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폰테크 군검찰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23일 추가로 기소하고 구속영장 추가 발부를 요청했다. 내란 특검팀과 협조해 구속기간 만료가 임박한 두 사람에 대해 특검 수사 등을 위한 구속기간 연장에 나선 것이다.
내란 특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군검찰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위증죄로,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군사기밀 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로 추가 기소했다”며 군사법원에 기존 사건과의 변론 병합과 추가 구속영장 발부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에 제출한 조건부 보석 촉구 의견은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여 전 사령관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군사법원 재판에서 계엄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침투와 관련해 위증한 혐의를 받는다. 문 전 사령관에는 ‘부정선거 증거 수집’을 위해 설치하려던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 관련 인적 정보 등을 외부에 유출한 혐의가 적용됐다.
군검찰의 추가 기소는 내란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주요 피고인들이 조만간 줄줄이 구속 만료로 풀려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여 전 사령관과 문 전 사령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1심 구속기간(6개월)이 곧 만료돼 석방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앞서 내란특검도 지난 18일 내란 피의자 중 가장 먼저 기소돼 오는 26일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처음으로 기소하고 법원에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다. 주요 가담자들이 잇따라 풀려나면 서로 말을 맞추거나 증거인멸 등을 시도해 특검 수사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졸 프로 1~2년차 이탈 많고드래프트 좌절 땐 선택지 없어대학 리그 키워 저변 확대해야
한국에서 엘리트 체육 교육을 받은 중고교 여자 농구선수에게 목표와 선택지는 사실상 하나다. 프로에 진출하는 것.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프로선수가 될지, 아니면 농구를 포기할지 결정해야 한다. 많은 유소년 인재들이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일찌감치 농구공을 내려놓는다. 프로 전력 약화와 국제 경쟁력 저하, 여자농구 인재풀 감소가 끝나지 않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한국 유소년 여자 농구선수의 수는 매년 꾸준히 줄고 있다. 2025년 기준 전국 학교 운동부에 소속된 19세 이하 여자 농구선수는 595명으로 10년 전(688명)보다 100명 가까이 줄었다.
여자 농구 세대교체의 주역인 ‘슈퍼 가드’ 박지현을 배출한 서울 숭의여고 농구부는 2025년 등록 선수가 없어 해체 위기에 놓여 있다. 울산 화봉고와 전남 법성고는 최소 인원인 5명으로 힘겹게 농구부를 유지하고 있다. 전주기전여고 농구부의 올해 등록 선수는 1명이다.
전문가들은 여자농구의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유소년 선수들의 이탈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은혜 여자프로농구(WKBL) 해설위원은 “프로를 목표로 어릴 때부터 운동한 선수도 막상 프로 진출 후 1~2년차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드래프트에 지원했다가 좌절했을 때 대학 진학 등의 다른 목표를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여자 농구선수 대부분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바로 프로 무대에 도전한다. 2025년 현재 5명 이상의 등록 선수를 보유한 대학 여자 농구부는 전국에 7개뿐이다. 대학 남자 농구부(17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10시즌 동안 선발된 141명의 신인 선수 중 대학 재학 중, 혹은 졸업 후 선발된 선수는 29명에 불과하다. 2024~2025시즌 드래프트에서는 일본 교포인 홍유순과 이여명만이 대학 선수로 선발됐다.
김은혜 해설위원은 “지금은 프로에 실패한 선수들이 대학에 간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고 프로에서도 대학 선수들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농구의 본토인 미국은 대학 농구가 크게 활성화돼 있다. 2025년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드래프트에서 선발된 38명 중 35명은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디비전1에 소속된 선수다. 여자농구 스타 케이틀린 클라크가 아이오와대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출전한 NCAA 여자농구 결승전은 평균 시청자 수 1870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대학 여자농구 활성화 움직임이 있다. 2015년 창단한 부산대 여자 농구부는 2024시즌 대학리그 전승 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다. 부산대 체육대학에 재학 중인 12명의 선수 중 일부는 프로 진출을 준비하고, 일부는 교직 이수 등을 통해 또 다른 농구 인생을 도모한다.
부산대 농구부 코치를 맡고 있는 김규정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는 “여자농구 선수가 프로에 가지 못하거나 프로 인생이 끝났을 때 사회에 나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대학에 와서 다른 공부도 해보고, 농구의 행정적인 면도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WKBL에 따르면 2015~2016시즌 이후 은퇴(웨이버, 임의해지 포함)한 3년 차 이하 선수는 총 60명에 달한다. 이 중 12명이 프로 데뷔 1년 차에 은퇴를 선언했다. 고교 졸업 후 프로 진출을 선택한 선수들의 상당수는 정착에 실패하고 튕겨져 나오는데, 대학은 선수 수급난에 시달린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 한국대학농구연맹은 2025년 여대부 선수 등록 관련 규정을 변경해 WKBL 출신 여자 선수들의 대학리그 참가를 허용하고 있다. 김규정 교수는 “여자농구에 대학 진학이라는 선택지가 생긴다면 자연스럽게 엘리트 선수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저변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프로에서도 대학 선수들을 많이 뽑아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