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혼전문변호사 우리말을 받아적는 자음과 모음 중에 하나라도 잃는다면 자연계의 연쇄 사슬이 돌발적으로 끊어진 미싱 링크처럼 그곳의 발음이 술술 새서 아무리 반듯한 생각을 하더라도 말의 빈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말이 있어야 세계도 가능한 것.이러한 자음 중에서 특히 리을(ㄹ)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저 리을이 없다면 이 세상의 의성어, 의태어가 이렇게 풍부할 수 있겠나. 천지간에 미만한 소리와 동작을 어떻게 다 살리겠는가. 빗소리, 바람 소리, 아득한 허공을 나는 철새들의 기척.이런 리을은 구불구불한 골목 같기도 하고, 가늘가늘 내리는 빗줄기가 사나운 바람에 휘청거리며 그리는 궤적 같기도 한데, 그런 리을이 있어 이 세상은 스프링 같은 탄력을 마음껏 발휘하느니, 활활 끓는 리을의 행렬을 보라. 물, 불, 길, 술, 말, 발, 돌, 철 그리고 얼굴.을사(乙巳), 올해의 간지에 유념하면서 생각을 굴리다가 리을(ㄹ)과 모양이 비슷한 한자 하나를 발굴했다. 그것...
서울 살 때의 얘기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출근길 지하철역,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가 어찌나 컸는지 플랫폼의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보았다. 급한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오며 소리치는 이는 여든쯤 된 여성이었다. 그제야 그이가 목이 터져라 외쳐 부르는 게 내 이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 까마득히 잊었던 기억 하나가 뇌세포를 뚫고 생생하게 떠올랐다.영자 언니-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식모살이하던-가 살금살금 우리 방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가 감옥에 간 뒤 농번기가 되면 엄마는 열 마지기 논농사를 짓기 위해 반내골로 들어갔다. 나는 열흘쯤 혼자 밥을 지어 먹고 학교에 다녔다. 아홉 살짜리가 혼자 해먹는 밥이 오죽했을까. 영자 언니는 안쓰러웠는지 종종 주인집 몰래 반찬을 가져다주곤 했다. 언니의 발소리가 들릴 때마다 나는 숨이 멎는 듯했다. 그러다 들키면 한바탕 난리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