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 ‘노란봉투법’ 등을 통해 노동의 이중구조와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 정부가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19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노동과 관련해서 특별하게 문제라 생각하는 것은 이중구조와 임금격차”라며 “남녀, 비정규직, 중소기업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40% 격차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격차 해소를 위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공약을 넣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어떻게든 (격차를) 해소하고 싶단 내용 담았다”며 “일터에서 비정규직이 굉장이 많이 늘었다. 이번 정부에서 비정규직 안전, 고용을 위해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무분별하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국회를 두 차례 통과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입법이 무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위협하는 것은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도 “(노란봉투법은) 대법원 판례, 국제노동기구에서도 다 인정하는 거라 당연히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찬진 국정기획위 사회1분과장도 “우리 사회는 정규직, 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플랫폼 노동 등 비정형 노동 고용상 지위가 양극화돼 있다”며 “심각한 임금격차로 경제적 양극화로 많은 분들 힘들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동 현장에서 빈번한 산재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로 많은 노동자, 가족들이 고통받고 있다. 이 모든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라며 “새 정부 공약은 이러한 노동 현안의 심각성을 직시해서 일하는 모든 국민이 일터에서 행복을 누리도록 구성하겠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이재명 정부의 ‘성장’ 기조에 대해 불평등을 개선시키는 성장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진짜 성장은 첫째, 기술이 주도하는 성장이다. 단지 수요를 진작시키는 성장이 아니라 기술 패권 시대에 기술을 ‘업’시키고 잠재성장률을 올리는 성장을 말하는 것”이라며 “두 번째는 한국 사회에서 지체된 불평등을 개선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모두의 성장”이라고 했다. 이어 “중소기업, 자영업자 뿐 아니라 경제에 참여한 모든 노동자의 참여를 통해 이뤄진 성장인 만큼 노동자 권리와 배분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라며 “좀더 평등하고 좀더 성장하는 사회가 이번 정부의 지향 목표”라고 했다.
이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노란봉투법을 단시간에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한 인터뷰에 대해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당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노란봉투법을 국정과제로 채택하면 채택 시기를 논의한다. 판단할 때는 당, 노동계, 경영계 협의하면서 시행 시기를 결정한다”며 “그와 관련한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 당의 의견이라 보면 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일(현지시간)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중동발 정정 불안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2일 서면브리핑에서 “여러 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저히 직접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산적한 국정 현안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검토해 왔다”면서 “다른 인사가 대신 참석할지 등의 문제는 나토 측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당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이와 관련한 브리핑을 열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소식이 전해진 후 대통령실과 정부 기류도 참석 여부를 재검토하는 쪽으로 바뀌었고 결국 불참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의 불참은 중동에서의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동발 정세 불안으로 동북아시아에서도 긴장이 고조될 것을 우려한 판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토는 2022년부터 I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 자격으로 한국을 정상회의에 연속 초청해 왔는데,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러 군사협력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서다. 나토와 IP4는 정상회의 때마다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안보는 연계돼 있다’는 인식을 공유해왔다. 북한과 러시아는 나토 정상회의와 한국의 참석 등을 비판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을 낮게 봤을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재차 무산되면 유럽 방문의 의미가 퇴색될 것을 걱정했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지난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이어 민주주의 진영과 연대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또 북한이 최근 공병 등 6000명을 러시아에 추가로 파견키로 하는 등 북·러 밀착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대북 견제 메시지를 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불참으로 서방에서 한국의 대외정책 방향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정부가 나토에 특사를 보내서 민주주의 진영이 이 대통령의 이번 불참을 오해하지 않도록 설명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자 한국에 있는 이란인들이 22일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전쟁범죄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재한 이란인 50여명은 이날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성명에서 “핵시설을 표적으로 삼고,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유엔과 모든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전쟁범죄를 책임지도록 하고, 더 이상의 무력 충돌을 막는 것을 도와달라”고 했다.
집회에는 이란 국적자 외에도 한국,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시민 약 50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침묵은 살인이다. 이란을 위해 목소리를 내자” “아이들은 표적이 될 수 없다. 전쟁범죄를 멈추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번 미국의 공습에 피해를 입은 이란 이스파한 출신인 알리(50)는 “미국은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원자력시설을 공격했다”면서 “지금까지 전쟁으로 400명이 죽고 3000명이 다쳤는데, 미국과 이스라엘은 군사시설이 아니라 집, 병원 같은 곳의 민간인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왔지만 이란 역시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공격하고 있다.
마리아(27)는 “핵시설을 공격하면 방사능의 영향으로 지금 사는 사람들뿐 아니라 미래세대까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했다.
고국의 가족, 친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헤일(32)은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확전이 돼 있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느냐”며 “이란 민족과 가족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마리아는 “가족들과 2일 전 갑자기 연락이 안 돼 걱정이 크다”고 했다.
미국 시카고 출신인 덩컨 솔레어는 “‘법에 따른 질서’가 미국과 미국의 위성국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겨운 일”이라며 “어떤 종류의 확전도 원하지 않고, 특히 이란 시민들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인 새프런(33)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란 여성의 권리’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악용하고 있다”면서 “어떤 폭격도 이란 여성의 해방을 불러올 수 없다”고 했다.
국내 시민사회단체도 연대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은 이날 주한 미국 대사관이 인접한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앞에서 집회를 열고 미국의 이란 공습을 규탄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을 비롯한 약 120명이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이란 공격 중단”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했다. 이스라엘 하이파 출신의 한 팔레스타인인은 “가자와 서안 지구가 피 흘리는 동안 국제사회는 방관했다”며 “우리는 민족 학살의 중단을 요구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집회 후 인사동과 미국 대사관을 지나 이스라엘 대사관을 향해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