기만 했던 개발 역사에서 새로운 시도였고, 한 평 쪽방에서 살아온 주민들에겐 희망이었다. 기쁨도 잠시, 동자동 골목마다 빨간 깃발이 나부꼈다. 공공주택사업을 반대하는 건물주들의 표식이었다. 익숙하던 골목에 등장한 깃발 사이를 걷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것은 분명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환영하는 주민들에 대한 경고였다. 주민들의 월세로 돈을 벌면서도 주민들을 무시하거나 꺼림칙해하는 쪽방 건물주들이 얼마나 많은가. 마을엔 잘 와보지도 않던 이들의 눈빛이 깃발이 되어 성성하게 나부꼈다.4년이 지났다. 공공주택사업을 선언한 정부는 그간 사업을 한 치도 진척시키지 않았다. 시행의 첫 단계인 지구 지정조차 멈춰 있는 상태다. 계획대로라면 내년쯤 공공임대주택에 이주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쯤 되니 아예 추진하지 않으려는 것 아닌가 싶다. 사업이 멈춰 있다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