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비교사이트 이재명 정부가 전 국민에게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되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어요. 오늘 ‘에디터픽’에서는 이재명표 ‘민생회복지원금’은 무엇이고, 침체된 민생 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지 경제적 효과도 함께 살펴볼게요.
정부는 오는 19일 국무회의에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인데요. 이 추경에는 13조원 규모로 전 국민에게 15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포함될 예정입니다. 다만 정부는 소득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에요. 소득 상위 10% 15만원, 일반 국민 25만원, 차상위계층 40만원, 기초생활수급자 50만원이 각각 지급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해요. 소득 상위 10% 고소득자의 경우 최종안에서 빠질 가능성도 있어요.
민생회복지원금은 현금이 아닌 소비 쿠폰으로 지급되는데요. 사용기한을 제한해 즉각적인 소비를 유도하고, 사용처를 제한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소비쿠폰은 발행 주체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역화폐와 중앙정부가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인데요. 이번 민생회복지원금은 지역 내 소비를 늘리기 위해 ‘지역화폐’로 지급될 예정입니다. 온누리상품권의 경우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지역화폐는 다른 지역에서는 사용이 불가하기 때문에 지역 내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어요.
‘지역사랑상품권’으로도 불리는 지역화폐는 보통 카드형과 종이화폐형으로 발행이 되는데요. 실제 가격보다 5~10% 할인된 가격으로 주민들에게 판매됩니다. 이를테면 할인율이 10%인 경우 현금 1만원을 내면 1만1000원이 충전된 지역화폐를 구입할 수 있어요. 10%의 할인율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나눠 부담합니다.
지역화폐는 이재명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 정책이기도 합니다. 이 대통령은 2016년 성남시장 시절에 청년배당, 산후조리비 등을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 바 있어요. 성남시의 실험이 성공하면서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 수는 2018년 66곳(3714억)에서 2024년 190곳(20조원)으로 급증하는 등 전국으로 확산했습니다.
지역화폐는 침체된 민생 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까요? 한국은행이 2020년 발표한 ‘지역사랑상품권 도입이 지역 소비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행은 “소상공인 매출 증대, 역외소비율 하락 등 지역내 소비 진작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어요. 2022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대전 지역화폐 효과연구’에서 소상공인 매출전환 효과는 31.7%, 지역화폐로 인한 순소비 증대효과는 26∼29%로 나타났다고 분석했어요.
하지만 유의미한 효과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요. 2020년 조세재정연구원은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지역화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따르면,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은 26~36%의 매출 증대 효과가 있었지만 나머지는 빚을 갚거나 저축하는 데 쓰였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최근 2년간 87조원 세수 펑크가 난 데 이어 올해도 40조원 세수 펑크가 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요.
다만 정부가 손을 놓고 있기에는 민생 경제 상황이 너무 심각한 것도 사실이에요. 일단 취약계층의 숨통은 틔워줘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습니다. 한국은행은 올해 ‘0%대 경제성장’을 전망하고 기준금리도 인하했습니다. 소득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어요.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5% 감소한 반면 소득 상위 20% 가구의 소득은 5.6% 늘어났어요. 실질소비지출은 7분기만에 0.7% 감소하는 등 소비도 쪼그라들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재정 확대 정책을 쓰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요. 이 대통령의 지역화폐 정책, 과연 숨넘어가는 민생 경제를 살려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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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는 어떻게 해야 볼 수 있을까? 인솔자는 “마음을 비워야 볼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지린성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 있는 백두산을 찾은 지난 11일 북파로 오른 정상에선 천지는커녕 한 치 앞도 보기 어려웠다. 눈과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안개 속, 오른손으론 모자를, 왼손으론 우비를 부여잡고 앞사람의 발만 따라 걸었다. 오들오들 떨며 생각했다. ‘이런 게 백두산이라면 난 안 볼래.’
백두산의 여름은 짧고 겨울은 길다. 산지의 변화무쌍한 날씨는 예측하기 어렵다. 날씨·시간·계절 세 박자가 맞아야 천지를 볼 수 있다. 100명의 등반객 중 천지를 마주하는 이는 2명꼴이라고 한다.
마음을 비우다 못해 비관으로 가득 찼기 때문일까. 이튿날 서파로 오르자 화창한 날씨와 함께 천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좋다~”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왔다. 전날과 다르게 돌아서 내려가는 발걸음이 아쉬웠다.
북한 쪽에서 오르는 길은 동파라고 부른다. 2018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같이 오른 길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대북·대남 확성기 방송이 중지됐다.
남북 간 긴장이 풀리고, 여러 여건이 맞는다면 동파로 올라 천지를 마주하는 날도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