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vs 중고판매 ‘경북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의 관광객 수가 예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도는 최근 안동·의성·청송·영양·영덕 등 5개 시·군 주요 관광지점 90곳의 방문객 수가 회복세를 보였다고 22일 밝혔다. 산불 피해 직후인 지난 4월에는 1년 전에 비해 26% 감소했지만 지난달에는 전월 대비 79%,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안동의 경우 지난 달 주요 관광지점(36곳)에 52만7150명이 찾아 전월 대비 72%, 전년 동월 대비 21%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하회마을은 4월에 비해 94% 증가했다.
의성 역시 지난달 조문국 사적지 등 주요 관광지점 22곳에 모두 8만5923명이 찾았다. 청송과 영양, 영덕지역의 관광객 회복세도 뚜렷했다.
한국관광데이터랩 빅데이터의 지역별 방문자 수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달 경북을 찾은 내국인 방문자 수는 약 1786만명으로 4월에 비해 30.6%, 전년 대비 17.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22일 시작돼 경북지역에 큰 피해를 남긴 산불 이후 이들 시·군을 찾은 관광객이 감소했다. 한국관광공사 집계에서는 산불 피해지역 5개 시·군을 찾은 외부 방문자 수가 297만4000명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09만명)보다 3.8%인 11만6000명이 감소한 수치다.
그간 경북도는 산불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관광 회복을 위해 ‘온(ON)-기(氣) 프로젝트’를 통한 다양한 시책을 추진했다. 여행과 기부를 결합한 상품, 온라인 여행플랫폼과의 숙박 등 할인 행사, 단체 여행객 대상 버스 임차비 지원사업 등을 벌였다.
김병곤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경북 관광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지원 정책과 홍보마케팅을 통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미등록 이민자 단속과 이에 대한 항의 집회가 교차하는 가운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팀인 LA 다저스 홈구장 주변에서 단속 요원들이 목격돼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다저스 구단 측은 엑스에 “오늘 오전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다저스타디움에 와서 주차장 진입 허가를 요구했으나 구내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는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구단은 덧붙였다.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다저스타디움에서는 흰색 밴과 여러 대의 SUV를 탄 연방 요원들이 경기장 내로 진입하려고 시도했지만 보안 검문소에서 막혔다. 차량 사이에 서 있던 일부 요원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권총으로 무장한 채였지만, 신분을 나타내는 표식이나 배지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들은 소속을 묻는 기자에 “국토안보부(DHS)”라고 답했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대 수십 명도 경기장 앞에 몰려들었다. ‘내 얼음(ICE)이 부서지는 게 좋다’고 적힌 피켓을 든 이들은 ‘ICE는 LA에서 나가라’, ‘다저스는 어디 있나’ 등의 구호를 외치며 공개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ICE와 DHS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트리샤 맥러플린 DHS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번 일은 다저스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관세국경보호청(CBP) 소속 차량이 주차장에 아주 잠깐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ICE도 엑스에 “거짓이다. 우리는 그곳에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CNN 등 외신들은 “다저스타디움이 대도시 인구 밀집 지역 내 비교적 고립된 지역에 있다”며 이민 단속 관련 기관 요원들이 경기장에 진입하려 한 목적에 의문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경찰은 LA타임스에 “연방 요원들이 브리핑하기 위해 경기장 근처에 모인 건 사실”이라며 “SNS에 차량 사진이 퍼지기 시작할 무렵에는 이미 떠난 뒤였다”고 밝혔다.
