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대중문화에서 마법이나 약물을 통한 정신 지배는 단골 소재다. 스타크래프트의 ‘마인드 컨트롤’이 대표적이다. 개인의 마음을 장악하고 통제한다는 발상은 전혀 낯선 것이 아니지만, 그것이 발발 75주년을 맞은 한국전쟁이 남긴 유산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전쟁에서 개개인의 마음은 ‘주전장’이었고, 마음을 포획하고 장악하려는 기술들이 서로 경쟁했다. 일제강점기에서 이어진, ‘빨갱이’의 전향을 목적으로 한 사상 통제가 대표적이다. 고문은 한 개인의 마음을 무너뜨리고 지배해 전향시키려는 기술이었고, 고문이 가해지는 나약한 인간의 몸과 마음은 곧 ‘사상전’의 전장이었다.
전향이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았다. 전향자 관리를 위해 조직된 국민보도연맹은 전쟁이 터지자 학살의 대상이 됐다. 전쟁이 끝나고 자유송환 원칙에 따라 돌아온 국군 포로들은 사상심사를 받아 처형되기도 했다. 살아남은 국군 포로는 일상적 감시와 통제를 받았다.
미군은 사회과학을 동원해 개인의 마음을 공략하려 했다. 적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항복을 유도하려는 삐라와 확성기는 지금까지 이어진다. 귀환을 거부하는 ‘반공 포로’를 만들기 위해 미군은 공산군 포로를 대상으로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이는 거제 포로수용소 내 유혈 사태의 원인이 됐다. 병사와 포로의 마음은 미군 ‘심리전’의 주전장이었다.
미국도 전쟁 후 돌아온 포로들을 의심했다. 공산군 포로를 향한 미국의 심리전처럼, 공산군도 연합군 포로를 대상으로 유화정책과 교육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충격을 준 건 본국 송환을 거부한 21명의 미군 병사였다. 포로 송환 이후 미군은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포로수용소에서 공산군에 협력했던 미군 포로를 이적 혐의자로 처벌하려 했다. 그러면서 미군 포로의 이적 행위와 송환 거부를 설명하기 위해 ‘세뇌’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사실 미군 포로의 협력과 송환 거부에는 미국의 계급 및 인종차별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는 대신, 불안에 휩싸인 미국은 공산주의의 신비한 세뇌 기술에 대항하는 심리전 기술을 발전시키려 했다.
그 극단에 1970년대 언론을 통해 폭로된 중앙정보국(CIA)의 ‘세뇌 프로젝트’가 있다. 약 20년간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적의 세뇌 기술을 해명하고 그에 저항하기 위해 원주민과 외국인을 모집해 비밀 약물을 포함한 각종 정신 통제 기술을 실험했다. 이는 냉전기 국가가 자행한 대량의 고문 폭력이었다.
2025년 시점에서, 고문마저 동원해 개인의 마음을 통제하려던 폭력은 과거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100년 넘게 이어진 또 하나의 폭력이 있다. 유사과학과 종교를 근거로 개인의 마음을 통제하려는 ‘전환 치료’가 그것이다. 혐오 세력은 ‘치료’라는 말로 폭력성을 은폐하면서, 사상 전향과 세뇌 저항처럼 성소수자의 성의 통제를 목적으로 고립과 구금, 감시와 고문을 지금도 가하고 있다. 취약한 처지에 놓인 청소년 성소수자는 가족과 이웃, 종교공동체에 포위된 채 자신의 마음과 존재를 부정당하는 폭력에 노출되기 쉽다.
2024년 12월3일 밤, 국회의원들은 자기에게 닥쳐올 폭력을 예감했다. 3일 뒤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청래 의원은 고문의 기억을 떠올리며 울먹였다. 지난 2월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고문과 살해가 일상이 되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갈 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소수자는 그 폭력을 가능성이 아닌 현실로 살아내고 있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는 “모든 인간이 동성애를 택했을 때”를 걱정하지만, 어떤 성소수자도 그런 세상을 말한 적 없다. 반대로 혐오 세력이야말로 그런 세상을 상상하며 불안을 느끼고, 동성애 없는 세상을 외친다. 나는 거기서 ‘반국가세력’을 모조리 ‘처단’하려던 윤석열이 보여준, 그 절멸의 상상력을 읽는다.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종료된 지 일주일 만에 아내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60대 남성이 구속됐다.
이기웅 인천지법 당직판사는 21일 살인 혐의를 받는 60대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판사는 “도주할 염려가 있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 19일 오후 4시30분쯤 인천시 부평구 한 오피스텔 현관 앞에서 60대 아내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법원으로부터 B씨 주변 100m 이내 접근금지와 연락 제한 등 임시 조치 명령을 받았고, 이달 12일 조치 기간이 종료된 뒤 일주일 만에 범행했다. A씨는 지난 16일에도 해당 오피스텔로 찾아갔으나 B씨를 만나지는 못했고, 범행 전날인 18일 재차 아내를 찾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B씨는 사건 당일 경찰서를 방문해 스마트워치 지급과 폐쇄회로(CC)TV 설치 등을 문의하려고 했으나, 해당 조치가 적용되기 전에 살해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접근금지 기간이 끝나고 찾아갔는데 집 비밀번호가 바뀌어 있었고 무시당해 화가 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 “돌아가신 아내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나는 잘했다고 여긴다”고 답했다. “접근금지 조치가 끝나자마자 찾아가신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내 집인데 내가 들어가야지 내가 어디 가서 살겠느냐”고 반문했다. “살인을 저지르고 잘했다는 말씀이 맞는다고 생각하느냐, 남은 가족에게 미안하지 않으냐”고 묻자 “그렇다”라거나 “남은 가족도 아들 하나라 미안한 거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