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후기모음 핵발전은 나의 삶과 대체로 무관했다. 학창 시절 어른들은 “전기를 아껴라”라는 잔소리를 늘어놨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기가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되는지는 누구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어릴 적 내게 ‘고리’는 핵발전소 이름보다는 ‘쇠붙이나 끈 따위를 구부려 두 끝을 맞붙여 만든 물건’을 의미하는 일상적 단어였다. ‘고리’하면 핵발전소가 먼저 떠오르게 된 건 2017년 6월18일부터다. 한국 최초의 핵발전소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되며 그 위험성이 전국에 알려졌다. 핵발전소가 내 삶에 존재를 드러낸 순간이다.
내가 사는 부산은 ‘세계 최대의 핵발전 밀집지역’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고리 핵발전소 30㎞(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에는 약 335만명의 시민들(양산, 울산 포함)이 거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국가들의 핵발전소는 고리 핵발전소와 같이 인구가 많은 곳에 밀집해 있을까?
지난달 15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2025 대만 반핵아시아포럼(NNAF)’에 참석해 대만의 제1핵발전소(진산), 제3핵발전소(마안산), 제4핵발전소(룽먼)를 직접 방문했다. 대만은 국토 면적이 한국의 약 36%이며, 인구는 2355만 명으로 한국의 절반에 못 미친다. 국토가 좁고 산지가 많은 데다 다른 나라와 전력망이 연결돼 있지 않은 ‘섬나라’라는 점에서 대만과 대한민국은 많은 점이 닮았다.
특히 대만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핵발전소의 밀집도가 높은 지역이었다. 대만 신베이시에 위치한 제1핵발전소과 제2핵발전소(궈성) 반경 30㎞ 이내에는 각각 약 500만~550만 명의 시민이 거주하고 있다. 두 발전소 모두 타이베이 도심지에서 직선거리 30㎞ 이내에 있다. 타이베이 지역 또한 부산과 마찬가지로 인구규모나 시설용량 면에서 세계에서 위험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평가된다.
대만과 대한민국의 두 정부는 비슷한 시점에 탈핵을 선언했지만 그 결과는 사뭇 달랐다. 당시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은 기존의 핵발전소와 당시 완공되지 않은 제4핵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겠다는 공약을 실행에 옮겼다. 지난달 17일 오후 10시(현지시간)를 기점으로 대만 핵발전 가동률이 0%가 되는 순간을 대만전력공사 앞에서 눈으로 확인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탈핵을 선언했지만, 실질적으로 핵발전소를 멈추는 데 실패했다. 윤석열 정권으로 넘어가면서 정책 기조는 완전히 바뀌게 되었고,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밀집도는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대만의 탈핵 기조 또한 “AI 확대로 인한 전력 수급 확대”와 같은 논리로 도전을 받는 상황이며, 재가동에 관한 국민투표도 오는 9월 중 예정돼 있다.
제3핵발전소가 위치한 대만 남부 핑둥현에서 일정을 마치고 마안산 1·2호기가 바로 앞에 보이는 해변을 걸었다. 핵발전소가 인접한 해변에 많은 사람은 해변을 거닐며 서핑과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핵발전소가 채 2㎞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태연함에 아연실색했다.
잠깐의 내적 갈등을 뒤로하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잘 인식되지 않는 핵발전소의 위험을 보여주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했을 때, 비로소 핵발전소를 폐쇄할 힘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의 ‘비핵가원(핵 발전소 없는 국가)’의 정책 기조는 정치권의 선택만으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둥근 모양의 물건을 의미했던 ‘고리’가 안전을 위협하는 ‘고리 1호기’로 눈앞에 나타난 때를 떠올린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일본 후쿠시마 발전소 폭발 같은 사건들이 보내는 위험 신호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이번 대만 NNAF에 참가하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한국에서 활동하며 잊고 있던 그 기억을 다시 길어 올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사 내 주차장 부족으로 한해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외부 주차장을 빌려 쓰고 있는 충북도가 차량 수백여대를 세울 수 있는 청사 부지에 잔디광장 조성 공사를 추진해 논란이 예상된다.
20일 충북도는 “21일부터 도청사 본관과 신관 사이 2000㎡ 규모의 주차장을 잔디광장으로 바꾸는 공사를 시작해 오는 8월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비는 총 5억 원이 투입된다.
충북도는 애초 주차가 가능한 다목적 광장을 검토했으나, 최근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잔디광장으로 조성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도는 충북도 공무원노동조합과 협의를 마친 뒤 이달 중 공사에 나설 계획이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도청 내 주차면은 기존 377면에서 127면으로 무려 250면이나 줄어들어 청사 내 주차난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의 주차난은 수년째 지속하고 있다. 충북도청의 하루 평균 차량 출입 대수는 1820여대로 377면에 불과한 청사 내 주차 공간으로는 이를 모두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청사 내 대부분 주차공간을 민원인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대신 매년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외부 주차장을 임차해 직원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충북도는 2022년 월평균 3372만 원(393면) 2023년 월평균 3281만 원(429면) 2024년 월평균 2995만 원(327면)을 임차 비용으로 사용했다. 매년 약 4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주차 문제 해결을 위해 쓰인 셈이다. 올해 역시 월평균 3300만 원을 들여 391면의 외부 주차장을 임차해 사용 중이다.
충북도는 잔디광장 공사 기간 직원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165면의 외부 주차장을 확보했다.
민원인과 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도청 직원 수는 1371명에 달하지만, 직원들을 위해 배정된 주차공간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사가 시작되면 도청 직원들은 청사 내에 차량을 세워두지 못한다. 이들은 임차한 외부 주차장 556면만 사용해야 한다.
한 도청 공무원은 “공사 기간 청사 내 주차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완공 후에도 일부 직원을 제외하면 외부 주차장은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며 “가뜩이나 부족한 주차장을 없애면서까지 잔디광장을 조성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시민 김모씨(42)도 “차를 갖고 충북도청을 찾았다가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10분 넘게 헤맨 경험도 있다”며 “도청 주변 도로 역시 불법 주차 차들로 가득 차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잔디광장 조성이 또 다른 예산 낭비 사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충북도가 광장을 조성하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23년 1억5000만원을 들여 2000㎡규모의 잔디광장을 조성한 데 이어 이듬해 쌈지광장(7000만원·200㎡), 올해 연못광장(7000만원·150㎡)를 조성했다. 매년 새 광장을 만드는 셈이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충북도가 그동안 시민을 위한 공간이라며 곳곳에 잔디광장을 조성했지만, 잔디 보호를 명목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이어 “이번에 조성될 광장 역시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보여주기식’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누구를 위한 광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이상의 예산 낭비는 없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충북도는 충북도의회와 함께 쓰는 제2청사를 오는 7월 준공한다. 953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곳에는 충북도의회와 나누어 쓰는 402면의 주차장이 들어선다. 하지만 이마저도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제2청사 준공으로 주차장이 추가로 조성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앞으로도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외부 주차장을 임차할 계획”이라며 “내년 준공되는 후생복지관에 350대의 주차공간이 들어서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