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변호사 6·25전쟁 75주년을 사흘 앞둔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는 이른 아침부터 호국 영웅들의 묘역을 찾은 유족들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사자의 가족들은 묘비 앞에 음식과 술을 차려놓고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날 카메라에 담은 현충원의 모습을 모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이란 공격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자 미 연방 의회가 의회 승인 없는 미군의 분쟁 개입을 막기 위해 앞다퉈 결의안을 발의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마시 하원의원(켄터키)은 17일(현지시간) 민주당 소속 로 카나 하원의원(캘리포니아)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공격하기 전 반드시 의회의 표결을 거치도록 하는 ‘전쟁 권한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다.
마시 의원은 엑스에 글을 올려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만약 우리의 전쟁이라면 의회가 헌법에 따라 이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나 의원도 “여러분은 우리를 (2003년) 이라크로 이끈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과 함께하겠는가 아니면 미국 국민과 함께하겠는가”라며 동료 의원들에게 서명 동참을 촉구했다.
연방 상원에도 유사한 결의안이 제출돼 있다. 팀 케인 상원의원(민주·버지니아)이 전쟁 권한 결의안을 발의했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 등과 함께 이란에 대한 군사 조치에 연방 자금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샌더스 의원은 성명에서 “미 의회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선택한 전쟁에 미국이 끌려들어 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건국의 아버지들은 전쟁과 평화의 권한을 국민이 선출한 의회 대표들에게만 위임했으며 대통령에게는 의회 승인 없이 또다시 값비싼 전쟁을 시작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하원 결의안이 채택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매파 의원들은 이란 공격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하원 결의안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전하기를 꺼리는 공화당 의원들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통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재까지 서명에 동참한 의원은 13명으로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다.
미 헌법 제1조 8절 11항은 전쟁 선포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지만 최고사령관인 대통령의 전쟁 수행 권한과 경계가 모호하다는 논쟁이 계속됐다. 1973년 베트남전 당시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결의가 처음 의회에서 채택됐으나 역대 대통령은 이 결의가 최고사령관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 지난 수십년 동안 미 대통령들은 의회 승인 없이 여러 차례 군사 작전을 벌여왔다. 2011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리비아 공격에 미군 합류를 명령한 결정과 2020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어떤 대통령도 이를 이유로 법적인 책임을 진 적은 없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편안함. 일상을 떠나 쉼을 얻으려는 여행자들이 누리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지난달 29일부터 서울 강남구 글래드스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의 거장 살보(본명 살바토레 만지오네·1947~2015)의 국내 첫 개인전은 전시명인 ‘여행’(in Viaggio)과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이탈리아 남부의 시칠리아섬에서 태어났던 살보는 초창기에는 당대 이탈리아의 미술 사조와 맞게 개념미술과 실험에 천착했으나, 1973년부터 평생 구상회화에 전념해 온 화가다. 이탈리아가 정치·사회적으로 불안해지면서 미술계에선 개념미술이 활발했으나, 살보는 오히려 대세를 따르지 않는 게 더 ‘혁명적’일 수 있으리란 생각에 반 고흐 같은 작가를 꿈꿨다고 한다. 선명한 색으로 다양한 풍경을 화면에 묘사했지만, 작품 주제는 시간의 흐름, 기억 등 추상적인 것들과 연결된다.
이번 전시작은 그 중 살보가 생전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 아시아를 여행한 뒤 그린 그림들로 구성됐다. 1988년부터 사망 전까지 제작 연대도 다양하다. 특히 독특한 것은, 화폭에 담긴 여행지의 풍경을 살보가 눈으로 보며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여행하며 눈에 담았던 모습들에 상상을 더해 여행 뒤에 그려낸 것이다.
살보는 1969년 아프가니스탄을 시작으로 모로코, 그리스, 오만, 티베트, 네팔 등 다양한 여행지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영감을 얻은 뒤 그린 그림은 구체적인 구상회화에 가깝다. 다만 실제 눈으로 본 풍경과 차이가 있다. 하늘이 분홍빛, 혹은 밝은 노란빛을 띠며 주로 뚜렷하고 선명한 색으로 묘사됐다. ‘Primavera’(2011) 속의 구름은 거품이나 쿠션 같다.
대개 유화물감을 이용해 그린 그림들은 밝은 계통의 하늘을 배경으로 두고 다양한 색으로 산과 바다, 나무와 건물 등의 음영을 표현했다. 복잡하고 어렵다는 느낌보다는, 직관적이고 편안하다는 느낌마저도 불러일으킨다. ‘어렵지 않다’는 느낌이 들지만 세밀함도 숨어있다. 풍경을 그리면 묘사해야 할 그림자를, 살보는 검은색을 쓰는 대신 다양한 색을 덧칠해가며 만들었다. 그림자가 실제로도 한 가지 색을 띠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그림에서 현실화된 것이다.
살보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자연이나 건물을 연작으로도 만들었는데, 첨탑을 주된 주제로 삼은 ‘오토마니아(Ottomania)’ 연작이 대표적이다. 전시에서도 지붕이 무너져 기둥만 남은 신전, 하늘을 향해 솟은 첨탑 등 그림을 여럿 볼 수 있다. 첨탑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신과 종교를 상징하고 있다는 점을 살보가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태어나고 주로 작업한 이탈리아의 지중해 풍경도 ‘메디테라네이’라는 연작도 있다. 여행이 적잖았지만 그가 자랐고 작업했던 곳, 가족과 함께했던 곳은 이탈리아였다. 지중해뿐 아니라 독일, 이집트를 여행한 살보는 그림의 영감을 얻는 동안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살보의 아내와 딸은 살보재단을 세워 살보가 남겼던 그림을 알리고 있다. 살보재단이 아카이빙한 살보의 그림은 4000여점이고, 그 중 수백점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전시도 글래드스톤갤러리와 살보재단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전시는 다음달 1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