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주차대행 A씨의 남편은 7년 전 실종됐다. 그러나 법원의 실종선고는 최근에서야 내려졌다. 유가족들에게 지원하는 ‘안심상속 서비스’를 받으려면 사망 간주일(실종일로부터 5년 경과일)로부터 1년 이내에 신청해야 했기 때문에 A씨는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A씨는 남편의 빚과 재산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금융기관을 찾아다녔다.
행정안전부는 실종자 유족도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안심상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일 기준을 ‘사망 간주일’에서 ‘실종선고일’로 개선한다고 22일 밝혔다. 서비스 개시일은 23일부터다.
안심상속 서비스는 사망자의 예금, 보험, 증권, 토지, 건축물, 국세, 지방세, 연금 등 20종의 재산 정보를 사망 후 1년 이내 통합 조회 신청할 수 있는 대국민 서비스다.
실종의 경우 법원에서 사망 간주일을 결정하는 실종선고를 받아야 사망신고(실종선고 신고)와 동시에 안심상속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5년의 실종기간 만료와 동시에 법원에 실종선고 신청을 해도 법원으로부터 실종선고를 받기까지 통상 1년 이상이 걸리는 게 현실이다. 실종선고를 받고 사망신고를 했을 때는 이미 사망 간주일이 1년이 지나버려 안심상속 서비스를 신청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행안부는 이에따라 실종자에 한해 안심상속서비스 신청가능 기한을 사망일이 아닌 실종선고일로부터 1년 이내로 예규를 변경했다.
안심상속서비스는 사망신고 또는 실종선고와 동시에 접수하거나 1년 이내 신청할 수 있다. 가까운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정부24 누리집(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 이 기한이 지나면 개인이 금융감독원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개별 기관에 각각 재산을 조회해야 한다.
안심상속서비스는 지난 2015년 6월 도입 이후 올해 5월까지 약 191만명이 이용했다. 2024년 기준 사망신고 36만건 중 약 79%에 해당하는 28만5000여 건이 서비스를 신청했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편안함. 일상을 떠나 쉼을 얻으려는 여행자들이 누리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지난달 29일부터 서울 강남구 글래드스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의 거장 살보(본명 살바토레 만지오네·1947~2015)의 국내 첫 개인전은 전시명인 ‘여행’(in Viaggio)과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이탈리아 남부의 시칠리아섬에서 태어났던 살보는 초창기에는 당대 이탈리아의 미술 사조와 맞게 개념미술과 실험에 천착했으나, 1973년부터 평생 구상회화에 전념해 온 화가다. 이탈리아가 정치·사회적으로 불안해지면서 미술계에선 개념미술이 활발했으나, 살보는 오히려 대세를 따르지 않는 게 더 ‘혁명적’일 수 있으리란 생각에 반 고흐 같은 작가를 꿈꿨다고 한다. 선명한 색으로 다양한 풍경을 화면에 묘사했지만, 작품 주제는 시간의 흐름, 기억 등 추상적인 것들과 연결된다.
이번 전시작은 그 중 살보가 생전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 아시아를 여행한 뒤 그린 그림들로 구성됐다. 1988년부터 사망 전까지 제작 연대도 다양하다. 특히 독특한 것은, 화폭에 담긴 여행지의 풍경을 살보가 눈으로 보며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여행하며 눈에 담았던 모습들에 상상을 더해 여행 뒤에 그려낸 것이다.
살보는 1969년 아프가니스탄을 시작으로 모로코, 그리스, 오만, 티베트, 네팔 등 다양한 여행지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영감을 얻은 뒤 그린 그림은 구체적인 구상회화에 가깝다. 다만 실제 눈으로 본 풍경과 차이가 있다. 하늘이 분홍빛, 혹은 밝은 노란빛을 띠며 주로 뚜렷하고 선명한 색으로 묘사됐다. ‘Primavera’(2011) 속의 구름은 거품이나 쿠션 같다.
대개 유화물감을 이용해 그린 그림들은 밝은 계통의 하늘을 배경으로 두고 다양한 색으로 산과 바다, 나무와 건물 등의 음영을 표현했다. 복잡하고 어렵다는 느낌보다는, 직관적이고 편안하다는 느낌마저도 불러일으킨다. ‘어렵지 않다’는 느낌이 들지만 세밀함도 숨어있다. 풍경을 그리면 묘사해야 할 그림자를, 살보는 검은색을 쓰는 대신 다양한 색을 덧칠해가며 만들었다. 그림자가 실제로도 한 가지 색을 띠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그림에서 현실화된 것이다.
