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에 핀 연보라색 꽃이 5월의 산하를 물들이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기품이 있고, 줄기가 곧아 선비의 기상을 느낄 수 있다. 조선시대의 어느 선비는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그 곡조를 간직한다”고 노래했다.오동나무를 볼 때마다 아주 오래전 고향 마을 풍경이 떠오른다. 마을 사람들은 고단한 하루의 노동을 마감하고 간략한 저녁 식사를 마치면 서둘러 우리 집에 오곤 했다. 트랜지스터라디오가 있던 우리 집은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이었다. 라디오는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하려고 마당가 오동나무 가지 위에 올려놓았다. 시시껄렁한 농담이 오가다가도 연속극이 시작되면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숨을 죽인 채 라디오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사람들은 함께 감탄하고 웃고 눈시울을 적셨다. 연속극이 끝나면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를 떴고 그들이 비운 자리를 마치 우유를 쏟아놓은 것 같은 은하수가 채웠다. 공동체가 살아 있던 시절의 풍경이다. 결혼, 출산, 장례와 노동의 모든 과정이 마을의 일이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 후 처음 호남을 찾아 “1980년 5월 광주가 있었기에 2024년 12월3일 내란과 계엄을 이겨낼 수 있었다”며 민주주의의 힘을 강조했다. 차기 정부 이름을 “국민주권정부” “통합의 정부”로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12·3 불법계엄으로 초래된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을 민주주의와 국민통합으로 재확인하며 ‘집토끼’ 호남 민심의 압도적 결집을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이 후보는 이날 전남 광양·여수·순천·목포를 연이어 방문해 현장 유세를 벌였다. 지난 12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경기·충청·영남 지역에 이어 호남을 방문한 것이다. 온종일 강한 비가 내리는 속에서도 유세장마다 시민이 다수 모여 뜨거운 지지 열기를 보였다.이 후보는 호남을 “민주세력의 본산”으로 부르며 위기를 이겨내는 민주주의 역량을 치켜세웠다. 그는 여수 유세에서 “대한민국, 특히 호남 민중들은 위대하다”며 “언제나 위기를 기회로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