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변호사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신임 여당 원내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을 두고 “진영에 상관없이 국무회의를 하면서 굉장히 역량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실용적 관점에서 유임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등 신임 원내대표단과의 만찬에서 이 같은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송 장관 유임을 두고 “진영과 상관없이 탕평 인사가 필요해서 했다. 국무회의 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잘하더라”라고 말했다고 한 만찬 참석자는 전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송 장관 외 다른 장관 인선에 대한 호평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참석자는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을 장관(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으로 앉힌 것도, 정권교체를 했는데 전임 정부 장관을 유임한 것도 처음이라 다양성과 포용성, 전문성이 잘 배치된 인사라는 덕담을 나눴다”고 말했다.
만찬은 참석 의원들이 한 사람씩 돌아가며 대선 당시 소회와 앞으로의 다짐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시작보다 마칠 때 지지율이 더 높은 대통령이 되겠다”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협업과 교감이 매우 절실한 시기”라고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박상혁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서면 브리핑에서 “원내대표단은 (이 대통령에게) 민생회복과 개혁, 민생입법에 진력하는 한편 국민과의 소통 창구가 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두 시간가량 진행된 만찬 회동에는 김 직무대행을 비롯해 문진석 운영수석부대표, 허영 정책수석부대표, 박 소통수석부대표 등이 참석했다.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16% 감소하고, 수출 단가도 9%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3억2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억9000만달러)보다 16.3% 줄었다. 수출 단가는 지난해 5월 t당 1429달러에서 올해 5월 1295달러로 9.4% 낮아졌다. 올해 월별 수출 물량은 비교적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수출 단가는 5월 들어 급격히 하락했다.
대미 철강 수출량은 1월 21만7000t, 2월 24만2000t, 3월 25만t, 4월 24만8000t, 5월 25만2000t 등으로 3월 관세 부과 이후에도 감소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수출 단가는 1~4월 t당 1500달러 안팎을 유지하다 5월에는 1295달러로 떨어졌다. 4월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14.6% 하락했다.
이는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내 철강 업체들이 단가를 낮춰서라도 수출 물량을 유지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수개월 전 주문이 이뤄지는 철강업계의 거래 관행상 지난 4월까지는 3월에 부과되기 시작한 미국발 관세 영향이 제한적이었지만, 5월부터는 관세 충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지난 4일부터 한국산 철강에 부과하는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함에 따라 하반기 대미 수출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본다. 특히 내년부터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한국산 철강의 미국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관세 때문에 단가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더 중요한 요소는 미국 내 철강 수요로, 자동차 등 미국 시장 흐름을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제조업이 필요로 하는 고부가 제품은 현지 철강 생산능력의 한계로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선거는 온 천지를 당겼다 놓는다. 들었다 메친다. 그 정점이 대통령 선거다. 이긴 쪽은 세상 바뀌는 뉴스가 반갑고 쏜살같다. 진 쪽은 하루가 한 달처럼 길고 느리다. 그 속도감뿐인가.
이재명표 국무회의는 즉문즉답 토론으로 바뀌었다. 장관 뒤에 실무자 배석하게 하고, 어떤 발상·의견도 달라고 대통령 휴대폰 번호를 알렸다. 김밥 먹으며 220분 한 첫 국무회의, 그 긴장·치열함이 공직사회를 강타했다. 그날로부터다. 내란·김건희·채 해병 특검이 출범했다. 남북 접경지 확성기가 멈췄고, 30조 추경안이 시동 걸었다. 주가는 3000을 찍고, 어젠 ‘불통의 요새’ 한남동 관저에서 대통령과 여야가 마주 앉았다. 6·3 대선 후 3주, 내란 터졌던 나라에 새 리더십 서고, 대한민국은 격동을 시작했다.