살보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자연이나 건물을 연작으로도 만들었는데, 첨탑을 주된 주제로 삼은 ‘오토마니아(Ottomania)’ 연작이 대표적이다. 전시에서도 지붕이 무너져 기둥만 남은 신전, 하늘을 향해 솟은 첨탑 등 그림을 여럿 볼 수 있다. 첨탑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신과 종교를 상징하고 있다는 점을 살보가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태어나고 주로 작업한 이탈리아의 지중해 풍경도 ‘메디테라네이’라는 연작도 있다. 여행이 적잖았지만 그가 자랐고 작업했던 곳, 가족과 함께했던 곳은 이탈리아였다. 지중해뿐 아니라 독일, 이집트를 여행한 살보는 그림의 영감을 얻는 동안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살보의 아내와 딸은 살보재단을 세워 살보가 남겼던 그림을 알리고 있다. 살보재단이 아카이빙한 살보의 그림은 4000여점이고, 그 중 수백점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전시도 글래드스톤갤러리와 살보재단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전시는 다음달 12일까지.
공영방송사 이사회 구성 등에 관한 방송 관련 3개 법 개정안 처리에 정부·여당이 속도를 조절하는 것 같다. 일부에선 집권 초가 아니면 정권이 못(안) 할 것이라며 반발한다. 그러나 그간 “알려졌다” 식의 보도로만 개정 내용이 흘러나올 뿐 공론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물론, 민주당이 법안을 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법제사법위, 본회의 순으로 공개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수 여당 안은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해 대통령 재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도 요구했다는 “전문가 의견 수렴과 숙의”를 통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유능한 리더십 제고에 도움 될 길을 다질 필요가 있다.
우선, 정당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은 재고해야 한다. 정당 추천은 정치적 후견주의를 없애겠다는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 국회보다 국민을 더 대표하는 게 있냐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우선순위로 치자면 공영방송 등 모든 공공 서비스를 책임지는 대통령이 먼저다. 다만, 방송 내용에 대한 권력의 영향력을 막기 위해 정부와 국회 모두 인사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알려진 바’로 정부는 아예 배제하고 여야 정당이 이사회의 절반가량을 나눈다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2014년 공영방송 감독기구에 “국가 또는 국가에 가까운 대리인” 비중을 3분의 1로 제한하라고 판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정당 추천 인사들도 포함된다.
역할과 지위가 다른 KBS 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같은 방식을 적용하려는 것 또한 재고해야 한다. KBS 이사회는 이 방송사의 최고의결기관이며 사장, 보도본부장, 경영본부장 등은 이사가 아닌 집행기관이다. 이와 달리 MBC 사장, 보도본부장 등은 자사 이사들로서 많은 주요 사항을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한다. 방문진 이사회는 대주주 자격으로 MBC를 관리·감독하는 공공기관 방문진의 이사들이다. 경영하는 KBS 이사회에는 전문성이, 감독하는 방문진에는 사회 대표성이 더 요구된다. 이런 구분 없이 정당이나 시청자위원회, 법조·학술단체, 내부 임직원 등에게 추천권을 일률적으로 배분하려는 것은 편의적 접근이다. 어떤 미디어 사업체라도 대표성만을 기준으로 이사회를 구성한다면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뒤처져 뛰어가고 있는 셈이 될 것이다. 개정안에서 EBS의 경우만 사장 선임 등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교육부의 관여를 유지한다는 것도 의아하다.
이번 개정안의 모델이라고 하는 독일의 경우, 공영방송 감독기관으로 사회적 다원성과 대표성을 강조하는 방송평의회와 경영 전문성을 강조하는 경영평의회를 따로 둔다. 편성을 감독하는 방송평의회는 정당, 시민단체 등 추천을 통해 많게는 60명으로 구성한다. 방송평의회가 경영·재정·인사를 담당하는 10명 내외 경영평의회 위원 대부분을 선발한다. 한국에서도 별도 공영방송 이사 선발위원회를 두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사회적 대표성으로 구성한 선발위원회가 경영, 편성, 기술, 법률 등 분야별 전문성을 고려해 공영방송 이사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영국 BBC도 이사회 구성에 선발위원회를 가동한다. KBS의 경우 BBC처럼 사장, 편성본부장 등도 이사회 구성원이 돼 함께 논의하는 구조도 고려해보자. 필요하다면 이렇게 선발된 이사들이 (BBC 사례처럼) 자발적으로 주요 정당과 소통을 위한 이사들을 추가로 뽑을 수도 있다.
예측 가능성 없이 급가속과 급감속을 반복하지 말고, 정부·여당이 명확한 시한을 제시한 뒤 공론과 숙의를 통해 방송법 개정안을 검토하자. 혹시나 시급성의 이유가 정권교체 후에도 문제적 인물이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그 자체가 이번 개정 취지와 정반대인 공영방송의 권력 종속성을 뜻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