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폰테크 최근 서울·울산·부산 등 도심에서 시민들이 큰부리까마귀에게 공격받는 사례가 늘면서 정부가 대응 요령을 전했다. 가급적 둥지 주변을 피하고, 머리를 보호하는 것이 안전하다.
환경부는 “번식기를 맞아 예민해진 큰부리까마귀의 공격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안전과 공존을 위한 국민행동 요령을 안내하고, 서식 및 피해 실태 등을 조사해 대응반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큰부리까마귀는 숲과 산림에 주로 서식하지만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인한 서식지 환경이 달라지면서 먹이를 구하기 쉬운 도심지 서식이 증가하는 추세다. 잡식성으로 낟알과 과실, 죽은 동물의 사체, 곤충류, 조류의 알과 새끼 등 다양한 종류를 먹는다. 도심에서는 주로 쓰레기통을 뒤져 먹이를 찾기 때문에 최근에는 쓰레기 밀집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성체는 몸길이가 약 57cm로 국내 까마귀류 중 가장 크고, 이마와 부리의 경사가 심해 직각으로 보인다.
이은옥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은 “기후가 달라져 환경이 변하면 자연스럽게 동물들의 서식 환경도 바뀌게 된다”며 “도심이 상대적으로 먹이를 찾기 쉽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정착해 살면서 도심에 서식하는 개체수가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먹이를 찾아 도심으로 진출한 큰부리까마귀와 사람 간 접촉이 늘면서 피해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큰부리까마귀는 둥지 주변에 접근하는 사람이 있으면 공격하기도 하는데, 번식기인 3~7월 사이에 공격성이 두드러진다. 특히 새끼가 둥지를 떠나는 5~7월에 공격 사례가 빈번하다. 부모새가 알이나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 행동이다.
안전을 위해서는 둥지나 새끼가 확인된 지역을 피하는 게 좋다. 부득이 이곳을 지날 때 빨리 움직여 벗어나야 한다. 주로 머리 부위를 공격하므로 우산이나 모자를 착용해 머리를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큰부리까마귀를 향해 막대기나 팔을 휘두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위협하는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 큰부리까마귀의 공격으로 피해를 받았다면 119안전센터나 지자체 환경부서에 신고하고, 부상 시에는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
최유성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는 “큰부리까마귀의 공격성은 번식기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그라든다”며 “잠시 공격성을 보인다고 해서 사람이 먼저 까마귀를 위협하고 공격하면 인간을 향한 까마귀의 공격성이 고착화돼서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환경부는 도시에 서식하는 큰부리까마귀의 서식 실태 및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안내 표지판을 설치할 방침이다. 아울러 대응 요령 안내서를 마련해 지자체 및 관계 기관에 배포할 계획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사람과 야생동물 간의 충돌은 예견된 일”이라며 “지금부터라도 달라진 환경으로 인한 야생동물의 서식지와 개체수 변화 등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