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 사브리나 임블러 지음 | 김명남 옮김아르테 | 268쪽 | 2만원집게와 다리에 털이 많아 ‘설인(雪人)’이라는 별명이 붙은 게, 설인게(예티 크랩)는 수심 2000m 아래 빛조차 들지 않는 심해에서 산다.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의 저자 사브리나 임블러는 여성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남녀로 성별을 규정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퀴어이자 중국계 미국인이다. 이 둘의 삶에서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까.설인게는 차가운 심해 아래 뜨거운 물을 내뿜는 ‘분출공’ 근처에 모여 산다. 분출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는 370도가 넘어갈 정도로 뜨겁다. 그래서 설인게는 분출공에 너무 가까워져 익어버리거나, 너무 멀어져 얼어버리지 않도록 수온 25도를 유지하는 위치에서 고리 모양으로 뭉쳐 산다. 서로의 몸을 밟고 겹겹이 쌓여 좁고 가파른 안전지대를 사수한다.저자는 이러한 설인게의 삶에서 위태로운 성소수자들의 공간을 떠올린다. ...