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폰테크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22일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수결이 아니다”며 “관용과 자제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북토크: 어른 김장하의 씨앗’에서 “관용은 경쟁하는 상대 정당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자제는 신중함과 인내를 담보로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또 “사회통합은 대통령이 하는 게 아니라 국회가 하는 것”이라며 “다들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고 했다. 의대 정원 문제에서도 “관용과 자제의 자세로 상대편을 대했다면 의대 정원도 500명은 늘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에서 경쟁하는 정당들이 대화하고, 타협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장하 선생을 두고는 “진주에 사셨지만, 서울에 대한 콤플렉스도, 정규학력에 대한 콤플렉스도 없었다. 보수와 진보가 모두 존경하는 삶을 사신 분”이라며 “그건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장하 선생은 경남 진주 지역의 유명한 독지가로, 수십 년에 걸쳐 진주에서 한약사로 활동하며 학교, 시민단체, 문화예술단체에 거액을 쾌척했고 어려운 사람들과 학생들을 도왔다. 문 전 권한대행은 “저는 39년 전에 장학금을 받았다. 그 장학금을 받은 게 39년 후의 삶에도 영향을 줬다”고 했다.
평생 진주와 경남지역에서 머물렀던 김 선생처럼 문 전 권한대행도 대학교 때와 헌법재판관을 할 때를 제외하곤 부산·경남지역을 떠나지 않았다. 문 전 권한대행은 지금도 부산에서 산다며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선 서울 중심의 사고를 버려야 한다. 지역 다양성에 토대를 둔 창의성만이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북토크에는 문 전 권한대행,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정경순 주한 파나마대사관 선원부서 팀장 등 김장하 선생에게 장학금을 받은 사람들을 비롯해 김 선생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은 책 <줬으면 그만이지>를 쓴 김주완 작가,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연출한 경남 MBC의 김현지 PD 등이 참석했다.
북한이 23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3곳 공습을 두고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을 계기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이 이란처럼 북한의 핵시설을 선제 타격할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빌려 “(미국이)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유엔 헌장과 기타 국제법을 엄중히 위반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변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이른바 ‘평화유지’와 ‘위협제거’의 구실 밑에 물리적 힘의 사용으로 중동 지역의 정세 긴장을 더욱 격화시키고 전 지구에 걸친 안전 구도에 심각한 부정적 후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의 이란 공습을 계기로 핵 보유만이 확실하게 억제력을 담보하는 수단이라는 인식을 더 확고히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란까지 강대국의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진행하고 있지만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농축도 90%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에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는 1991년 옛 소련 해체 후 3대 핵 보유국이었지만, ‘영토·주권 보존’ 등을 대가로 핵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핵무력 강화 노선에 더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군사협력 등 북·러 밀착을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로부터 첨단무기 기술을 이전받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과 핵추진잠수함 관련 기술 등이 거론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이란 공습을 선제적 군사 위협으로 인식하며 핵·미사일 선제공격 역량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이라며 “핵무기 개발을 최우선으로 삼는 기존 정책의 정당성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핵 협상에는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 미국의 이란 공격은 양측이 핵 협상을 진행하는 도중에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의 인내심이 바닥이 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미 협상에 응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북한이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북한의 영변과 강선 등에 있는 핵시설을 선제 타격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이 북한에는 다른 접근법을 구사할 것이란 얘기다. 이란과 달리 북한은 여섯 차례 핵실험을 통해 실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공습한다면 북한도 미군이 주둔하는 한국을 향해 핵과 재래식 전력으로 보복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자국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미국의 선제 타격 계획에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2019년 비핵화 협상에 실패한 뒤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현재 동북아시아의 구도는 중동과 단순비교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러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라 러시아가 개입할 여지가 있고, 중국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반도는 중국과 러시아가 직접적인 이해 관계를 가진 곳”이라며 “미국이 북한을 무력을 통해 제압해서 뭔가를 얻을 수 있는 지정학적 환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