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40대 하루 종일 쌓인 긴장과 피로가 퇴근길에 한꺼번에 몰려온다. 회사에서 벗어나니 그제야 업무와 스트레스로 짓눌린 어깨가 축 처진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도 잠시뿐 어느덧 정든 단골집 문을 자연스럽게 열고 들어선다. 낯익은 주인장을 보는 순간, 집에서 기다릴 아내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하루의 고단함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언제부턴가 삶에 익숙하게 자리 잡은 단골집과 주인장. 그들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편안함과 특별함을 안겨준다. 그곳에 가면 어쩐지 덩달아 마음도 편안해진다. ‘단골’이라는 말에는 흥미로운 유래가 숨어 있다. 아주 먼 옛날, 굿을 주관하던 무당을 ‘당골’이라 불렀으며, 늘 같은 무당을 찾아가는 이들을 ‘당골손님’이라 했다. 시간이 흐르며 ‘당골손님’은 단골손님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꾸준히 찾아주는 손님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러한 단골은 특정 서비스나 브랜드를 꾸준히 선택하고 신뢰한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구독이나 멤버십과도 닮았다.
‘주인장’이라는 호칭 또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주인’이라는 단어에 어른을 뜻하는 높임과 친근함을 더하는 ‘장(丈)’이 붙어, 단순히 가게 주인을 넘어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키며 손님들과 깊은 인연을 쌓아온 사람을 일컫는다.
요즘은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도 여전히 동네 한쪽에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단골집과 주인장들이 있다. 그곳은 추억과 정이 머무는 특별한 장소로 남아 있다. 아마 각자에게도 한두 곳쯤은 떠오르는 단골집이 있을 법하다.
주인장과 나누던 짧은 인사, 친근한 웃음, 소소한 정이 오늘도 나를 그곳으로 이끈다. 현대사회에서 단골집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은 아쉽게 느껴진다. 오히려 이 공간과 주인장이 주는 따뜻함과 신뢰, 우리말에 담긴 정서의 소중함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단골과 주인장 같은 우리말에는 오랜 시간 쌓인 정과 따뜻함은 물론 사람 사이의 깊은 신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런 공간과 마음이 오래도록 이어지면 좋겠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내란 특별검사의 추가 기소 사건을 맡은 재판부를 바꿔달라면서 냈던 재판부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는 24일 김 전 장관 측의 재판부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재판 지연 의도가 명백한 기피 신청은 해당 재판부가 바로 기각할 수 있게 돼 있다.
앞서 조은석 내란 특검은 지난 18일 김 전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지난해 불법계엄 전날인 12월2일 대통령경호처를 속여 비화폰을 지급받은 뒤 민간인이었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건넨 혐의, 불법계엄 이후인 12월5일 수행비서에게 계엄 관련 자료 등을 없애라고 지시한 혐의 등이다.
김 전 장관 측은 내란 특검이 기소한 사건이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에 배당되자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 재판부 구성원 전원에 대한 기피 신청을 접수한다”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심문 절차가 즉각 정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