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설치현금 축구도 ‘감독 놀음’이다. 같은 선수라도 하나로 묶는 지도자의 능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2025시즌 전북 현대가 그렇다. 지난해 12월 전북 지휘봉을 잡은 우루과이 출신의 거스 포옛 감독(58·사진)이 새로운 ‘전북 천하’를 예고하고 있다.
전북은 지난 21일 FC서울과의 K리그1 20라운드에서 1-1로 비기면서 16경기 무패 행진(11승5무)을 질주했다. 전북은 이번 시즌 지는 법을 잊었다. 전북은 승점 42점을 쌓으면서 당당히 순위표 꼭대기를 굳게 지켰다. 포옛 감독은 경기 뒤 “오늘 경기로 승점 42점을 쌓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지난해 정규리그 38경기 승점과 같다. 지금까지 나쁘지 않은 결과”라며 활짝 웃었다. 21일 기준 2위 대전 하나시티즌과의 승점 차는 무려 9점에 달한다.
K리그1 최다 우승(9회)을 자랑하는 ‘명가’ 전북이지만, 포옛 감독 부임 전에는 그 화려한 시간과 멀어져 있었다.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를 12개팀 중 10위로 마치면서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밀려났다. 다행히 1부에 잔류했지만 K리그1 최고 명문이라는 자존심에 이미 큰 상처를 입은 뒤였다.
변화가 절실했던 전북은 큰 무대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를 물색했고, 지난해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후임으로 최종 후보군에 올랐던 포옛이 낙점됐다. 당시 전북 내부에선 선 굵은 축구를 고집하는 포옛 감독이 현대 축구의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감독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전북은 단숨에 K리그1 최다골(34골)과 최소 실점(15골)을 자랑하는 팀으로 변모했다. 시즌 초반에는 순위가 10위까지 밀려나기도 했지만 수비부터 단단하게 굳힌 뒤 조금씩 순위를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전북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닥공(닥치고 공격)까지 살아나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전북의 한 관계자는 “주요 선수를 살펴보면 콤파뇨와 송범근을 빼면 큰 변화가 없는데 성적은 큰 차이”라며 엄지를 들었다.
포옛 감독이 선수단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성적을 낸 비결로는 선수들의 잠재력을 잘 이끌어낸 감각에 있다. 올해 K리그1 득점 1위(12골)를 달리는 전진우(26)가 대표적이다. 2018년 수원 삼성에서 데뷔한 이래 지난해까지 7년간 11골이 전부였던 그는 올해 19경기만 뛰고도 그보다 많은 골을 넣었다. 측면 날개로 한정됐던 역할을 섀도 스트라이커 가깝게 뛰면서 과감하게 슈팅하라고 요구한 포옛 효과다. 전진우는 “처음에는 쉬운 요구를 하시다가 점점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축구에 대해 명확하게 짚어주시니 선수로서는 편하다”고 말했다.
포옛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덜랜드 시절부터 주전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벤치로 밀려난 선수들이 불만을 가지기 쉽지만, 포옛 감독은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달래며 신뢰 관계를 유지했다. 콤파뇨의 부상으로 기회를 얻자마자 3경기 연속골(4골)로 폭발한 티아고는 “감독님의 요구대로 훈련에 최선을 다하면 기회는 올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K리그1 우승 레이스는 전북의 4년 만의 정상 탈환으로 점점 굳어지는 흐름이다. 그러나 정작 포옛 감독은 전북의 승승장구를 경계해 흥미롭다. 전북도 언젠가는 무패 행진이 끝나기 마련이고, 연패에 빠지지 않도록 지금 준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포옛 감독은 “우리가 지금 잘하고 있지만 축구는 변화무쌍한 종목”이라며 “아직 목표를 말하기에는 이르다. 우리 선수들이 기본을 충실하게 지키면서 자신감이라는 흐름을 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