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폰테크 민·관이 협력해 글로벌 수준의 독자적인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첫 발을 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달 21일까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할 국내 정예팀을 모집한다고 20일 밝혔다. 전임 정부에서 가칭 ‘월드 베스트 LLM(거대언어모델)’이라고 부르던 프로젝트의 정식 명칭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로 확정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데이터로 학습된 범용 모델을 말한다.
공모 대상은 실력있는 국내 AI 기업·기관 중심의 정예팀(컨소시엄 가능)이다. 정부는 최대 5개팀을 선발해 그래픽처리장치(GPU), 데이터, 인재를 수요에 따라 지원한다. 6개월 단위 단계별 평가를 통해 지원 대상을 추려나갈 계획이다. 미래 AI 인재 육성 관점에서 대학·대학원생 참여를 필수 조건으로 달았다.
평가 시점 6개월 이내 출시된 최신 글로벌 AI 모델의 95% 이상 성능을 내는 것이 목표다. 정예팀은 구체적인 개발 전략과 방법론을 주도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단계평가마다 시장 변화에 대응해 목표와 방법론 등을 수정할 수 있는 ‘무빙타겟’ 방식을 도입한다.
오는 12월 처음 진행하는 6개월 단위 단계평가는 경연대회 방식의 국민·전문가 평가, 국내외 벤치마크, 한국어 성능·안전성 검증체계 기반의 검증평가 등을 연계해 추진한다.
필요자원 지원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는 민간이 보유한 GPU를 임차해 지원하고, 이후부터는 정부 구매분을 활용한다. 팀당 GPU 500장 수준으로 시작해 단계평가를 거쳐 1000장 이상 규모를 지원할 예정이다. 팀당 데이터 공동구매 지원 규모는 연간 100억원, 데이터 구축·가공은 연간 30~50억원이다. 정예팀이 해외 우수 연구자를 주도적으로 유치하면 인건비, 연구비 등을 연간 20억원 규모로 지원한다. 인재 지원은 인재 확보의 연속성 차원에서 정예팀 압축과 관계없이 2027년까지 지속할 방침이다.
공모에 참여하는 정예팀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의 국민 AI 접근성 증진과 공공·경제·사회 AI 전환 지원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AI 모델의 소스코드를 공개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화를 유도하고, 다양한 서비스 출시로 이어지게 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전 국민이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새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에 AI미래기획수석을 신설하고, 초대 수석으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을 임명했다. 이날 울산에서 열린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참석하는 등 AI에 중점을 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송상훈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넘어 기술주권 확보, 모두의 성장을 도모하는 생태계 구축이 목표”라며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모두의 AI’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15일(현지시간)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개막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인한 무역 갈등, 이스라엘·이란 충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국제사회 불안정성이 최고조에 달한 와중에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국하기 전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G7 정상회의에서 무역 합의가 발표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매우 좋은 합의를 갖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것이 당신이 내야 할 금액’이라고 적힌 서한을 보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무역 협상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는 나라에는 미국이 정한 상호관세율을 일방 통보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G7 회원국 및 ‘옵서버’로 초청된 한국, 호주, 인도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별도 회동을 추진하며 양자 차원의 무역 논의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 나라는 아직 미국과 한창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다.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다음달 9일 이후로 유예 기간이 연장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동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이스라엘·이란 충돌은 이번 회의의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G7 차원의 단합된 대응은커녕 공동 입장 표명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때로는 싸워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럽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하면서도 확전 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참석하는 이번 정상회의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해법을 놓고도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지원, 대러 제재 등을 중시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직접 담판을 통한 해결을 선호한다.
이처럼 이번 G7 무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귀환한 이후 가속화하고 있는 동맹국들과의 긴장, 나아가 세계 안보·통상 질서의 균열을 고스란히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자기구에 회의적 입장인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G7 차원의 글로벌 협력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은 예년과 같이 포괄적인 내용을 담은 G7 정상 공동성명을 도출하는 것에 관한 기대도 버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다만 외국 세력의 선거 개입, 초국가적 범죄,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 등 주제별 결과물은 나올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캐나다의 미국 51번째주 편입을 주장해온 만큼 회의장 주변에서 반트럼프 시위가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AP통신은 “트럼프는 이번 회의의 와일드카드”라며 “다른 정상들이 관세 부과를 저지하기 위해 트럼프와 대화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번 회의는 단결을 보여주기보다 일련의 양자 대화로 남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귀농을 처음 고민한 건 10여년 전이었다. 전남 해남에서 농지를 구입해 농사를 시도해 보기도 했고, 경기 양평에서 사계절을 살아보며 농촌의 현실을 체험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의 질문이 또렷해졌다. 귀농은 계속되는데, 왜 농촌은 사라지는가?
