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1968김원 지음혜화1117 | 400쪽 | 2만4000원
한강의 기적은 마냥 아름답지는 않았다. 압축적 성장엔 빛과 그림자가 존재했다.
한강도 시름시름 앓았다. 사람의 욕심 탓이었다. 하천 복원과 홍수 대책 등을 연구해온 저자는 한강을 ‘상실의 땅’이라고 말한다. 1968년 2월 밤섬 폭파 이후 한강은 빠르게 망가졌다.
책은 당시 정치 및 경제 상황과 접목해 한강 상실의 과정을 설명한다. 1970~1980년대 건설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모래였다. 골재가 곧 돈이 됐다는 뜻이다. 권위주의 정부하에서 주먹구구식 개발은 소극적으로 용인되거나, 적극적으로 이용됐다.
당시 정부는 한강 개발의 명분으로 ‘유람선이 떠다니는 한강’ 같은 낭만적인 것을 제시했지만, 골재 개발 사업으로 정치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한강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본 지도자들의 관점도 문제라고 짚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30년 넘게 재직한 저자는 한강의 본모습을 방대한 자료로 치밀하게 복원한다. 국토지리정보원, 국가기록원, 서울기록원 등의 자료와 당시 신문기사까지 교차 분석한다. 특히 다수의 항공 사진을 통해 한강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배를 타고 한강을 답사한 최초의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영국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한강을 ‘금빛 모래의 강’이라고 기록했다. 1894년부터 네 차례 한국을 방문한 푸른 눈의 이방인에게 한강은 순백색의 모래사장과 깨끗한 물을 자랑했다. 그 한강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저자는 미래의 한강은 모래사장이 있던 원래의 한강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구나 쉽게 다가가 마음껏 물놀이도 하고, 필요하면 배도 띄울 수 있는 강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숱하게 이뤄진 한강 복원 사업은 말만 ‘복원’일 뿐, 한강을 통해 구현하려는 개념이나 철학도 없었다고 비판한다. 단순히 공원을 만든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금빛 모래를 자랑한 그 한강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12·3 불법계엄 관련 수사를 맡은 조은석 특별검사팀에 의해 ‘1호’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법원이 구속 만기를 약 3시간 앞두고 구속영장을 재발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는 25일 김 전 장관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 심문을 연 뒤 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증거 인멸 우려로 영장을 발부한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돼 오는 26일 1심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 16일 법원이 직권으로 조건부 석방(보석) 결정을 했지만, 김 전 장관이 보증금 납부 등을 거부하며 ‘버티기’에 들어가자 조 특검은 18일 그를 추가 기소하고 법원에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이날 구속영장 심문에 출석해 수차례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고, 재판부에 특검의 기소가 부당하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전 장관 재구속은 ‘내란·김건희·채상병 사건’ 등 3대 특검 중 ‘1호 구속’이다. 법원의 영장 발부로 향후 특검 수사에도 힘이 더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제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에서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국회 협조를 요청했다. 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직무를 시작한 지 22일 만에 다시 국회를 찾아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시정연설에서 “‘경제는 타이밍’이라고 한다.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은 30조5000억원 규모다. 소득에 따라 전 국민에게 1인당 15~52만원의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취약차주 채권을 매각해 소각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연설 전반에서 경제·민생 위기와 추경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신속한 추경 편성’과 ‘속도감 있는 집행’으로 경제, 특히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경기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추경안의 의미는 “경제위기 가뭄 해소를 위한 마중물” “경제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에 정부가 손을 놓고 긴축만을 고집하는 건 무책임한 방관이자, 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라며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부, 그리고 위기 앞에 실용으로 답하는 정부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념과 구호가 아니라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실천이 바로 새 정부가 나아갈 방향”이라고도 덧붙였다.
추경안 세부 내용은 네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내수 침체 대응을 위한 소비진작 예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투자촉진 예산, 민생안정 예산, 세입경정 등이다. 이 대통령은 추경안에 세입경정을 반영한 것을 두고 “새 정부는 변칙과 편법이 아닌 투명하고 책임 있는 재정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재차 국회의 협조를 요청하며 “오직 실용 정신에 입각해 국민의 삶을 살피고 경기 회복과 경제 성장의 새 길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선서하며 “정치인의 말에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단호히 보여줘야 혐오와 차별을 멈출 수 있다”며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징계해달라”고 말했다.
손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 선서를 하며 “첫인사 자리에서 이 말씀을 드려도 되나 많이 고민했지만 지금도 진행 중인 사안이고 우리 국회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일이기에 용기를 낸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의원은 “(지난달 대선 3차 TV토론회) 다음 날 선거 운동에 나가며 힘이 축 빠져 기운이 돌아오지 않아 괴로웠다”며 “추위 속에도 광장을 지키러 온, 힘을 내 나온 내 친구들은 왜 어제 토론회를 보고 맥이 빠진 채로 돌아갔을지 곱씹어봤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답은 하나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TV토론 생중계에서 내뱉은 충격적인 발언에 모두가 동시에 한방 얻어맞았기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손 의원은 “수년간 어려운 틈을 비집고 진보 정치를 꾸려오던 저조차 이렇게 힘든 데 평범한 청년들은 오죽했겠나”라며 “그 고통스러운 마음과 참담함이 모여 이 의원 제명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 59만명이라는 결과로 표현됐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국민의 요청에 국회가 답해야 한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혐오도 그러하다. 아니, 더 멀리 퍼진다”며 “국회에 윤리특별위원회가 하루빨리 구성돼 (이 의원) 징계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개혁신당 후보로 출마한 지난 대선 3차 TV토론에서 성폭력 발언을 여과 없이 드러내 비판을 받았다. 이 의원을 제명해달라는 국회 청원은 이날 기준 59만6183명의 동의를 받았다. 그러나 국회 윤리특위가 구성되지 않아 해당 청원을 심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손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난 4일 위성락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돼 사퇴한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받았다. 손 의원은 지난해 총선 때 더불어민주연합(현 민주당)에서 비례대표 후보 순번으로 15번을 받았다. 그는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한 뒤 민주당에서 제명돼 진보당에 입당했다.
손 의원은 이화여대 총학생회장과 진보당 수석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1995년생으로 22대 국회 최연소 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