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계폰테크 광주 남구 제석산 구름다리에서 또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21일 광주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4시55분께 광주 남구 진월동 제석산 구름다리에서 40대 남성 A씨가 추락했다. 다리 아래 낙석 방지용 철망 안에 쓰러져 있던 A씨는 소방 당국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제석산 구름다리는 도로 개설로 남구 봉선동과 진월동을 잇는 산등성이가 끊기자 제석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편의를 위하여 등산로를 잇는 차원에서 1999년 건설됐다. 인도로 사용되는 교량으로 총 길이는 76m, 총 폭은 2m, 총 면적은 152㎡에 이른다. 하지만 높이는 지상으로부터 37m 높이 위에 설치, 추락 관련 사고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4월 30대 남성이 구름다리 아래로 떨어져 숨졌고, 앞서 지난 2월에도 40대 남성이 다리 아래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2017년부터 올해 4월까지 집계된 추락 사고만 7건에 달한다. 2020년 기존 1.2m에 불과했던 난간 높이를 2m까지 높였지만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
잇단 사고에 광주 남구는 지난달 24일 관련 사업 실시설계 용역을 마치고 공사 계약 의뢰, 추락 방지망 설치 작업을 추진 중이었다.
작곡가 베토벤은 매일 아침 커피콩 60알을 내린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그래서 커피광들에게 ‘60’은 ‘베토벤 넘버’로 불린다. 브람스 역시 아침마다 진한 커피를 마신 걸로 유명하다. 바흐가 독일 라이프치히 커피하우스에서 처음 발표한 ‘커피 칸타타’ 마지막은 커피를 예찬하는 합창이다. 성 이니셜을 따 ‘3B’로 부르는 이 세 사람은 커피광들이다.
국내로는 커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시인 이상이다. 그는 1933년 서울 종로에 연 다방 ‘제비’를 필두로 ‘쯔루’ ‘식스나인’ 등 다방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했다. “나는 그래도 경성역을 찾아갔다. 빈자리와 마주 앉아서 이 쓰디쓴 입맛을 거두기 위하여 무엇으로나 입가심을 하고 싶었다. 커피. 좋다.” 이상의 단편소설 ‘날개’를 보면 당시에도 커피는 젊은이들에게 힙한 문화의 상징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예전에 커피는 요즘처럼 언제나 마실 수 있는 음료는 아니었다. 사치품에 가까웠다. 커피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것은 ‘한국을 빛낸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믹스커피다. 이제 그 자리는 아메리카노가 대신하고 있다. 커피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2023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에 이른다. 세계인 평균 152잔의 두 배가 넘고, 아시아에서는 1위다. 거리에는 한 집 건너 한 집씩 커피전문점이 성업 중이다.
다시 커피 한잔이 ‘사치’가 되는 시대가 올는지도 모르겠다. 커피 원두의 국제 거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18일 국제커피기구 자료 등을 보면 지난달 원두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60% 넘게 올랐다. 원인으론 기후변화가 꼽힌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도 한몫했다. 원두에 세금이 더해지면 커피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한국도 커피값이 고공행진 중이니, 이대로면 커피도 줄여야 할 판이다.
커피는 이제 단순한 음료를 넘어 생활문화로 자리 잡았다. 안 마시면 금단현상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장시간 노동과 과다 경쟁 사회에서 ‘카페인 각성’이 필요한 현실도 서러운데, 늘 마시던 커피마저 줄여야 한다면 너무 우울할 것 같다. 새 정부가 생활물가를 잡아 쓰디쓴 커피라도 맘 놓고 마셨으면 한다.
내가 여름을 체감하는 것은 참외나 수박을 먹을 때보다 집에 들어와 씻는 것을 더 이상 미루지 않을 때다. 다른 계절에는 공동주택에서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마지노선(밤 11시)에 이르러 꾸역꾸역 씻을 준비를 하는데, 여름에는 하루에 두 번도 씻는다. 평소 무관심하던 샤워기 헤드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보통 이 즈음이다.
우리 집 샤워기 헤드는 손잡이 부분에서 물이 샌다. 수도에서 물이 샐 경우, 나사 부분에 테프론 테이프를 감거나 결합 부위의 고무 패킹을 갈아주면 대체로 해결이 된다. 그런데 우리 집 샤워기 헤드는 같은 방식으로 고칠 수 없다. 호스 연결 부위가 아니라 본체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언젠가 샤워기 필터를 갈면서 너무 세게 잠근 결과다. 필터 샤워기는 다른 샤워기에 비해 내구성이 약하고, 필터 교체 때문에 자주 여닫으면서 플라스틱 소재의 나사가 빠르게 마모된다.
물은 어떻게든 길을 찾아낸다. 테프론 테이프를 감고, 글루건으로 풀을 녹여 연결 부위에 덕지덕지 발라도, 바늘구멍만 한 틈을 비집고 나와 물줄기를 이룬다. 샤워하는 동안에는 원치 않는 방향으로 새는 물을 못마땅히 바라보지만 별다른 수가 없다. 굳은 풀 위에 다시 풀을 쏠 때마다 샤워기 헤드는 점점 본모습을 잃어간다. 어떤 수리는 못생기고 너저분하다. 궁상맞음을 넘어 처절하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 수리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다들 비슷한 증세를 겪는다. 수리 경험이 쌓일수록 ‘못생김’을 견디는 능력도 함께 발달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흉해도 자기 손으로 고친 것이면 귀여워 보이는 마법이 작용한다. 수리하는 동안 물건과 나 사이에는 크고 작은 서사가 쌓이고, 그런 물건은 아무리 낡아도 쉽게 버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워기 헤드와 헤어질 결심을 한 것은, 새는 물줄기가 귀여운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인구 중 40%는 물 부족을 겪고 있다. 우연히 ‘물 좋은’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잠들기 전 샤워가 당연한 일상을 살고 있는 것에 가끔은 부채감이 든다. 흘린 땀을 빠르게 씻지 않으면 염증이 생기는 민감한 피부도, 어쩌면 그렇게 길들여진 것일까? 전 세계에 수돗물을 음용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마실 수 있는 물로 몸을 씻으면서, 유행에 휩쓸려 필터 샤워기를 샀던 과거를 반성한다. 다음 샤워기는 튼튼한 스테인리스 제품을 고를 생각이다. 아울러 평균 10분이었던 샤워 시간도 대폭 줄여보려고 한다. 2020년 기준 한국은 가정에서 매일 1인당 192ℓ가량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1위인 일본(237ℓ)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독일(120ℓ), 덴마크(113ℓ)와 비교하면 1인당 1.6배나 많은 물을 쓰는 것이다. 하루에 고작 물 1ℓ 마시기를 목표로 하면서, 192ℓ나 생활하수로 사용하고 있다니. 그 압도적인 수치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샤워기 헤드를 분리하면서, 더는 수리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대신 떠나보내기 전에 기록하려고 사진을 찍었다. 이 못생기고 너저분한 수리의 흔적은 아무래도 너무 귀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