대비된다. 앞 대통령 윤석열의 취임 첫날 밤은 신라호텔 축하파티로 요란했다.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 핑계 대고, “법조인이 폭넓게 진출하는 게 법치국가”라 허튼소리 하고, 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52시간제 개편안을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뭉갰다. “목 칼칼하지 않아?” 국무회의 전날 저녁 장차관·참모 예비회의가 한 시간을 넘어가면 곧잘 그 자리서 폭탄주 돌고, 야밤에 술 먹다 개인 폰으로 여기저기 전화하고, 해외 순방 전용기에서도 사람 불러 잔을 부딪쳤다. 다 배석자·통화자·목격자가 전한 말이다. 그러다 윤석열은 집권 50일에 국정지지율 데드크로스(부정>긍정)를 맞았다. 굳이 글로 더 쓸 일이 많겠냐 싶지만, 저잣거리 밥상에 오른 권력의 첫 3주 풍경이 너무 다르다. 윤석열은 ‘술’로, 이재명은 ‘일’로.
‘주류의 교체, 그 무거움에 대하여.’ 더불어민주당이 압승(180석)한 2020년 4·15 총선 직후 쓴 글이다. 총선(2016년)-대선(2017년)-지방선거(2018년) 후 전국선거 4연승하고, 서울도 올 대선처럼 강남3구·용산 빼고 다 이겼을 때다. 총선 지역구로 환산하면, 이번 대선도 국민의힘(99석)은 더 패퇴했다. 그 경고 받고도 저리 갈팡질팡 자중지란이다. ‘46% 대 21%’(한국갤럽). 대선 열흘 뒤 정당지지율은 행정·입법권을 다시 쥔 민주당이 압도한다. 민주당은 또 한번 3연승을 꿈꿀 게다. 보수도 필사적 출구를 찾을 내년 6·3 지방선거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최고 득표율을 찍은 PK·강원, 두 보수야당에 밀린 청년(18~34세) 남성 쟁투가 볼만해졌다.
그 갤럽 조사에서, 성인 70%가 이 대통령이 잘할 거라 봤다. 영남보수·강남보수·청년보수의 기대·관망도 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퇴임할 때 더 높은 지지율”을 받고 싶다 했다. 대선 득표율(49.4%)보다 높으면 과반이어야 한다. 그 숫자는 ‘중도보수’ ‘실용’ ‘회복과 성장’ ‘국민주권’ 기치 든 이재명의 길이 정치·역사의 주류가 된다는 뜻이다. 그의 취임사 속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길이다.
하나, 선거 승자의 정국 주도권은 다음 큰 선거까지다. 눈앞엔 급히 끄고 미리 채비할 ‘세 불씨’가 보인다. 먼저, 인사다. 일머리·충직함 우선한다는 이 대통령 용인술은 ‘민정수석 낙마’로 시험대에 섰다. 실기하면, 공급·대출·인허가·세금을 아우른 종합처방이 없으면, 19주 연속 오른 서울 집값도 큰불 된다. 권력의 5년 여정엔 호루라기 부는 ‘레드팀’도 있어야 한다. 순혈의 조직문화는 침묵하고 오판할 수 있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뽑고, 직언하는 이 챙기고, 국정원·경찰도 함께 뛸 인사검증팀을 존중해야 한다. 쓴소리를 가까이해야, 유비무환해야, 대통령은 멀리 큰길로 갈 수 있다.
내란은 해 가기 전 특검이 단죄할 게다. 세 특검은 묶여 있다. 입구가 김건희고, 종착점은 윤석열이다. 그걸 넘어, 힘 뺀 검찰과 군을 개혁하고, 민생·민주주의·평화를 되살려야 한다. 또 그걸 넘어 비상벨 울린 AI·재생에너지, 기후·인구·지역과 청년의 길을 찾아야 한다. 연금·정년·의료·공정시장의 백년대계 짜고, 낡고 좁은 헌법을 고쳐야 한다. 이 모든 걸 주도한 정치, 일군 세력이 이제 이 땅의 주류가 된다.
대통령(大統領)은 크게 통합(統合)하고 통치(統治)하는 자리다. 그걸 말과 인사와 예산으로 한다. 이 대통령은 통합은 “유능함의 결과”라 했고, 정치는 “여야의 잘하기 경쟁”이길 바랐다. 달리, 왕도가 있을 리 없다. 글 제목에 ‘무거움’ 석 자를 붙인 건 2000년 총선 후 ‘주류의 교체’, 2024년 8월 휴가를 떠나는 윤석열의 ‘대통령다움’을 논할 때였다. 그 때 두 글의 맺음말로 또 맺는다. “겸손하고 정직하고 협치하는 권력만이 큰 국정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