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유럽 관광도시들은 오랜만에 숨을 돌렸다. 피렌체 골목길과 베네치아 운하, 바르셀로나 해변에서 현지인들은 한동안 사라졌던 평온을 되찾았다. 하지만 국경이 재개방되자 전 세계 관광객이 다시 유럽으로 몰려들었다.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이 유럽 도시들을 다시 압박하기 시작했다. 과잉관광은 단순히 관광객 증가의 문제가 아니다. 관광객 유입으로 인해 도시 환경이 파괴되고 주거비가 급등하며 지역주민의 삶의 질이 현저히 저하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베네치아는 과잉관광의 대표 사례다. 연간 25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오지만 상주인구는 5만명에 불과하다. 매일 크루즈선을 통해 베네치아로 들어온 관광객 수천명이 운하를 오염시키고, 배들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파동은 수백년 된 건물들을 침식시킨다. 이에 베네치아는 올해부터 크루즈선의 도심 정박을 금지하고, 당일 방문객에게 5~10유로의 입장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도 마찬가지다. 에어비앤비 같은 단기 임대 숙소가 급증하면서 임대료가 치솟아 이를 견디지 못한 시민들이 도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올해 들어 유럽 남부 주요 도시에서 과잉관광에 대한 시민 불만이 극에 달해 시위와 사회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지난 15일 약 1000명의 시위대가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라” “관광이 우리 도시를 빼앗아간다”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일부 시민은 관광객들에게 물총을 쏘았고, 호스텔 앞에서는 몸싸움과 연막탄 투척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4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남유럽 반관광화 네트워크’ 워크숍 이후 시민들의 더욱 고조된 반관광 정서를 보여준다. 시민단체 ‘덜한 관광, 더 나은 삶’은 “과잉관광이 주거위기를 심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탈리아 제노바에서는 여행용 가방을 끌며 소음을 내는 ‘소란 행진’이,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시민들이 5성급 호텔 부지를 점거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시민들의 단순한 감정적 대응, 불만이 아니다. 바르셀로나의 시민단체 연합체인 ‘관광 축소를 위한 지역회의’는 과잉관광이라는 용어 자체가 문제를 축소해 단순히 ‘방문객 과다 상황’으로 보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도시들의 관광업 의존 경제 구조가 임대료 상승, 주택 부족, 불안정 노동, 환경 파괴를 야기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유럽 각국과 도시들은 과잉관광에 대응해 관광세 강화, 단기 임대 전면 금지, 크루즈선 입항 제한, 해변 비치체어 철거 등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이러한 대응은 단순한 ‘관광객 흐름 관리’에 머물 뿐, 도시를 잠식한 자본 중심의 시장 모델과 사회·환경적 불평등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제 관광은 관광객들에게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와 환경을 고려한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한다. 우리가 어디를 가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가느냐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우리 모두가 잠재적인 ‘과잉관광의 주체’라는 점을 기억하고, 도시를 관광객이 아닌 주민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되돌리는 노력에 더 이상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30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 서울꿈새김판이 여름을 맞아 ‘그늘보다 시원한 건, 너의 웃음이야’라는 문구로 새로 꾸며져 있다.
8조5000억원 규모의 K2 전차 폴란드 2차 수출 계약이 2일 체결됐다. 당초 지난해 말로 예상됐던 계약 체결이 늦춰진 것으로, 이재명 정부의 첫 대형 방산 수출이다.
이날 오전(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이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 카미슈 폴란드 국방부 장관과 K2 전차 180대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방위사업청이 밝혔다. 2022년 8월 K2 전차 180대를 수출한 데 이은 것이다.
정확한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8조5000억원대로 추산된다. 공급 대수는 1차 수출과 동일한 180대(계약금액 4조4992억원)이지만, 계약금액은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폴란드 현지에서 생산하는 K2 전차의 개량형(K2PL)이 기존 K2 전차보다 비싸고, 기술 이전과 함께 K2 전차의 부속 장비와 소모품 공급도 이뤄지기 때문이다.
