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3년 음력 5월2일, 김령이 예안현감으로부터 받아 든 조보에는 사헌부 헌납에 임명된 이상질의 상소가 실렸다. 인조가 추진하던 창경궁 수리 공사에 대해 “요역과 부세가 너무 많고 무거워 백성들이 괴로워하고 있으니, 궁궐을 짓기에 적당한 때가 아니”라면서 반대했다. 창경궁 수리에 대한 왕의 의지를 비판한 신하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 ‘곧은 언관’ 모습을 보여준 일이기는 했다.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인조의 궁궐 건설은 인조답지 않은 일이었다. 잘 아는 것처럼, 인조는 광해군을 몰아내고 ‘반정’을 통해 왕위에 올랐다. 반정의 대표 명분은 폐모살제(廢母殺弟), 즉 어머니를 유폐하고 동생을 죽인 이른바 ‘강상(綱常)을 범한 죄’였다. 그리고 ‘무분별한 공사로 백성들을 힘들게 한 죄’ 역시 반정의 명분에 포함됐다. ‘무분별한 공사’는 광해군의 궁궐 건축을 지칭하는 말이다.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은 조선의 법궁이었던 경복궁을 비롯해 창덕궁과 창경궁을 모두 불태웠다. 전쟁이 끝난...
‘저속노화’ 열풍 등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고단백·저당·저염과 같은 관련 식품 생산액이 큰 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안전정보원이 29일 발표한 ‘2024년 식품산업 생산실적’을 보면, 지난해 국내 식품산업 총생산액은 114조8252억원으로 전년(108조4875억원)보다 5.8% 증가했다. 식품·첨가물(64.7%), 축산물(32.9%), 건강기능식품(2.4%) 등 전 부문에서 생산실적이 고르게 상승했다.특히 건강을 중시하는 식문화로 관련 식품 생산 규모가 급증한 점이 눈에 띈다. 당류를 줄인 ‘슈거제로’ 제품 생산액은 지난해 5726억원으로 전년(4768억원)보다 20.1% 늘었다. ‘슈거제로’ 제품은 가공식품 중 설탕 대체감미료가 들어가고, 제품명에 ‘제로(Zero)’가 포함된 품목이다. 음료 외 빵이나 소스류까지 슈거제로 품목이 확대되면서 관련 제품 수도 261개에서 590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식물성 원료 기반 식...
“어떤 국가나 기업도 더 이상 사이버 공격에 홀로 대응할 수 없습니다. 국가 간, 기업 간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지난해 미국 주요 통신사 해킹 사태에 직접 대응했던 백악관 전 고위 관료가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의 민·관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앤 뉴버거 스탠퍼드대 교수는 2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인공지능(AI) 시대의 디지털 주권과 사이버 안보’ 세미나에서 기조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뉴버거 교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CS)에서 사이버·신기술 담당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냈다. 지난해 AT&T, 버라이즌 등 미국 통신사 8곳 이상이 해커 그룹에 공격당했을 때 사태 대응을 이끌기도 했다.뉴버거 교수는 미국 통신사 해킹 사건을 예로 들었다. 당시 공격을 처음 탐지한 것은 정부가 아닌 민간 사이버 보안 기업이었다. 해당 기업이 정부에 해킹 사실을 알리고 정부가 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