라틴계 팬이 많고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LA를 연고지로 둔 다저스는 그간 이민 정책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 15일 라틴 팝 가수 네자가 경기장에서 스페인어로 미국 국가를 부르자 이를 말리는 구단 관계자의 모습이 찍힌 영상이 확산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반면 LA 지역의 다른 스포츠 구단인 LA FC와 에인절 시티 FC는 이민자 지지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경 문제를 총괄하는 톰 호먼은 이날 “농장과 호텔 등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이민 단속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범죄자를 최우선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1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에서 만난 정향숙씨(49)는 손에 배인 땀을 연신 훔쳤다. 산업재해와 업무상 질병을 판단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정씨에 대한 심의·판정을 열기 전이었다. 판정 결과는 이날 결정된 뒤 1~2주 뒤에 정씨에게 통보될 예정이었다. 정씨의 손에는 전날 밤까지 고친 최후진술서가 들려 있었다. 초조한 표정의 정씨는 숨을 크게 내쉰 뒤 “저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해 21년 간 근무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진술서를 찬찬히 읽었다.
정씨는 만 열여덟 살이던 1994년 삼성전자 경기 기흥공장에 취업했다. 공장엔 정씨 또래의 여성들이 많았다. 회사는 “섬세한 여성의 손을 이용해야 한다”며 반도체 칩을 만들 때 사용하는 둥근 모양의 기판인 웨이퍼를 수작업으로 다루게 했다. ‘반도체 호황’을 맞은 공장에서 정씨의 몸은 쉴 틈이 없었다. 5kg 무게의 웨이퍼 박스 2~3개를 들고 나르는 동안 허리디스크가 생겼고 손가락이 휘었다. 만성적 생리통과 중이염에 수시로 병원에 가면서도 정씨는 허투루 일하지 않았다. 2015년 ‘희망퇴직’을 당했을 땐 “열심히 일한 사람을 이렇게 쫓아내나” 싶어 야속했지만 그래도 회사를 믿었다고 했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회사는 제대로 보상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정씨는 2022년 희귀질환인 ‘거대세포종’ 진단을 받았다. 2018년 자궁 적출 수술을 받은 지 4년 만이었다. 의사는 두개골 바닥에 종양이 생겼다고 말했다. 세 차례 수술을 받은 결과 종양은 제거됐지만 정씨는 왼쪽 청력과 얼굴 일부에 감각을 잃었다. “내 몸이 왜 이렇게 아플까.” 정씨의 머릿속에 21년간 몸담았던 공장이 스쳐지나갔다. 정씨의 눈·코·귀·입으로 들어왔던 각종 유기용제와 화학부산물들이 떠올랐다. 지난 세월 간 겪은 수많은 질병이 산업재해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다른 정씨는 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 ‘반올림’을 찾아갔다.
정씨는 “고 황유미씨 이후로 반도체 산업재해는 많이 사라진 줄만 알았다”고 말했다. 그런 정씨에게 반올림의 노무사는 반도체 산업재해 피해자 리스트를 보여줬다. 정씨와 같은 공장라인에서 일한 사람들의 이름이 보였다. 백혈병, 뇌종양, 피부암, 위암 등으로 사망한 사람, 정씨와 같은 거대세포종으로 사망한 사람도 있었다. 10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는 거대세포종을 진단받은 사람이 삼성반도체 공장에서만 정씨를 포함해 2명이 나온 셈이다. 정씨의 대리인인 이고은 노무사는 “기흥공장에서 반올림을 통해 산재를 신청한 사례만 46건이 있고, 정씨가 근무한 공장 6~9라인은 각종 희귀질환이 많이 발생한 라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18년 삼성전자는 기흥공장의 반도체·LCD 생산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하다가 관련 질병을 얻은 피해자에게 2028년까지 보상하는 지원보상위원회를 구성했다. 2007년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고 황유미씨(당시 23세)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후 아버지 황상기씨가 싸워 회사와 합의해낸 결과다. 하지만 정씨는 지원보상위원회의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거대세포종’이라는 질병이 지원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회사를 향한 믿음이 깨진 정씨는 그렇게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한 과정을 시작했다.
이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선 정씨는 울음을 참고 발언을 이어갔다. 떨리는 목소리로 정씨가 말했다. “저는 (제 병에 대해) 어떤 과장도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 상태가 단지 ‘운’이나 ‘개인 탓’으로 치부되는 것이 억울합니다. 이 병은 제 오랜 근무의 결과입니다. 그 사실만은 꼭 인정받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