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전업주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9일 도쿄에서 한국 측이 주최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행사에 직접 참석해 “일본과 한국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이 엄중하기 때문에 서로가 손잡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자”라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 측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면서, 이시바 총리도 불참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한국과 관계를 돈독히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주일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60주년 기념행사 축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또 “일·한은 서로의 다양한 지혜와 지식을 공유해 협력할 수 있는 분야, 또 앞으로 반드시 협력해야 하는 분야가 상당히 많다”며 “협력 지평을 더욱 넓히면서 지금까지 이어온 교류를 다음 세대에 확실히 넘겨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이 대통령과 통화하고 회담한 일을 언급하며 “앞으로 일·한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서로 생각을 맞춰가면서 아주 좋은 뜻깊은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애초 이시바 총리가 상호주의 관례에 따라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영상 축사로 대신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 대통령이 지난 16일 주한 일본대사관이 서울에서 개최한 기념행사에 영상 축사를 보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캐나다로 출국한 상태였다. 지난 50주년(2015년)과 40주년(2005년) 때는 한·일 정상이 각각 상대국 대사관의 기념행사에 직접 참석해 축사를 발표했다.
이시바 총리가 전향적인 행보를 통해 한국에 더욱 적극적인 관계 개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일본 측에서는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과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 등 정부 고위급이 여럿 참석했다.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 등 전직 총리들과 국회의원 약 100명도 자리했다. 한국 외교부는 “내각 고위 핵심 인사들이 동시에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첫 양자회담을 개최하고 ‘셔틀외교’ 재개에 공감하는 등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 의지를 다졌다. 과거사 문제는 부각되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가 오는 8월15일 전후 80년을 맞아 발표할 메시지에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모티브로 한 영화 <신명>이 22일 누적 관객수 68만 명을 넘어섰다. ‘오컬트 정치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영화적 완성도가 부족하고 실존하는 참사를 음모론의 소재로 소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때문에 <신명>의 이례적 흥행을 두고, 윤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가시화된 정치적 현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명>은 유튜브 매체 ‘열린공감TV’ 산하 열공영화제작소가 제작·배급한 영화다. ‘열공TV’ 소속 탐사보도 기자 정현수 PD(안내상)가 대선 후보로 급부상한 검사 출신 정치인 김석일(주성환)과 수상한 그의 아내 윤지희(김규리)의 비밀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제작비 15억원의 저예산으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히 제작됐다. 10일만에 손익분기점(약 30만 명)을 넘겼다는 흥행 산업적 성공을 거뒀다 할 수 있다. 개봉일을 대통령 선거 바로 전날인 6월2일로 변경한 것, 그리고 출연 배우들이 정치 유튜브 등에 직접 출연하며 작품을 홍보한 것 등이 입소문으로 이어졌다.
영화는 김석일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고 윤지희가 김건희 여사라는 것을 숨길 생각이 없다. 손에 ‘왕’자를 그리고, 직접 대통령 집무실 이전 브리핑을 하고,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하는 등 윤 정부 때 보았던 장면들이 그대로 재현된다.
<신명>이 본격적으로 조롱·악마화하는 것은 김건희 여사다. 극 중 윤지희의 캐릭터 설명은 다음과 같다. ‘어린 시절 분신사바를 시작으로 주술에 심취. 남자를 이용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성형으로 얼굴을 바꾸기 시작해 이름, 학력, 신분까지 위조해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차치하고, <신명> 속 윤지희에 대한 묘사는 여성 혐오적이다. 영화는 그를 성행위와 무속신앙으로 ‘남자들을 홀리는’ 악마로 표현한다. 정작 비상계엄을 선포한 내란수괴 김석일은 ‘사법고시 9수생’ 이력이 반복 호명되며 무능하게 그려지는 게 전부다.
더한 문제는 이태원 참사·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등을 극 중 ‘오컬트성’ 음모론 소재로 소비한다는 점이다. ‘일본 귀신은 한국과 달리 사람을 해친다. 순수한 영혼을 바치면 그 복이 돌아온다고 믿는다’는 설정으로 이 참사가 윤지희의 인신공양 의식으로 인해 발생한 것처럼 제시한다. 참사 이후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를 상대로 진상규명을 외쳐왔던 유가족과 참사 희생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저버린 것이다.
“삼풍, 세월호, 오송, 이태원은 누구의 전유물도 아니다. 애먼 사람들이 죽은 사회적 참사다. 5·18을 다룬 <소년이 온다>도, 세월호 유가족을 다룬 <생일>도 이 부분에서는 몹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겨우 전 대통령 내외를 모욕주겠답시고, 그 모든 죽음을 한낱 굿판 장난질 취급하는 게 가당키나 한가.” 한 관람객은 영상 콘텐츠 평가 플랫폼 왓챠피디아에 별점 0.5점을 주며 이같이 썼다.
조악한 만듦새와 이렇듯 위험한 설정에도 이 영화가 흥행한 것은 왜일까. “김건희 여사를 삼켰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 김규리의 사진이 영화의 개봉 전 화제성을 견인했다.
무엇보다 김건희·윤석열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그만큼 컸음을 보여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건진법사·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김건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도 수사가 지난 3년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내란수괴는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이런 답답한 현실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이 영화의 이례적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진상을 밝히기 위한 준비를 하는 사회적 참사를 이런 식으로 전달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영화에 대한 판단은 관객 몫이지만 <신명>의 흥행에 마냥 박수를 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22일 오찬 회동 메뉴는 통합을 뜻하는 오색국수였다. 이 대통령은 야당 지도부에 “최대한 자주 보자”고 말하며 협치 의지를 보였다. 야당 지도부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고 화답하면서도 현안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 전반적인 회동 분위기는 대체로 화기애애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진행된 회동 종료 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 회동은 낮 12시부터 오후 1시45분까지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회동은 원형 테이블에서 이 대통령 오른쪽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왼쪽에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앉은 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송 원내대표가 “(대통령 취임을) 축하한다”고 하자 “제가 (송 원내대표 당선을) 축하드린다. 선거는 언제나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게는 “퇴임이 예정돼 있는 거냐”며 “고생 많으셨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서둘러 뵙자고 부탁을 드렸다”고 모두발언을 시작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소회와 추가경정예산 등을 언급했다.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등 국회 사안에 대해선 “야당 지도부의 입장을 경청하며 이는 국회에서 여야 간 잘 협상할 문제”라고 말했다고 우 수석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송 원내대표를 경제정책 전문가로 치켜세우며 경제 분야 질문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대통령을 향해 “초청에 감사하다”면서도 현안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추진하고 국민을 통합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국민의힘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며 준비된 원고대로 7가지 제언을 했다. 송 원내대표는 김민석 총리 후보자의 인사검증 문제와 원구성 협상 등을 지적하며 “오늘 비대위원장과 제가 대통령께 드린 말씀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정말 성공한 정부,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고언이라고 생각해주시기를 바란다.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거나 메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찬 메뉴는 국수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찬 메뉴로 굉장히 다양한 색깔의 국수가 나왔다”며 “예상치 못한 것이어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웃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 색깔의 국수에) 통합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해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동 형식이 오찬이어서 격렬한 토론이라기보단 대화 형식으로 진행됐다”며 “이 대통령은 (다음번) 만날 날짜를 특정하지는 않았고 최대한 자주 보자고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