통계를 보면, 2018년 이후 5년간 청년 9113명이 귀농했고, 2023년 한 해에만 2449명이 새롭게 유입됐다. 그러나 같은 5년 사이에 누적된 전체 청년 농업경영주는 오히려 2185명 줄었다. 유입보다 이탈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귀농 정책이 유입에만 집중한 결과, 귀농은 늘었지만 실질적인 농업 인구는 줄었다. 이는 유입 중심 정책이 정착을 담보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세대 전환’ 실패에 있다. 30대 청년 귀농인들이 40대로 성장해 농업을 지속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코호트 붕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상적인 흐름은 정착한 30대 귀농인이 40대 농업 경영주로 성장해 농촌의 중간층을 이루는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해당 코호트가 붕괴해 사라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10년 내로 농업경영주의 절반이 줄어들 것이다.
정착은 행운이 아니라 설계된 구조의 결과다. 프랑스는 ‘농촌건설토지정비회사’를 통해 농지 거래에 공공 기준을 적용한다. 일본은 ‘농지중간관리기구’ 특례사업을 통해 농지를 집약해 청년과 농업법인에 장기 임대한다. 이는 정착을 기준으로 정책을 설계한 사례다.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농지를 구할 때, 부동산 정보 접근은 제한적이었고 거래 과정은 공인중개사에 의존해야 했다. 이 경험은 농지 거래에 공공적 기준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체감하게 했다.
귀농 정착을 위한 새로운 농촌 모델은 주거, 경제, 관계, 자기설계라는 네 가지 기초 위에 세워져야 한다. 이것은 사람이 농촌에 머물 수 있게 만드는 핵심 조건이다. 농촌은 영농 창업지가 아니라 계속 살아가야 하는 터전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주거’ 부문에선 장기 임대형 및 조합 소유 공공주택이 확대 보급되고, 조합과 연계된 대출 지원 프로그램도 제공돼야 한다. ‘경제’는 단순 영농 지원이 아니라 지역 농산물 가공 유통 협동조합, 마을 단위 스마트팜, 귀농인·지역민 간 일자리 매칭 시스템 등으로 확장해야 한다. ‘관계’는 신규 귀농인과 선배 귀농인, 기존 주민 간의 멘토링 체계, 공동 프로젝트 참여 제도 등으로 연결해야 한다. ‘자기설계’는 농업 외 소득 활동, 도시·농촌 간 유연한 생활 연계 프로그램 등을 말한다.
새로운 농촌 모델의 기본 단위는 약 300~500명 규모의 ‘귀농 플랫폼’이다. 이는 경제적 자립을 위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 설립 단위로, 진입 비용을 낮추고, 지속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하며, 이웃의 협력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 또 다양한 경제 활동과 역할 분담이 가능하며, 자본 형성에 유리한 농촌형 ‘휴먼 스케일’을 제공할 수 있다.
이 플랫폼은 기존 마을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공존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이나 생협 단위의 공동 거버넌스를 구성해야 한다. 귀농인과 기존 주민은 개별 생활권을 유지하면서도 농기계 공유, 공동 판매, 인프라 운영 등에서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다. 이는 귀농 공동체의 지속성과 회복력을 높이는 시스템이 된다. 또한 이 모델은 기존 지원 정책의 긍정적 요소를 개인 중심에서 공동체 중심으로 확장·보완하는 접근이 된다.
덧붙여 농촌 설계는 완결이 아니라 조정 가능한 구조여야 한다. 공간과 관계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여백’이 필요하다. 실패 후 재도전 경로를 열어주는 구조, 계절 단위의 순환 거주, 농촌·도시 연계 모델 등으로, 단일한 경로가 아닌 ‘다양한 궤도’로 설계해야 한다. 농촌의 지속성은 완벽한 모델이 아니라 포용하는 여백에서 나온다. 농촌을 지속하려면 귀농 정책 구조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