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마지막 국·공영 탄광인 강원 삼척시의 도계광업소가 개광 89년 만에 공식 폐광한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최근 ‘2025년도 제1차 폐광심의위원회’를 열어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를 폐광지원 대상 광산으로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1936년 문을 연 도계광업소는 30일 문을 닫게 됐다. 도계광업소는 2023년 화순광업소, 2024년 장성광업소가 문을 닫은 이후 명맥을 유지한 대한석탄공사 산하의 유일한 탄광이었다. 이번에 마지막 국·공영 탄광인 도계광업소가 폐광함에 따라 국내에는 도계읍에 있는 민영 탄광인 경동상덕광업소 단 한 곳만 남게 된다.
도계광업소는 어려운 채탄 환경에도 불구하고 개광 이래 89년간 석탄 4300만t을 생산했다. 한때 국민 연료였던 연탄의 수급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일제강점기부터 탄광이 운영되기 시작한 삼척시 도계읍은 국내 탄광산업의 흥망성쇠가 고스란히 이어져 온 지역이다. 정부가 외화 획득을 위해 독일로 파견한 광부(파독 광부)들도 1963년부터 1975년까지 도계읍에서 훈련받았다.
석탄산업이 호황이던 1970년대 말 도계읍 인구는 5만명에 육박했다. 1989년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이 시행된 후 탄광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폐광으로 인한 주민들의 타지 이주가 이어지면서 지난 5월 말 기준 도계읍 인구는 전성기의 20%도 안 되는 8925명으로 줄어들었다.
강원도와 삼척시는 도계광업소 폐광 이후 지역경제 침체가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강원도가 최근 실시한 ‘탄광 지역 폐광 대응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도계광업소 폐광에 따른 도계읍의 피해 규모는 5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삼척시는 폐광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3300억원가량을 들여 도계읍 일원에 중입자가속기 기반의 의료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내국인 지정 면세점을 설치하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법원이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가담해 기물을 파손한 시위들자에게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했다. MBC(문화방송) 취재진을 폭행한 30대 시위자에게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부지법 형사9단독 김민정 판사는 25일 서부지법 사태에 가담(특수건조물침입)해 기물을 파손하는(특수공용물건손상) 등의 혐의를 받는 한모씨(72)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정모씨(38)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있었던 지난 1월19일 서부지법에 난입해 기물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특히 정씨는 범행 이전에 물건을 파손할 수 있는 특수 장갑까지 준비해서 기물을 파손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판사는 “법치주의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기초”라며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물리적 폭력으로 공격하는 행위는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로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고 다르지 않다”고 봤다.
서부지법 형사1단독 박지원 부장판사는 이날 특수건조물침입, 특수 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문모씨(33)에게 징역 1년2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문씨에게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문씨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문씨에게 서부지법 경내에 진입한 혐의(특수건조물침입)와 난동 당시 다른 시위자와 함께 MBC 영상 촬영 기자를 넘어뜨리고 다치게 한 혐의(특수 상해) 등을 적용했다.
법원은 문씨에게 검찰이 적용한 특수건조물침입 혐의 대신 건조물침입 협의만 인정했다. 문씨가 난동 사태 당시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참작했다.
두 혐의의 차이점은 ‘단체, 다중의 위력’을 이용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했는가다. 서부지법 사태에 가담해 ‘특수건조물침입’ 혐의가 인정된 피고인들의 경우 대부분 실형이 선고됐다. 박 부장판사는 “법원 후문 밖으로 나갈 때까지 대부분 시간 동안 무리의 가장 뒤쪽 담에 올라가 관찰하기만 했다. 피고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 모두 경찰과 물리적으로 충돌하거나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박 부장판사는 “(문씨의) 범죄와 죄질이 불량하다”면서도 초범인 점, 경찰에 자진 출석해 일부 자백한 점 등의 양형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저질러 1심 선고를 받은 14명 중 서부지법 경내에 들어갔지만 실형을 선고받지 않은 경우는 문씨가 처음이다. 이날까지 형 집행 유예가 나온 경우는 법원 침입 전 시위 과정에서 취재진을 폭행했던 경우, 법원 정문 앞에서 집회 해산을 요구하는 경찰관의 머리를 들이받은 경우 등이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자존심 라스칼라 극장은 왜 지휘자 정명훈을 247년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인 음악감독으로 선임했을까. 지난 27일과 28일 이틀 동안 부산광역시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 공연이 그 답을 보여줬다.
