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폰테크 산업계가 만든 기술적 이익이무조건 사회 혁신이 되진 않아
우리가 원하는 미래 만들려면사회·정치·문화적 소통 필요민주주의 가치는 더 중요해져
“우리가 원하고 마땅히 누려야 할 미래는 저절로 오지 않아요. 오늘날 우리가 궁금한 것은 인공지능(AI)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참여와 거버넌스를 통해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지에 있습니다.”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경향포럼> 오전 세션 ‘미래는 자동으로 오지 않는다: 인공지능 시대의 주체성 회복’ 강연자로 나선 지나 네프 영국 케임브리지대 민더루 기술·민주주의 센터장은 AI 발전 과정에서 위기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기술 발전의 속도가 아니라 시민들의 주도성과 상상력의 부재라고 말했다.
네프 센터장은 산업계 중심으로 AI 발전이 논의되고 있는 현실을 짚으며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영국 내 AI 관련 기사의 3분의 2가 기업, 제품, 서비스에 관한 것이었고 출처의 33%가 산업계”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의 주장은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나친 기술 낙관주의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계가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기술적 이익은 우리 모두에게 가닿지는 않을 것이고 무조건 사회 혁신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발전 과정에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것도 네프 센터장이 우려하는 점이다. 그는 “AI 발전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노동자, 교육자, 의료인, 소상공인,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불균형은 세계적으로 나타난다. 그는 “승자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나머지는 자연스레 패자가 되어야 하는 세계적인 AI 경쟁에서 현재 가장 큰 두 국가(미국·중국)를 제외하고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프 센터장은 “시민들은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변화를 어떻게 관리할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프 센터장은 또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며 절망과 무력감을 느끼는 것보다 인간의 주체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술 발전이 만들어내는 변화만큼이나 공동체의 의사소통으로 이뤄지는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결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기술 변화의 궤적은 결코 단순하고 명확한 경로를 따르지 않는다. 과거 산업혁명과 인터넷 혁명은 극적이고 빠르게 전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기술에 대한 무력감은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는지에 관한 근본적인 오해를 보여준다”며 “미래는 자동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기업 이사회, 정부, 대학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이뤄지는 논의를 통해 설계되고 건설되는 것”이라고 했다.
네프 센터장은 AI 시대의 법과 제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주체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AI가 어떤 사회가 되도록 도와줬으면 하는지를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며 “AI가 일자리를 없앨지 토론하는 것 대신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향상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할 때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이해하고 이 변화가 내 가족과 업무 같은 일상과 정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면서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제도 수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도 네프 센터장이 강조하는 점 중 하나다. 그는 “기술 발전의 이익을 선한 방향으로 배분할 수 있을지, 더 인간 중심적으로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조선·해양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양국의 조선산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새 정부 출범 뒤 한·미 조선 협력을 위해 한미 양국 전문가들이 가진 첫 모임이다.
HD현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한·미 조선협력 전문가 포럼’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서울대·카이스트(KAIST) 등 7개 대학 교수가, 미국에서는 미시간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6개 대학 조선·해양공학 교수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1차 포럼에서는 한·미 양국의 조선공학 교육·연구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양국은 내년부터 미 주요 대학 조선공학 인력 20~30여명을 매년 초청해 서울대에서 단기 교육하는 인력 교류 프로그램을 정례화하고, HD현대는 초청자를 대상으로 현장 설계 교육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 조선소 설계인력에 대한 교류 등 협력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7월 미국에서 HD현대·서울대·미시간대 3자 간 체결한 ‘한·미 조선산업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협력 업무협약(MOU)’의 후속 조치다. 당시 HD현대와 서울대, 미시간대는 조선 인재 양성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는데, 이번 포럼에서는 미 샌디에이고주립대도 추가됐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이날 포럼 개회사에서 “이번 협력은 단순한 인적 교류를 넘어 한·미 양국이 조선·해양 분야 기술과 비전을 공유하는 진정한 해양 동맹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양국 조선산업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함께 가자”고 말했다.
이승렬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한·미 조선 협력 논의가 이제 본격화될 예정이며 특히 교육·연구 분야에서도 양국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오늘 출범한 한·미 조선 포럼이 핵심 협력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부가 한·미 양국 간 조선 협력을 더 체계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 전문가들은 전날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해 상선과 특수선 야드를 둘러보고, 스마트조선소 구축 및 자율운항 선박 기술 현황을 청취했다. 포럼 2차 행사는 올해 10월 미국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