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내구제 파리협약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세운 목표인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 상승’에 허용된 탄소예산이 3년치밖에 남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탄소예산은 지구 기온을 특정 온도 이내로 묶기 위해 허용된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뜻한다.
세계 각국의 과학자 60여명이 참여한 프로젝트 ‘지구기후변화지표(IGCC)’는 19일 ‘지구시스템과학데이터’ 저널에 공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 추세를 유지한다면 탄소예산이 3년 안에 고갈될 확률이 50%라고 밝혔다. 1.5도 상승까지 남은 탄소예산이 1300억t이라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년 전 발표한 5000억t보다 크게 줄었다. 영국 리즈대 프리스틀리 기후미래센터의 피어스 포스터 소장은 “IPCC가 마지막으로 보고서를 발표한 2021년 이후 매년 기온이 상승했고, 기후정책과 기후행동은 뒤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준을 1.6도 혹은 1.7도로 잡아도 남은 탄소예산은 9년 안에 소진될 것으로 IGCC는 전망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지난해 지구 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5도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오른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다만 파리협정은 특정 연도의 기온이 아닌 20~30년간 평균을 기준으로 삼는다.
연구진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24도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 중 1.22도가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었다. 인간 활동은 지난 10년 동안 매해 530억t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했다.
연구진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이 26㎜ 상승했다고 경고했다. 20세기 평균보다 2배 빠른 속도다. 네덜란드 왕립 해양연구소의 에메 슬랭건 박사는 “작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저지대 해안 지역에서 해수면 상승은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폭풍해일 피해를 키우고 해안침식을 심화해 인간과 해안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의 이준이 교수는 “보고서는 남은 탄소예산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며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 6년간 연평균 3.25%씩 감소했지만 이 속도로는 충분치 않다. 2분의 1 이상의 감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