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의 여성 인사 비율이 최초 목표치인 30%를 거의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복지 전문가를 여성가족부 장관에 내정하는 등 성평등 전문성 측면에서는 아쉬운 인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일까지 장관 인선이 발표된 17개 정부 부처 중 여성 장관은 교육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중소기업벤처부, 여성가족부 등 5명이 내정됐다. 내각 구성 중 여성 비율은 29.4%다. 국토교통부나 문화체육관광부 중 한 곳에서라도 추가로 여성 장관이 나오면 비율은 30%를 넘어서게 되고, 역대 정부중 가장 많은 여성 장관을 내각에 두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여성 할당 비율을 두고 “30% 넘기는 걸 목표로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국정기획위원회와 대통령실 수석급 인사까지 내각 구성을 넓히면 여성 비율은 낮아진다. 대통령실 차관급 이상 참모진 14명 중 여성은 1명뿐이다. 국정기획위도 현판식에 참석한 위원장단과 7개 분과장 모두 남성이라 논란이 됐다. 기획위원 55명 중 여성이 12명으로, 21.8%에 그친 탓이다. 특히 여성·복지·고용을 다루는 사회1분과는 여성 위원이 3명으로 제일 많지만, 3명 모두 복지 분야에 전문성이 있고 상대적으로 성평등 정책 전문성이 특화되진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유임된 여성 인사들은 지난 정부에서 여성 친화적이지 않은 정책을 펼쳤다는 평가도 받는다. 한승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은 “송 장관이 여성 농민 친화적인 정책을 새롭게 펼쳤다고 체감하지 못했다”며 “여성 농민 전담 부서가 시·군 단위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송 장관 취임 이후 지역 거점 병원에서 여성 농민들의 의료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농압안전보건센터가 폐쇄돼 오히려 여성 농민 정책이 후퇴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역시 유임된 오유경 식약처장도 임신중단약으로 알려진 ‘미프진’ 허가를 미뤄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에서 오 처장이 “여성 건강권을 외면했다”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6년이 지났음에도 오 처장 때문에 한국은 여전히 미프진을 사용할 수 없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이라고 했다.
여성계에선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의 성평등 전문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 정부가 여가부를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정작 장관 내정자의 전문성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 내정자는 지명 소감과 첫 출근 소감 등에서 ‘여성’이나 ‘성평등’ ‘성차별 해소’ 등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들로 인해 차별 또는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입체적으로 경도되지 않은 시선으로 살피겠다”고만 언급했다.
주로 복지 분야에서 입법활동을 해 온 강 내정자가 여가부에 온 것은 새 정부가 젠더 문제에 ‘로우키’로 대응하는 기조가 이어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대통령도, 장관 지명자도 성평등 부처를 전문성이나 체계적인 정책 역사가 있는 부처로 대하는 모습을 아직까진 보여주진 않았다”며 “성평등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보는 것 같아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하겠다는 계획과는 배치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민생회복 지원금과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등을 담은 31.8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특활비 예산 편성에 반발해 본회의 표결에 불참한 추경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한달 만에 짜인 첫 추경안이 벼랑 끝에 몰린 민생을 돌보고, 위기에 처한 내수 경제를 회복하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이번 추경안엔 민생회복 소비쿠폰 예산 12조1709억원이 반영됐다. 전국민에게 소득에 따라 15만원에서 55만원까지 소비쿠폰을 차등 지급하는 예산은 비수도권·인구감소지역의 지원금을 추가해 정부안보다 약 2조원이 증액됐다.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8조원으로 늘리고, 무공해차 보급확대·영유아 보육료 지원 사업도 늘렸다. 또 빚 갚을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 장기연체 채권을 없애고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채무를 정리해주는 민생안정 예산 5조원이 포함됐다.
서민과 소상공인 어려움이 커지고, 윤석열 내란으로 더욱 침체된 경제 위기를 직시한다면 이번 추경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더욱이 추경이 일으킬 소비와 소득 지원 효과는 폭염 속 본격 휴가철 전에 더욱 커질 수 있다. 정부가 하루 빨리 추경을 집행하는 것이 민생을 살리고 국정을 정상화하는 길이다.
이번 추경안에는 대통령 비서실·법무부·감사원·경찰청 등 4개 기관의 특수활동비(105억원)가 반영됐다. 권력기관 특활비는 윤석열 정부 시절 야당이던 민주당 주도로 삭감했던 것을 일부 되살린 것이다. 당시 전액 삭감한 대통령실·국가안보실 특수활동비는 41억원이 편성됐고, 자료 제출 거부 이유로 삭감된 검찰·경찰·감사원 특활비도 일부 복원됐다. 우상호 정무수석이 대통령실을 대표해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한 건 바람직하다.
특활비는 용도와 집행 방식이 엄격하게 제한되고,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업무상 횡령·국고 손실죄가 적용되는 예산이다. 실제 전직 국가정보원장 3명이 특활비 횡령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았고, 검찰에서도 명절 떡값·포상금 지급·휴대폰 요금·상품권 구입 같이 본래 목적과 어긋나게 주머니 쌈짓돈처럼 오·남용된 사례들이 드러났다.
민주당은 특활비 증액 편성을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주장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 땐 삭감하고 집권 후 증액하는 내로남불”이라고 반발한다. 이런 대립은 국회가 특활비 개혁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불투명한 국정 운영과 잘못된 나라 살림의 전유물이었던 특활비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감사원 등의 외부 감시·통제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에 여야가 적극 나서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관세 부과로 거둬들인 수입이 1000억달러를 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악시오스는 30일(현지시간) 세관국경보호국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월부터 지난달 27일까지 관세 수입이 1061달러(약 143조2562억원)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수입의 약 80%인 815억달러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부과된 관세로 발생한 수입이다.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회계연도 기준 올해 5월 말까지의 관세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65% 늘었다. 이같은 추세를 고려하면 미국의 연간 관세 수입은 정부 예상치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4월 보수 성향 평론가 터커 칼슨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관세 수입이 한해 3000억달러를 넘을 것이며 최대 6000억달러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도 비슷한 규모의 관세 수입을 전망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15.6%로 193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공황 시기인 1930년대 미국은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시행해 실효 관세율이 20% 이상으로 급등했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57개 경제주체에 차등화된 상호관세를 지난 4월 9일 발효했다가 13시간 만에 90일간 유예(중국 제외)했다. 유예 기간은 오는 8일 끝나며, 연장되지 않으면 9일부터 상호관세가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