폴란드에서 생산하는 K2PL은 기존 K2 전차에 원격사격통제장치(RCWS)와 능동방호체계(APS) 등이 추가된 형태다. 117대는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63대는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가 현지 생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K2 전차 2차 계약은 지난해 말 체결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폴란드 현지 생산과 성능 개량이 포함되면서 협상 기간이 장기화됐다.
앞서 윤석열 정부 때인 2022년 7월 폴란드 정부는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0여문, 다연장 로켓 ‘천무’ 290여문, FA-50 경공격기 48대를 공급받는다는 포괄적 합의 성격의 총괄계약을 맺었다.
파견경찰에 조사받다 돌연 거부실제 조사는 5시간밖에 안 돼
윤, 오늘 재소환 통보에 “촉박”특검, 하루 늦추며 “합의 아냐”
내란 특별검사팀이 지난 28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6개월여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은 특검에 출석하며 형식적인 사과도 하지 않았다. 특검이 30일 다시 출석하라고 통보하자 윤 전 대통령 측은 늦춰달라고 요구하는 등 신경전을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은 28일 오전 9시55분 차를 타고 특검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1층 현관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그는 ‘포토라인’을 걸어서 통과했지만 기자들 질문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특검이 공개소환을 강요해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입장문을 냈다.
조사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박창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1시간가량 조사했다. 박 과장은 특검 파견 전부터 윤 전 대통령의 1차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를 수사해왔다. 윤 전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오후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돌연 조사를 거부하며 조사자 교체를 요구했다. 관련법상 ‘검사’가 조사해야 하고, 박 과장은 윤 전 대통령 ‘불법체포’에 관여한 사건 당사자라는 주장을 폈다. 경찰에게 조사를 받기 싫다는 ‘자존심’도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특검은 김정국·조재철 부장검사를 투입해 계엄 선포 국무회의 의결, 국회의 계엄해제요구 결의안 의결 방해 등 다른 혐의를 조사했다. 조사는 저녁 식사 시간 1시간을 빼고 오후 9시50분까지 4시간가량 진행됐다. 윤 전 대통령은 3시간 동안 조서 열람을 마친 뒤 서명·날인하고 29일 0시50분쯤 서울고검 청사를 빠져나갔다.
윤 전 대통령이 특검에 머문 시간은 15시간이었지만, 실제 조사 시간은 5시간에 그쳤다. 조사할 분량이 방대한 데 반해 조사 시간은 짧아 첫날 조사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만 묻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날 조사에 응하면서도 진술을 거부했으므로 이번이 사실상 제대로 된 첫 조사였다. 특검은 “조사 횟수에 제한이 없을 것”이라며 수시로 불러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특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에게 30일 오전 9시 다시 나오라고 통보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매우 촉박하다”며 7월3일 이후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고, 특검은 7월1일 오전 9시로 재지정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출석일 조정) 협의는 합의가 아니다. 결정은 수사 주체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전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국무회의를 소집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 등을 상대로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국무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조사, 계엄 당시 국무위원·국민의힘 겨냥한다
특검은 국회가 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처리하기 전 윤 전 대통령이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화해 결의안 통과를 방해하도록 요구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특검은 무인기 평양 침투, 북한 오물 풍선 원점 타격 등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도 조사 중이다. 계엄 선포를 앞두고 몇달간 전방 실사격 훈련 재개, 대북전단 살포, 대북 확성기 운용 재개 등 조치가 이뤄졌다. ‘노상원 수첩’에선 ‘NLL에서 북한 공격 유도’와 같은 내용이 발견됐다.
다만 특검은 외환 의혹의 경우 다른 혐의에 비해 밝혀야 할 것이 많고 법리 적용도 까다로워 추가 증거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외환 혐의를 입증하려면 압수수색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논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합동참모본부, 드론사령부 등이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2차 계엄 선포를 시도했다는 혐의도 수사하고 있다. 특검은 지난 23일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을 불러 조사하면서 국회의 계엄해제요구안 의결 이후 합참 결심지원실에서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장관 등과 나눈 대화와 관련해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