<피델리오>는 지난달 12일 라스칼라 음악감독 선임 소식이 전해진 후 정명훈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휘한 오페라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지난 28일 오후 5시 정명훈이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을 꽉 채운 관객 2000여명은 열광적인 박수와 함성으로 그를 환영했다.
<피델리오>는 베토벤이 작곡한 유일한 오페라다. 불법감금된 플로레스탄의 아내 레오노레가 피델리오라는 이름의 남성으로 교도소에 위장취업해 남편을 구출하는 내용의 2막짜리 작품이다. 구조가 단순하고 극적 갈등도 약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베토벤의 창작력이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에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친 음악만은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절묘한 완급 조절과 진한 감정 표현을 통해 극적인 고양감을 만들어내는 정명훈의 지휘는 서곡에서부터 아낌없이 발휘됐다.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한국·중중·일본의 정상급 연주자들로 구성된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는 두 시간 내내 암보로 지휘한 정명훈의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고도의 집중력을 선보였다.
성악가들의 가창도 빛났다. 플로레스탄 역을 맡은 테너 브라이언 레지스터는 건강상의 이유로 한국에 오지 못한 테너 에릭 커틀러를 대신해 긴급 투입됐는데도 안정적인 노래와 연기를 보여줬다. 오는 12월 국립오페라단의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트리스탄 역을 맡은 성악가답게 강하고 단단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바리톤 크리스토퍼 몰트먼은 사악한 교도소장 돈 피차로 역을 맡아 드라마가 요구하는 적절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레오노레를 자신의 딸 마르첼리네의 사윗감으로 생각하고 도움을 주는 교도소 간수 로코 역을 맡은 베이스 알베르토 페센도르퍼는 의무와 윤리 사이에서 흔들리는 평범한 시민의 역할을 잘 소화했다. 교도소 문지기 자키노 역을 맡은 테너 손지훈, 법무장관 돈 페르난도 역의 바리톤 이동환도 제몫을 다했다.
다만 레오노레 역의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는 드라마틱한 표현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듯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공연이 의상과 세트를 완벽하게 갖춘 ‘전막 오페라’가 아니라 무대에서 노래만 하는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이뤄지긴 했으나, 콘서트 오페라에서도 성악가들의 연기는 필수적이다. 바센츠는 악보를 보며 노래한 탓에 연기를 위한 동선이 제약됐고, 이 때문에 때때로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했다. 마르첼리네 역을 맡은 소프라노 박소영은 밝고 투명한 목소리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죄수들의 합창이 등장하는 2막 후반부에서는 부산시립합창단과 국립합창단의 강력한 노래가 발군이었다. 새로 개관한 부산콘서트홀은 성악가들의 서정적인 아리아부터 합창단의 웅장한 노래까지 폭넓은 음역대의 소리를 과도한 울림 없이 선명하게 전달했다. 지난 21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진 ‘부산콘서트홀 개관 기념 페스티벌’은 이날 <피델리오> 공연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아내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홍성지원 제1형사부(나상훈 부장판사)는 살인미수와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6)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배우자를 살해하려다가 미수에 그쳤고 자녀가 그 장면을 목격하게 하는 등 정서적 학대 행위를 했다”며 “범행 경위와 수법 등에 비춰 그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2차례에 걸친 수술 후 일주일 이상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등 상해 정도가 중하고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피고인이 범행 직후 아들에게 신고를 지시해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A씨는 지난 1월13일 오후 1시쯤 충남 홍성군 자택에서 아내가 외도한다는 의심에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당시 A씨의 15세 아들이 사건 과정을 모두 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