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지난해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투자금이 약 2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만 7조원 가량 감소했으며, 실제로 집행되지 않은 약정액은 약 36조원에 달했다.
금융감독원이 30일 발표한 ‘2024년 기관전용 사모펀드 동향 및 시사점’을 보면, 이들 사모펀드의 지난해 투자집행 규모는 24조1000억원으로 전년(32조5000억원) 대비 8조4000억원 감소했다. 약 25.8%에 달하는 감소세다.
지역별로 보면, 국내 투자는 21조4000억원으로 전년(28조5000억원) 대비 7조1000억원(24.9%) 감소했다. 해외 투자도 2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3000억원(32.5%) 줄었다.
추가 투자여력을 나타내는 미집행 약정액은 지난해말 기준 36조1000억원으로 전년(37조5000원)에 비해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금융당국은 분석했다.
기관전용 사모펀드 시장은 전반적으로 외적 성장을 이어가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말 이들 사모펀드 수는 1137개로 전년말(1126개) 대비 11개 늘어났다. 약정액은 153조6000억원, 이행액은 117조5000억원(약정액 대비 76.5%)으로 전년말 대비 각각 12.6%, 18.8% 증가했다.
펀드운용사 시장에서는 대형업체에 자금이 집중되는 등 양극화 현상이 지속됐다. 운용성과나 신뢰도가 높은 대형 운용사를 선호하는 탓에 전체 운용사 중 상위 9.2%에 해당하는 대형 펀드운용사들이 전체 사모펀드 자금의 66.2%를 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64.6%보다 늘어난 수치다.
금감원은 “기관전용 사모펀드 시장은 펀드수나 약정액, 이행액이 늘어나며 외적성장은 지속하고 있으나, 글로벌 경기 둔화와 M&A 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라며 “향후 펀드운용사 내부통제 실태를 파악하는 등 이들 사모펀드 업계가 건전하게 발전하도록 관리·감독 강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익현씨 별세, 치영 전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부친상=25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28일 (02)2258-5925
16건에 이르는 각종 의혹으로 민중기 특별검사팀 수사를 받는 김건희.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말처럼 비리와 음모, 허위 경력과 학력으로 점철된 작금의 김건희를 만든 것은 젊은 시절 저지른 논문 표절인지도 모른다.
1999년 숙명여대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김건희는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라는 50여쪽짜리 논문을 썼다. 선행 연구 문헌과 단행본 몇 권을 대놓고 베껴 지도교수가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논문은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그는 혼쭐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논문은 통과됐고 그는 석사 감투를 쓰게 됐다. 박사 논문은 2008년 국민대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에 제출한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 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 언론 보도와 인터넷 블로그 글 등을 짜깁기한 거지만 역시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회원 유지’를 영어로 ‘Member Yuji’라고 표현한 논문은 이보다 한 해 전에 나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숙명여대가 김건희 석사 논문을 취소했다. 최근 대학 내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연진위)의 학위 취소 요청을 검토한 끝에 수용했다고 밝혔다. 숙명여대는 민주동문회와 일부 교수들이 김건희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자 2022년 2월 연진위를 구성해 예비조사에 착수했고, 그해 12월 본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연진위는 수차례 조사 기간을 연장하면서도 결과를 알리지 않고 그저 쉬쉬하기에 급급했다.
국민대는 숙명여대 덕에 손도 안 대고 코를 풀었다. 국민대는 “박사 학위 과정 입학 시 제출한 석사 학위가 취소된 경우 (박사 학위) 자격 요건을 상실한다”고 밝혔다. 석사 학위가 취소됐으니 박사는 자동 취소라는 것이다. 국민대 역시 학생과 교수, 동문이 들고일어나 김건희 논문이 표절이라고 했지만 외면했다.
사필귀정이라고 하기엔 너무 늦었다. 해방되자 독립운동하겠다고 나선 격이다. 표절은 개인의 일탈일 수 있지만, 이를 바로잡지 못한 건 대학의 책임이다. 김건희 논문으로 상아탑이 부끄럽다. 부당한 권력에 굴종하는 대학은 진리 탐구의 전당이 아니다. 김건희를 지도하고 비호한 교수들에 대한 징계가 있어야 한다.
네, 자폐 맞고요 코미디언도 맞습니다마이클 매크리어리 지음 | 박신영 옮김롤러코스터 | 224쪽 | 1만6800원
캐나다의 자폐 스펙트럼 코미디언 마이클 매크리어리의 자전적 에세이다. 다섯 살에 부모님의 손을 잡고 병원에 가서 자폐 진단을 받았던 일부터 코미디언으로서 무대에 서는 과정까지 그가 삶을 통해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담겨있다.
“(자폐 진단 후 내가) 혹시라도 왕따가 되진 않을지 걱정이 된 부모님은 내게 남들처럼 행동하는 법을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줘야 한다는 것과 예의상 거짓말이 필요한 때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항상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욕을 삼가며, 남들에게 바싹 붙어 서지 말고, 남이 얘기할 때는 하던 말을 멈추고 들어야 한다고 배웠다. 이 모든 걸 다 배운 후 드디어 학교에 갔고, 나 말고 이런 걸 배우고 온 애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럼에도 학교에서는 놀림이나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 자폐인으로서 다른 사람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상대방이 날 바보라고 놀리면서도 미소를 짓고 있으면 난 이렇게 생각한다.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인데 지금 장난을 치는 거구나.” 상대방이 자신과 놀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조롱하고 있는지 구분하기 어려웠던 그는 “오히려 관객 앞에 설 때 엄청나게 안심한다. 관객들은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반응을 바로바로 보여주니까.”
무대는 그에게 안전한 피난처가 된다. 그는 무대에서 자신의 불안과 초조를 코미디로 표현한다. 지금도 종종 들려오는 ‘자폐와 코미디가 그리 어울리는 단어는 아니다’라는 말들에는 이렇게 답한다. “코미디라는 게 원래 금기를 깨고 사람들이 말하기 껄끄러워하는 주제를 양지로 끌어내는 역할”을 하지 않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